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앱 인스타마트를 통해 살짝 엿본 한국의 인기
인도를 생전 처음으로 방문한 것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기세가 한풀 꺾이기 시작한 2022년 여름이었다. 시댁 식구들에게 첫인사를 할 겸 그리고 인도에서의 결혼식을 준비하기 위함이었다. 벵갈루루는 글로벌한 도시이니 웬만한 한국 음식은 다 구할 수 있을 거라는 남편의 호언장담만 믿고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은 채로 인도로 향했다.
그렇지만 당시 배달 앱 스위기(Swiggy)에서 'Korean'이라고 검색하면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얄밉게 한국 음식인 체 하는 중국 혹은 일본 요리들이 전부였고, 한국 식료품을 파는 가게를 찾을 수 없었던 것은 당연지사. 그나마 나에게 소소한 위안이 되어 주었던 것은 바로 초코파이였다.
그렇지만 3년이 흘러 지금은 2025년, 오징어 게임과 케데헌 열풍으로 이미 상황은 역전된 지 오래이다. 인도에 올 때마다 마치 연례행사처럼 스위기에서 한국 음식과 식료품 등을 찾아보곤 했는데, 올해는 검색 결과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불과 3년이 흘렀을 뿐인데 예전보다 훨씬 더 다양한 품목의 한국 물건들을 찾을 수 있었으니까.
스위기 인스타마트(Swiggy Instamart, 이게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이 브런치북의 두 번째 글을 참조 바랍니다.)에서 'Korean'을 검색하면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것들이다. 역시 인도 사람들에게 한국은 매운 라면의 나라인 것 같다. 우리에게 익숙한 농심 신라면과 삼양 불닭볶음면이 검색 결과의 맨 위를 차지한다.
Maggi라는 브랜드는 인도에서 농심과도 같은 위상을 갖고 있는 국민 라면 제조업체인데, 아예 한국식 바비큐 맛의 라면을 따로 내놓았다. 그 외에도 다른 인도의 여러 식품 브랜드들이 한국 라면을 출시한 것을 볼 수 있다. 익숙한 오징어 게임의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패키지들이 시선을 끈다.
일본 라면 회사인 닛신에서 한류 열풍에 편승하고자 출시한 라면들도 보인다. 참고로 상단의 스크린샷들은 실제 검색 결과의 4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실제로 판매되는 상품들의 가짓수는 훨씬 많다.
인도인들이 매운 것을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체적으로 아주 더운 열대 몬순 기후를 가진 인도는 다양한 종류의 고추들이 풍족하게 자라는 세계적인 고추 주산지 중 하나이다. 실제로 인도에서 생산되는 고추의 종류는 무려 50가지가 넘는다. 유명한 카슈미르 칠리, 데기 칠리, 그린 칠리를 비롯하여 세계에서 가장 매운 고추로 유명한 부트 졸로키아까지.
또한 무지막지한 인도의 더위를 이겨 내기 위해서가 아닐까. 혀가 얼얼해질 정도로 매운 음식을 먹고, 땀을 뻘뻘 흘려서 신진대사를 촉진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역시 이열치열 정신으로 여름에 뜨거운 삼계탕을 먹으며 삼복더위를 이겨내듯이 말이다. 이렇게 자의 반 타의 반, 혹은 타고난 환경적 요인 덕분인지 인도 사람들은 고추를 팍팍 때려넣은 매운 음식을 정말 좋아한다. 한국인들의 '맵부심'은 저리 가라다.
만약 누군가 매운 음식에 도전하는 것을 즐긴다면 한 번쯤은 인도를 방문해 보는 것도 추천하고 싶다. 신세계를 맛볼 것이다.
참고로 나는 소위말하는 '맵찔이'다. 한국에서도 매운 것을 그다지 잘 먹지 못했는데 이곳 현지에서 먹는 인도 음식은 때로는 무시무시할 정도로 위협적인 존재이다. 덕분에 인도에서 배달 음식을 주문할 때 항상 "NOT SPICY, NO PEPPER PLEASE"라는 문구를 요청사항에 추가하곤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약하디 나약한 한국인의 내 위장이 버틸 수가 없다.
그런 내게 불닭볶음면이란 아무리 노력해도 그 인기를 이해하기에는 사뭇 어렵기만 한 존재가 아닐까. 인도 출신인 남편을 포함해서 매운 것을 잘 먹는 사람들에게는 그렇게나 맛있는 라면인 모양이지만 말이다. 어쨌든 인도에서도 불닭의 인기는 정말이지 대단해서, 'Buldak'이라는 고유명사로 검색해도 다양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심지어 짝퉁 불닭소스도 여기서 구할 수 있다.
짝퉁 불닭소스를 판매하는 Urban Platter라는 브랜드는 이국적인 식료품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곳이다. 일반적인 인도 슈퍼에서 찾아볼 수 있는 식료품보다는 가격대가 조금 더 있다. 최근 여기서도 다양한 품목의 한국 식료품을 취급하기 시작했다. 고추장, 고춧가루, 칼국수면을 포함하여 간장과 굴소스도 판매한다. 실제로 나는 한인마트에서 산 물건들이 다 떨어지거나, 급하게 한국 식재료가 필요할 때면 대체제를 여기서 종종 구매하곤 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롯데, 혹은 오리온의 브랜드 이름으로 검색해도 흥미로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특히 롯데는 3년 전만 해도 초코파이 밖에 찾을 수 없었는데, 요즘에는 위에서 볼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과자 및 아이스크림 품목을 취급하고 있다. 아쉽게도 오늘 재고가 떨어진 모양인지 한 종류뿐인데, 몇 주 전에는 훨씬 품목이 다양했다.
라면만큼이나 최근 인기가 있는 한국 음식은 바로 떡볶이. 떡볶이 없이는 못 사는 나로서는 반갑기 그지없는 소식이다. 그 외에도 유명한 한국 음식의 대명사는 바로 김치. 저 김치맛 팝콘은 대체 어떤 맛이 날까? 도전해보고 싶으나 섣불리 용기가 나지 않는다. 한쪽 구석에 보이는 '김치 마살라'라는 것은 아마도 김치 맛 비슷한 양념장인 것 같다.
그 밖에도 이곳 인도에서도 뽀로로의 위상은 건재한 건지 뽀로로 음료수를 찾아볼 수 있었다. 또한 'Korean Bun'이라고 적혀 있는 저 빵은 실제로 인도 전역의 수많은 베이커리에서 동일한 형태와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다. 먹어 본 적이 있는데, 평범한 마늘빵 맛이다. 왜 굳이 한국 스타일 빵이라고 불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매운 라면을 제외하고 가장 인지도가 높은 한국 상품이라면 바로 K-beauty, 한국 화장품이다. 한국 화장품도 불과 3년 사이에 인도에서 빠르게 시장을 확장했다. 마스크팩은 이제 뭐 디폴트로 갖추고 있다. Quench라는 저 인도 화장품은 한국식 스킨케어와 화장품에서 영감을 받아, 인도 시장과 소비자들을 겨냥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브랜드이다. 자세히 검색해보지 않으면 한국 제품인지 아닌지 헷갈릴 정도로 세련된 제품 디자인 및 브랜딩이 돋보인다.
이렇듯 2025년의 인도는 이제 한국을 더 이상 ‘낯설고 특별한 무언가’로 바라보지 않는다. 마치 오래전부터 함께해 온 맛인 듯, 일상 한가운데서 자연스럽게 선택하고 즐기는 것이 한국이다. 몇 해 전만 해도 상상조차 어려웠던 풍경들이 어느새 당연한 일상으로 스며들어 있다. 이렇게 두 나라 사이의 문화적 거리가 눈에 띄게 가까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해마다 고스란히 체감하곤 한다.
후끈한 더위 속에서 매운맛을 즐겨 온 인도인의 미각과 한국 음식 특유의 자극적인 매력이 맞닿으며, 한국의 맛은 인도인의 삶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그리고 이런 변화는 단순한 음식 유행 이상의 의미를 품고 있다. 그 너머에 자리잡고 있는 것은 바로 인도인들의 한국 문화에 대한 진심 어린 호기심과 애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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