벵갈루루의 이모저모를 살펴봅니다.
몇 년 전 결혼식을 위해 부모님이 벵갈루루에 오셨을 때 가장 인상깊게 본 것은 바로 울창한 나무들과 숲이었다. 더운 나라라 막연히 사막 비슷한 이미지를 생각했는데, 벵갈루루 도시 전역이 초록빛으로 뒤덮여 있어서 놀라셨다고 하셨다. 사실 인도 혹은 인도 여행이라 하면 으레 사람들에게 알려진 이미지는 델리, 바라나시 등의 북인도이니 말이다. 덥고 건조하고, 쨍쨍한 햇빛에 각종 흙먼지가 뒤섞여 목이 타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하는 날씨.
그렇지만 남인도의 벵갈루루는 사뭇 다르다. 벵갈루루 자체가 데칸 고원(Deccan Plateau) 지대에 위치해 주변보다 높은 고도에 있다. 따라서 이곳은 여름에도 다른 인도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서늘하다. 겨울에는 비가 많이 내리는 것이 조금은 흠이지만 그래도 평균 온도가 20도 이하로 내려가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즉, 일 년 내내 크게 덥지도 않고 크게 춥지도 않다. 미국으로 비유하자면 마치 캘리포니아와 같은 날씨를 자랑한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벵갈루루는 나무들의 천국이다. 어느 계절에 이곳을 방문해도 푸르른 나무들이 반겨준다. 벵갈루루는 인도에서도 '가든 시티(Garden City)'라는 별명을 가진 곳이다. 나는 집 앞 공원에서 매일 한 시간 정도 산책을 하곤 하는데, 익숙하게 보아왔던 뾰족한 잎들을 가진 침엽수와는 또 다른 이곳 나무들 만의 매력을 볼 수 있다. 널찍하고 매끄럽게 자라난 나뭇잎들을 보고 있으면 호기심에 한 번쯤 손으로 쓸어 보고 싶기도 하다. 주로 볼 수 있는 나무들은 야쟈수와 반얀 나무 등을 비롯하여 이 지역에서만 자라는 Pongam Tree, Neem Tree 등이 있다.
이러한 나무들의 존재는 벵갈루루의 대기 오염 지수를 다른 도시에 비해 쾌적하게 유지하는 중요한 비결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인도에서 지내게 되면 자연스레 이 대기 오염 지수(AQI, Air Quality Index)를 매일같이 들여다보게 된다. AQI의 범위는 0부터 시작해서 500+까지 있다. 대기 오염도가 낮으면 낮을수록 초록에 가깝고, 더러워지거나 오염될수록 주황이나 빨강에 가까워진다.
특히나 델리 주변의 북인도 지역은 매일같이 이 AQI지수가 짙은 주황색, 혹은 빨간색이다. 잠시 확인해 보니 오늘도 200 언저리를 찍고 있다. 친정이 델리 근처에 있어서 종종 그곳에 머무르곤 하는 형님, Kitty는 델리에 체류하고 돌아올 때마다 늘 감기에 걸리곤 한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벵갈루루의 공기가 훨씬 낫고 쾌적하다고 한다.
벵갈루루의 AQI는 늘 초록색에 가깝다. 50~70 사이를 늘 유지한다. 물론 이곳도 인도인지라 디왈리와 같은 명절 기간에는 사람들이 사방팔방에서 폭죽을 쏘아댄 탓에 100 이상으로 올라가는 경우도 더러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한 가지 안타까운 사실은 이런 벵갈루루도 최근 무리한 난개발의 영향으로 사람들이 나무를 마구 베어내고, 심지어 산을 깎는 등 자연과 환경이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한다. 제대로 된 규제도 없을뿐더러 이를 준수하지 않는다고.
근처 공원에서는 불법으로 오두막을 짓고 사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들이 기르는 닭이라던지 염소와 같은 가축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리고 인도의 길거리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소들의 존재란, 이제 뭐 놀랍지도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며칠 전 길거리에서 마주친 검은 피부의 물소들, 즉 버팔로(Buffalo) 대여섯 마리는 꽤나 인상적이었다. 사진을 찍으려는 나를 눈치챘는지 성큼 이 쪽으로 다가오길래 바로 멀찍이 뒷걸음쳤다.
저렇게 길거리에서 돌아다니는 소들을 누구도 해하려 하지 않고, 심지어 모든 소들이 각자 주인이 있다는 것을 혹시 아시는가 모르겠다. 처음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는 의아함을 금치 못해 여러 차례 되물었던 기억이 난다. 저렇게 유유자적하며 돌아다니는 소들도 각자 주인이 있다니. 심지어 이름표나 어떤 표식 같은 것도 없이 말이다.
"혹시라도 저 소들이 다치거나, 누군가 몰래 다른 곳으로 끌고 가면 어떡해?"
"그럴 일은 절대 없어. 여긴 인도야."
역시 소를 신성시하는 나라이니 그러려니 한다. 그렇지만 이 신성한 소들이 길거리에 제멋대로 생산해 놓곤 하는 배설물들은, 사람들이 곳곳에 무단 투기해놓은 쓰레기들과 함께 인도의 도로 보행의 주적이다. 며칠 전, 산책을 나와 오늘 공기가 좋다고 감상을 늘어놓은 지 단 3초 만에 나는 그 말을 취소했다. 코를 찌르는 소똥 냄새 때문이었다. 신성한 존재라고는 하지만, 그들의 배설물마저 그리 여기는 것은 외국인인 내게는 아무래도 불가능한 것일지도.
산책을 마치고 돌아가려는데 공원 내 널찍한 장소에서 삼삼오오 모여있는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가까이서 보아하니 다들 이 근처에 사는 듯한, 일종의 벵갈루루 동네 주부 모임이었다. 그들은 둥그렇게 모여서는 나긋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다 같이 간단한 체조를 하기도 하고 또 담소를 나누기도 한다. 형형색색의 사리(Saree)와 쿠르티(Kurti)를 입은 그들의 모습은 언제봐도 참으로 다채롭다.
남편에게 물어보니 자신의 어머니도 저렇게 주기적으로 참석하곤 하는 모임이 있다고 했다. 마치 우리나라에서도 어딜 가나 아주머니들이 각종 모임으로 옹기종기 모여있는 것과 같이 말이다. 역시,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하다. 마냥 낯설지만은 않은 정겨운 그 풍경은, 나로 하여금 자연스레 따스한 눈빛을 자아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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