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 사무이를 짧게 한 바퀴 둘러보며 느낀 것들
꼬 사무이 하면 리조트라고 말했지만, 하루 이틀 정도는 시간을 내어 꼬 사무이의 이모저모를 둘러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불교를 믿는 나라인 태국의 꼬 사무이인 만큼, 작은 섬의 규모에도 불구하고 곳곳에 사원들이 있었다. 우리는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두 곳을 골라 방문했다. 첫 번째로 들른 곳은 '빅 붓다(Big Buddha)'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사원 'Wat Phra Yai'.
우리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왓 프라 야이의 규모와 위용은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어째서 빅 붓다라는 별명이 붙었는지 자연스레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커다란 규모의 황금빛 불상.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는 부처의 모습. 바다를 바라보는 높은 언덕 위에 세워진 이 사원은, 꼬 사무이 제일가는 풍경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우리는 이곳에서 짧은 명상을 하고 나왔다.
다음 목적지까지 구글맵으로 도보 30분이 걸린다는 내 말에, 남편은 호기롭게 그럼 걸어가 보자며 앞장섰다. 생각보다 꼬 사무이에는 걸어 다니는 관광객들이 많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로의 노면 상태라던가 보행자 도로의 포장 상태는 그다지 좋지 않다. 이곳에서 많이 걸어 다닐 일이 있다면 발이 편한 샌들 혹은 가벼운 운동화를 추천한다. 슬리퍼나 플립 플랍은 좋은 선택지가 되긴 힘들다.
맑은 날씨를 기원했던 우리의 바람을 들었는지, 어느새 해가 쨍쨍해진 날씨. 그렇지만 필연적으로 햇빛은 더위를 선사한다. 덕분에 십여 분 밖에 걷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 와중에도 우리는 도로에 있는 표지판의 오타를 보며 키득거렸다. 'Violators will be fine according to the law'. 사실 이 말은 틀렸다. 'Violators will be fined', 즉 '규칙을 위반하면 벌금이 징수됩니다'가 맞는 표현이다.
꼬 사무이 역시 불어난 관광객으로 인해 각종 쓰레기 무단투기로 몸살을 앓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꼬 사무이에서 머무는 동안 느낀 것이 하나 있었다. 이 작은 섬은 유명한 관광지이긴 하지만 섬의 규모와 본토에서 먼 위치 때문인지 인프라가 굉장히 부족했다. 리조트 밖의 다른 곳들은 꽤 낙후되었거나 지저분한 곳도 많았다.
최근 꼬 사무이를 비롯해 오버투어리즘으로 몸살을 겪는 국가나 도시들이 많다고 들었다. 관광객의 존재란 과연 그러한 장소와 사람들에게 진정으로 유익한 것인가 혹은 그 반대일까 생각해 본다.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바다가 보이는 작은 카페에 들렀다. 그런데 우리의 앞에 계산하려고 줄 서있던 어떤 관광객들이 곤란한 표정으로 카페 주인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들렸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그들은 곧 이곳을 떠나기 위해 공항으로 갈 예정인데, 환전해 온 태국 바트화가 부족해 계산대에서 쩔쩔매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카페는 현금만 받는 곳이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남편은 참으로 친절하게도 생전 처음 본 그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그들이 필요한 현금을 보태주겠다는 것도 모자라 이왕 이렇게 된 것 자신이 한턱내겠다는 것. 그들은 여러 차례 사양했으나 여행지에서는 이런 생각지 못한 친절도 있지 않냐며 남편은 기어코 그들을 도와주었다. 사실 10달러가 채 되지 않는 아주 적은 액수이긴 했다. 그들은 고맙다는 말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
그런데 복을 베풀면 그것은 배가 되어 돌아온다고 하지 않던가? 이 광경을 지켜본 카페 주인은 서투른 영어 솜씨로 일을 해결하기가 힘들었는데, 도와줘서 고맙다며 우리가 주문한 수박 주스를 무료로 주겠다고 했다. 우리 역시 한두 번 사양했으나 곧 카페 주인의 호의를 받아들였다. 인자해 보이는 인상을 가진 그는 심지어 우리가 내기로 한 전 손님의 주문 금액도 절반 정도밖에 받지 않았다. 후덥지근하고 정신없었던 꼬 사무이의 섬에서 경험한, 작은 친절이 배로 돌아오는 감사한 순간이었다.
시원한 공짜 수박 주스와 어느 이름 모를 카페 주인의 친절함의 힘으로, 우리는 또 다른 유명한 사원인 'Wat Plai Laem'으로의 걸음을 재촉했다. 이 사원에서는 거대한 18손 관음상과 웃는 부처상을 볼 수 있었다. 웃는 부처상 앞에서는 우리 둘 다 환한 미소를 지으며 사진을 찍었다.
태국식 불교 사원의 특징 중 하나를 꼽자면 아무래도 힌두교와의 융합이 아닐까. 바로 위에서 볼 수 있는 두 신상은 사실 힌두교의 신, 왼쪽은 파괴와 창조를 담당하는 '시바', 그리고 오른쪽은 질서와 유지를 담당하는 '비슈누'이다. 나 혼자였다면 아무래도 "아, 특이하게 생긴 부처 상이네." 하고 그저 대수롭지 않게 넘겼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힌두교 신자인 남편과 함께 여행했던 덕에 이러한 새로운 사실들을 알 수 있었다.
이곳 외에도 태국 전역에 있는 불교 사원에서는 심심찮게 이러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사실 힌두교는 불교보다도 훨씬 그 역사가 오래된 종교이다. 이처럼 남아시아 전역을 여행하다 보면 힌두교의 영향력을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다.
저녁 시간 즈음에는 꼬 사무이에서 이름난 곳 중 하나인 'Fisherman's Village'에 들렀다. 직역하자면 어부들의 마을이라는 이곳은 꼬 사무이에서 가장 활발한 식당가 겸 상업 지구이다. 사실 이곳에 들른 목적은 바로 불꽃놀이 쇼를 보기 위함이었다. 우측 상단에 있는 사진에 나온 'Coco Tam's'라는 레스토랑 바로 앞의 해변가에서 볼 수 있다.
아쉽게도 좋지 않은 날씨와 거센 바람 탓에 오늘의 불꽃놀이 쇼는 취소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렇다면 할 수 없지, 밥이라도 먹고 가자고 결정을 내렸다. 피셔맨스 빌리지에서 꽤나 이름난 장소 중 하나답게, 이곳은 비록 불꽃놀이 쇼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늘 손님들로 북적이는 곳이었다. 이곳에서 먹었던 시푸드 플래터, 그리고 리치 수박 주스는 꼬 사무이에서 가장 맛있게 먹었던 음식 중 하나였다.
조금씩 새카매지는 어두운 바다를 바라보며 식사를 하고 있자니, 관광객들을 겨냥한 잡상인들이 식당 앞 해변을 하나둘씩 메우기 시작했다. 그들은 꽃다발부터 시작해서 각종 액세서리들, 꼬 사무이 관광 기념품 등을 흔들어 보였다. 상인의 절반 정도는 아이들이었는데,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가격을 물어보았다. 생각보다 높은 값을 불렀기에 아무것도 사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꼬 사무이는 태국의 다른 곳보다 전반적으로 물가가 높다.
리조트로 돌아가기 전 태국 관광의 꽃인 야시장 구경을 해보았다. 사실 나는 태국 경험 2회 차이다. 그래서인지 이제 태국 야시장의 물건들을 보아도 더 이상 눈이 뒤집힐 것 같은 구매 충동을 느끼진 않는다. 그래서 조금은 심드렁한 마음으로 거리 가득한 좌판, 그리고 물건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인도 시장과 별다를 것이 없다며, 원래 쇼핑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남편도 조용히 걷고 있을 따름이었다.
그런데 그런 내 눈길을 단숨에 사로잡은 것이 있었다. 바로 바나나 로띠. 태국 길거리 간식 중 최애인 바나나 로띠가 바로 눈앞에 있는 것이 아닌가. 신난 목소리로 들뜬 나는 냉큼 누텔라 바나나 로띠를 하나 주문했다. 기름에 튀겨진 얇은 크레이프 반죽에 따뜻하게 조리된 바나나. 그 위에 뿌려진 달콤한 누텔라와 연유까지.
2016년에 태국 카오산 로드에서 처음 먹어본 이후로, 자그마치 십 년 이후 다시 조우한 바나나 로띠의 존재는 참으로 달콤했다. 그리고 미친 듯이 달짝지근하고 기름졌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당연히 내 입맛도 변한 것이 틀림없는 걸까? 바나나 로띠의 맛은 내가 기억하고 있던 것만큼 환상적이지는 않았다.
십 년 태국에서의 나 자신과 지금 나 자신을 비교해 본다. 그 사이 아주 많은 것들이 변했다. 조금은 씁쓰레한 감정이 들면서도 그보다는 훨씬 더 좋은 쪽으로 여러 면들이 변해 왔기에 그것으로 위안을 삼아 본다. 그렇게 바나나 로띠는 나에게 반추의 시간을 남기고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