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사람을 쓴다는 것

물론 쌉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by 김한샘

얼마 전 부엌 청소를 위해 청소 업자를 불렀다. 남편은 "인도에서 사람을 쓴다는 것"은 생각보다 만만하지 않은 일이라고 했다. 호구 잡히고 싶지 않으면 그 사람이 일을 어떻게 하는지 잘 지켜보라는 말과 함께. 벵갈루루를 포함한 인도 전역에서 이름 있는 업체에 연락해서 사람을 불렀다. 냉장고 청소를 포함한 부엌 전체의 꼼꼼한 청소를 지시했다.


그런데 이 남자는 참으로 놀랍게도, 청소를 하는 두 시간 반 동안 내내 누군가와 끊임없이 전화를 하면서 일했다. 한 전화가 끊기고 나면 곧이어 다른 전화가 이어졌다. 대체 일을 하는 건지 마는 건지. 들려오는 전화 소리로만 판단해서는 절대 아니었다. 투철한 성실함을 타고났고 그렇게 일에 임하도록 배우고 자란 한국인인 나로서는 정말 믿어지지가 않는 광경이었다.


불신으로 가득한 나는 중간중간 부엌으로 가서 그 업자가 어떻게 일을 하나 살펴보았다. 다행히 입은 열심히 떠들고 있었지만 손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렇지만 왠지 얄미운 마음이 들어, 괜스레 중간중간 부엌 곳곳을 가리키며 여기도 좀 더 깨끗이 해 달라, 저기도 닦아 달라 이것저것 요청을 했다.


아마도 그 사람은 나를 참 별난 외국인이라고 생각했겠지.


이곳 인도에서는 집집마다 한 명씩 요리사를 고용한다. 여기도 물론 시아버님을 위한 요리사가 있고 그는 하루에 두 번씩 매일 방문한다. 원칙적으로는 말이다. 그렇지만 애초에 이곳에서 한국 사람들과 같은 성실한 근무 태도를 기대하기란 무리다. 정해진 약속 시간을 지키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노쇼도 허다했다. 나는 스스로 음식을 해 먹기에 망정이었지, 만약 내가 고용한 사람이 그렇게 일한다면 아마 지금쯤 화병이 났을 것임은 뻔하고 진작에 그를 자르고도 남았을 것이다.


너그러운 인도 현지 사람들의 기준으로 봐서도 꽤나 불성실했기에 결국 그 요리사는 해고당했다. 그렇지만 얼마 후 찾아온 그는 눈물을 흘리며 다시 일하게 해 달라고 간청했다. 그는 남인도에 속하는 이곳 벵갈루루에서 찾기 힘든 북인도 요리를 할 줄 아는 요리사였다. 입맛이 까다로운 시아버님은 반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그를 다시 고용했다.


다행히 그의 근무 태도는 조금이나마 나아졌다. 물론 여전히 시아버님은 그에게 늘 화가 나 있지만 말이다. 사실 이 요리사는 우리가 생각하는 프로페셔널한 셰프가 아니다. 엄청난 요리 실력을 가진 것도 아니고 부업으로 요리를 하는 사람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적게 일하고 돈을 많이 받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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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의 일이었다. 다음날 시아버님이 먹고자 하는 요리를 그에게 미리 일러두었다. 손이 많이 가는 생선 요리였다. 요리사는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건지 다음날 점심시간에 나타나지 않았다. 남편의 말로는 분명히 복잡하고 손이 많이 가는 요리를 하기 싫어서 일부러 꾀를 부린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렇게 점심 일을 건너뛰고 저녁 식사 시간 즈음에 어슬렁거리며 나타났다. 그렇게 하기 싫은 티를 냈으니 안 시키겠지,라고 생각했던 모양이지만 시아버님은 꽤나 냉정한 스타일이다. 오히려 그에게 다음날에는 반드시 생선 요리를 먹어야 하니 내일도 멋대로 나타나지 않았다간 크게 혼날 줄 알라며 으름장을 놓았다. 무책임함과 게으름의 끝판왕 격인 그 이야기를 남편에게서 듣고서는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곳에서는 나도 모르게 관대함을 잃는 걸까? 아니면 내가 인도에 적응했다는 걸까?

사실 이러한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인도에서도 하층민 중의 하층민이다. 나도 처음에 인도에 왔을 때는 괜스레 그들에게 안쓰런 감정이 들어 많은 것들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들이 한 시간당 얼마를 받는지, 제대로 된 휴일도 복지도 없이 마치 노예처럼 일하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그렇지만 삼 년이 지난 어느새, 나도 모르게 그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이고, 매의 눈으로 그들이 일하는 태도를 지켜보는 나 자신에 대해 미묘한 감정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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