집안일로부터의 해방, 인도에서는 가능합니다.
이곳 인도에서의 생활은 메이드의 존재를 빼놓을 수 없다. 가사 도우미인 메이드는 하루 두 번씩 집을 방문한다. 주로 하는 일은 설거지와 청소이다. 이 집에 드나드는 메이드의 이름은 '기타(Geetha)'. 그녀는 출근하면 우선 자신의 신발을 문 밖에 벗어놓고 들어온다. 인도에서 맨발로 다니는 것은 그 자체가 상대방에 대한 존중의 의미이다.
어제 저녁부터 산처럼 쌓여있던 설거지를 해결하는 것으로 일을 시작한다. 그러고 나면 빗자루를 들고 베란다를 포함한 집의 모든 방을 청소한다. 마지막으로는 밀대를 빨아온 다음에 바닥을 깨끗이 닦는다. 열대 기후를 가진 인도에서는 단 하루라도 이런 식으로 바닥을 청소하지 않으면 이곳 저곳 먼지가 쌓이기 십상이다.
또한 그녀는 설거지가 완료된 식기를 정리해 주고, 쓰레기를 문 앞에 내다 버려준다. 특별히 요청이 있을 때는 화장실 청소를 하거나, 침구류를 교체해 주고 깔끔하게 침대 시트까지 정돈하여 준다. 세탁기를 돌리고 빨래도 널어주기도 한다. 그렇게 오전에 첫 번째 출근을 마무리하고 난 후, 오후 두세 시 즈음에 두 번째 출근을 한다. 오후에는 설거지만 하고 퇴근한다.
이곳 인도에서는 말 그대로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집안의 모든 일을 메이드에게 맡길 수 있다.
나 역시 캐나다에서 살다가 인도에 올 때면 모처럼 각종 집안 살림으로부터의 해방감을 느낀다. 절대적으로 여유 시간이 많이 늘어난다. 여기서는 요리를 하고, 음식을 먹고 난 후 식기에 물을 받아 놓고 부엌 싱크대에 모아두기만 하면 끝이니까. 전담 요리사가 있으니 오늘은 무엇을 해 먹어야 할까에 대한 고민도 사라진다.
그렇다고 하면, 이렇게 메이드를 고용할 수 있는 이유는 남편의 집안이 엄청난 부자라서일까? 천만의 말씀. 남편은 인도의 평범한 중산층 집안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에서는 중산층 정도만 되어도 집마다 메이드 한 명과 요리사 한 명 정도는 충분히 고용할 수 있다. 그 말인즉슨 그만큼 빈곤층이 많다는 이유이고 또 인도의 시급이 매우 낮고 열악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렇게 매일같이 일해도 메이드의 월급은 한화로 15만 원 정도에 불과하다. 한 집에서만 일을 해서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다. 그들은 한 사람이 네다섯 개 정도의 집을 묶어서 다닌다. 그렇기에 메이드의 업무 퀄리티라는 것은 다소 들쑥날쑥하다. 제한되어 있는 시간 내에 최대한 많은 집을 방문하고, 최대한 빠르게 일을 끝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에는 대충대충 일을 마무리해 놓고 떠나기도 한다.
그들은 따로 정해진 휴일도 없다. 메이드보다 대접이 조금은 나은 직업인 요리사들은 으레 일요일 하루 정도는 휴일로 쉴 수 있다. 그러나 메이드들에게는 그런 것은 없다. 그들이 쉴 수 있는 때는 몸이 아파서 일을 할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곤 일 년에 두 번 정도, 명절뿐이다. 그것도 기껏해야 하루. 지금까지 인도에서 삼 년을 체류하면서 메이드 기타가 쉬는 것을 본 적은 열 손가락으로 꼽을 까 말까한 정도이다.
하인이라 하기엔 더 가깝고, 또 이 관계를 적절하게 묘사하는 표현이 아니기도 하다. 그렇다고 친구나 가족같은 존재라고 하기에는 조금은 어색하기도 한 그들. 메이드는 인도 주부들에게 있어선 어떤 존재일까. 매일같이 얼굴을 보고 살림을 같이 하니 매우 살가운 존재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실제로 메이드와 각별한 사이를 유지하는 일부 인도 여성들은 그들이 자신의 집을 떠날 때 값비싼 금붙이를 선물해 주기도 한다. 물론 이 역시 케이스 바이 케이스이지만.
오늘도 우리는 그들이 제공하는 편리함을 누린다. 그렇지만 늘 한결같이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 그런 나에게 남편은 여기는 원래 이런 곳이라며, 단지 돈을 받고 일하는 사람들이라고 마음 쓰지 말라고 한다. 심지어 다른 곳에 비해 급여를 많이 받는 편인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게으르다며 그는 종종 불평을 하곤 한다. 내가 무슨 성인군자의 마인드를 가진 것도 아니고 봉사를 주기적으로 하는 사람도 아니지만, 이상하리만치 그들에게 마음이 쓰이는 이유를 여전히 잘 모르겠다. 아무래도 내가 여전히 외국인의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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