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슈퍼마켓이라고 불리지 않습니다.
지난 주말 남편과 근처의 큰 복합쇼핑몰로 향했다. 결혼식 때 선물로 받은 순금 귀걸이 중 일부를 처분하기 위함이었다. 보석 가게에서 귀걸이를 매입하기 위해서는 품질을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했다. 40분 정도가 걸린다는 말에 쇼핑몰에서 적당히 시간을 때우며 기다리기로 했다. 어디를 가볼까 하고 고민하다 우리는 지하 상가로 향했다.
지하 1층의 많은 가게들 중에서도 유난히 시선을 끄는 곳이 하나 있었다. 간판에 적힌 단어는 'Spar Hypermarket'. 얼핏 보아도 사람들이 주말에 장을 보러 가곤 하는 대형 할인 판매점, 즉 슈퍼임이 틀림없는데 왜 하이퍼마켓(Hypermarket)이라는 생소한 단어를 쓰는 것일까 하고 호기심이 생겼다. 사전을 보면 확실히 '좋은, 대단한'이라는 뜻의 'Super' 보다는 '극도로, 기막히게 좋은'이라는 뜻의 'Hyper'가 한 차원 더 고급진(?) 형용사이긴 하다.
구글맵에서 'Supermarket'을 검색해 보면 비교적 소규모의 동네 가게들이 나온다. 그리고 'Hypermarket'을 검색해 보면 비로소 우리에게 익숙한, 식품과 각종 생활용품들을 포함한 다양한 품목들을 취급하는 대형 마켓들이 보인다. 아무래도 인도에서는 이렇게 최신식의 설비와 큰 규모를 갖춘 곳이라는 의미에서, 슈퍼마켓이 아닌 하이퍼마켓이라는 특별한 이름으로 부르는 것 같다.
남편은 어렸을 때 작은 시골 마을에서 자랐다. 그는 인도에서 이렇게 큰 규모의 마켓을 처음 봤다며 굉장히 놀라워했다. 나 역시 인도에 오고 나서 단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슈퍼마켓의 등장에 신이 나 빠른 발걸음으로 향했다. 역시 전 세계 어디를 가도 시장 구경은 늘 흥미진진한 법.
그런데 마켓 직원의 손길이 잠시 우리를 가로막았다. 문제는 우리의 손에 든 종이 가방과 어깨에 맨 백팩. 직원은 스테이플러로 종이 가방 입구를 서너 군데 꼼꼼히 집어 입구를 막았다. 그리고 한술 더 떠, 백팩은 위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흰색의 작은 케이블 타이로 가방의 지퍼를 열 수 없게 잠가버렸다. 그래도 정중한 태도에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그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이런 경험은 겪어본 적이 없어 조금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도둑질을 방지할 목적이니 그러려니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도에 얼마나 좀도둑이 많으면 이런 방법까지 필요한 것일까.
슈퍼마켓이란 사실 전 세계 어딜 가도 비슷하니, 인도에서만 특별히 볼 수 있는 것들 위주로 소개하려 한다. 우선 첫 번째, 인도 사람들은 왼쪽 상단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스테인리스제 식기를 정말 좋아한다. 싸고, 깨질 염려도 없고, 십 년은 거뜬히 쓸 수 있을 정도로 내구성이 뛰어나다. 또한 많은 인도 서민들이 도자기와 같은 값비싼 식기를 쉽게 살 수 없는 이유도 한몫할 것이다.
또한 스테인리스를 선호하는 이유는 설거지를 주부가 직접 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메이드의 손에 맡기기 때문이기도 하다. 혹여나 설거지를 하다가 컵이나 접시를 떨어뜨려 깨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겠는가. 깨진 식기가 아까운 것은 둘째 치고, 인도 메이드들의 낮은 급여로는 그렇게 못 쓰게 된 식기를 보상할 금전적 여유 같은 것은 없다.
그리고 오른쪽 상단에서 볼 수 있는 도시락통 같은 것은 바로 음식 보온 용기이다. 인도 중산층들은 대개 요리사가 하루에 한두 번 정도 그들의 집에 방문해서 먹을 끼니를 미리 만들어 놓곤 한다. 메이드와 마찬가지로 요리사 역시 한 집에서만 일하는 것이 아니므로 방문 시간은 제각각이고 정확히 밥때에 맞춰서 음식을 해주지도 않는다. 그럴 때 사용되는 것이 음식을 오랫동안 따뜻하게 보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보온 용기들이다.
구석구석 구경하다 보니 익숙한 붉은 상자의 초코파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진열장 가득 꽉 차있는 초코파이들을 보자 성큼 드는 반가운 마음. 요즘 인도에서 우리나라 초코파이는 사실 동네 구멍가게에서도 볼 수 있을 정도로 굉장히 흔해졌다.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오렌지맛이 진열되어 있는데, 그 외에도 망고 맛이나 딸기 맛도 인기가 있다.
과일 및 야채 코너는 제철 품목 위주로 진열되어 있다. 글을 쓰고 있는 11월에 제철인 과일들은 구아바, 석류, 파파야 등이 있다. 예전에 인도에서 그야말로 인생 석류라고 부르고 싶은 석류를 먹은 적이 있는데, 이렇게 잘 익은 석류는 과육이 어느 정도 붉다 못해 검붉을 정도로 아주 진하게 익어 있다. 알갱이들을 와작 씹으면 입안에서 톡톡 터지며 아주 달콤한 과즙이 터져 나온다. 그 맛은 웬만한 석류 주스는 저리 가라다.
마치 발냄새와 같은 쿰쿰한 냄새가 난다며 파파야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꽤나 좋아하는 편이다. 잘 익은 파파야를 깨끗이 씻은 후 겉껍질을 깎아내면, 분홍빛과 주황빛이 오묘하게 섞인 듯한 색깔의 파파야 속살이 드러난다. 반을 가르고 가운데에 자리 잡은 씨들을 긁어내서 버린 후 잘라먹는다. 냉장고에 잠시 보관했다가 차게 먹으면 더 맛있다. 잘 익은 파파야는 마치 아이스크림처럼 입에 넣자마자 스르르 사라진다.
그리고 짜이의 나라인 인도답게, 인도식 홍차인 마살라 짜이(Masala Chai)가 진열장 한 곳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우리나라 믹스 커피처럼 물만 부으면 바로 완성이 되는 인스턴트식 짜이도 있다. 또한 짜이를 마실 때 쓰는 찻주전자 및 찻잔 세트도 바로 근처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석류를 포함해 주전부리를 몇 가지 고르고 나서 계산대로 향했다. 계산대의 풍경이나 계산 절차는 여느 슈퍼마켓과 동일했다. 그 외에도 우리에게 익숙한 다양한 식품들 및 생활용품들이 마켓의 곳곳을 채우고 있었는데, 조금은 색다른 풍경이 될지도 모르니 사진을 추가로 더 첨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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