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서울시향 신년음악회, 2025 대원신년음악회 리뷰
지난 1월 10일에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이하 서울시향)의 신년 음악회가 세종문화회관에서 진행됐고, 바로 다음날인 11일에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KBS교향악단의 연주로 대원문화재단의 신년음악회가 열렸다.
서울시향은 당초 예정된 프로그램에서 무안항공 여객기 참사를 추모하기 위해 엘가의 ’수수께끼 변주곡‘ 중 9번 님로드를 프로그램의 첫 곡으로 연주하였다. 이에 님로드를 연주하기 전에 지휘자 얍 판 츠베덴이 곡이 끝나고 박수를 치지 말고 묵념을 해달라며 마이크를 붙잡고 언급하기도 했고, 각 좌석 뒷편에 달린 작은 디스플레이 화면을 통해서도 안내가 되었다. 님로드가 끝난 뒤 그 누구도 박수를 치지 않았다. 그렇게 추모의 시간을 먼저 가진 뒤에 신년 음악회가 진행됐다.
이후 멘델스존의 교향곡 4번이 연주됐다. 현악기를 중심으로 리듬을 통일한 채 곡을 풀어나갔다. 대체로 주선율의 흐름을 단순화시킨 모습이었는데, 이 때문에 음형의 상행과 하행의 곡선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특히 1악장은 곡의 밝은 분위기를 제대로 표현할 생각이 없는 듯했다. 직선적인 연주는 곧 곡의 생기를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적용하면서, 밝고 찬란하게 빛이나는 이탈리아의 풍광을 그려낸 원형적인 이미지가 그리워졌다.
이와 더불어 1악장 초입부에 플루트, 클라리넷, 바순, 호른이 함께 연주될 때 관악기의 앙상블이 절묘하게 흘러나오지 않고 호른의 음색이 지나치게 두드러졌다. 비슷한 맥락으로 2악장 초입부 중 제1바이올린과 제2바이올린이 연주하며 플루트가 함께 호흡을 맞춰나가야 할 때에는 플루트의 음색이 튀는 부분이 생기기도 했다. 통일된 리듬과는 달리 악기군마다 표현해내야 하는 색채감 또한 블렌딩되지 않아 썩 조화롭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현악기를 기반으로 이뤄지는 통일된 리듬은 음형과 템포에 특별히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 곡이 단조로워졌고, 악기군마다 이뤄지는 색채감이 조화롭지 않아 곡의 원형적인 모습을 그려내지 못한 연주로 이뤄졌다. 이런 모습은 아이러니하게도 ‘님로드’의 연주와 함께 여러모로 밝은 분위기를 갖고 힘차게 새해를 시작할 수 없는 뒤숭숭한 우리나라 정세와 일정 부분 맞물려 있다는 생각도 함께 하게 됐다.
2부 첫곡으로는 만 16세 바이올리니스트 김서현의 협연으로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했다. 대체로 훌륭한 연주였다. 전체적인 연주의 인상은 강직한 면모를 보이며 조금은 두터운 듯 부드러운 음색으로 연주를 하였다는 점이다. 또한 선 굵은 비브라토를 자주 사용함으로써 감정적으로나 테크닉적으로 대담한 연주를 이어가기도 했다.
다만 김서현은 나이가 어린만큼 풀어 나가야 할 숙제도 여럿 보였다. 프레이즈의 끝부분에서 미는 음을 사용하여 마무리하는 경우 그 음이 매우 짧게 스쳐 지나가 깊은 호흡으로 프레이즈를 마무리하였다면 더욱 좋은 연주를 들려주었을 것이다. 또한 2-3악장에 걸쳐서 프레이즈를 명확하게 나누지 않고 연주를 하였고, 2악장을 해석 할 때 감정적인 빌드 업이 매우 완만한 편이었기 때문에 클라이맥스 구간을 접하는 순간 곡이 밋밋하게 들리기도 했다. 곡의 흐름을 명확하게 구분짓고, 감정적인 빌드업을 좀 더 신경써서 연주를 하였다면 관객들에게 보다 친절한 전달자가 되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때때로 왼손에 집중한 나머지 활의 각도를 효과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겼는데, 이는 음과 음사이의 거리가 벌어지면서 음형의 형태가 어색해지기도 했기 때문에 테크닉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풀어나가야 할 숙제가 보였다.
그럼에도 현재 김서현의 모습은 프로 연주자로서 자질이 충분하고, 몇 수준 이상의 도약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 보였기 때문에, 몇 가지 숙제를 계속해서 연구하고 보완해나간다면 관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 연주자로 거듭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어서 서울시향은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박쥐> 서곡과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을 이어서 연주했다. <박쥐> 서곡은 츠베덴 특유의 빠른 템포로 곡을 운영하였으며, 앞서 멘델스존 교향곡 4번에서 지적된 직선적인 연주는 <박쥐> 서곡에 와서야 곡선의 형태로 변화된 모습이었다.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은 다시 직선적인 연주가 이어졌다. 춤을 추듯 넝실거리는 리듬이 부각되지 않아 아쉬움이 컸다. 다만 음향적으로 독특한 분위기를 내뿜었는데 큰북과 작은북이 존재감을 드러내며 곡의 분위기를 장식하였기 때문에 라벨의 ‘볼레로’를 잠깐 떠올려보는 연주이기도 했다.
대원문화재단 신년음악회의 경우에는 앙코르로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2번’ 2악장을 조명하고, ‘쇼스타코비치 로망스’를 연주하기도 했다. 공연의 성격을 고려할 때 뻔하지 않은 앙코르였다는 점에서 의외성을 느껴본 시간이었다. 마지막 앙코르는 ‘그리운 금강산’이었다. 이 부분에 대해선 예상 가능한 선곡이었지만, 시벨리우스 교향곡 2번을 메인 프로그램으로 올렸던 걸 떠올려보면 결국 이번 신년음악회의 주요 주제는 민족적 정서를 건드려 화합을 도모하고자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메인 프로그램이었던 베토벤 ‘삼중협주곡’과 시벨리우스 ‘교향곡 2번’ 모두 그저 그렇게 흘러가는 연주속에 앙상블이 맞지 않아 어긋나고 어색한 음형의 순간들을 마주하여 아쉬움이 남았다.
시벨리우스 교향곡 2번의 경우 숲이나 호수를 떠올려보기엔 여러 구간에서 어색한 표현이 많아 곡을 시각화하는 연주는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민족적 정서를 건드려 하나의 영웅을 나타내는 형태로 해석하기를 기대하였다. 하지만 KBS교향악단의 연주에는 악기군과 악기군의 음형이 자연스럽게 이어 붙지 않는 형태가 이어지다 4악장의 코다 중간 부분이 되어서야 점차 커져가는 음량 사이로 여러 음형들이 자연스럽게 접착되었다. 기본적인 앙상블이 악기군마다 미묘하게 맞지 않으니 지휘자나 음악가들이 풀어내는 특별한 해석과 의도를 정확하게 캐치하기 어려웠다.
워딩이 아주 같지 않지만, 사회를 보았던 피아니스트 김주영은 2부 시작 전 ‘흐린 날과 같은 신년’을 보내고 있다는 뉘앙스로 현재 우리네 모습을 표현하였다. 이번 대원신년음악회를 이것과 연계한다면 불완전하지만 어찌어찌 그럴듯하게 넘어가 결국 코다에 가서야 앙상블이 부착되는 모습을 보여줘 현재 우리나라의 모습을 의도치 않게 풍자한 모습처럼 비추어지기도 했다.
두 공연을 보며 앙상블과 음악성의 중요성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서울시향은 악기군의 색채감이 더 통일되어야 곡의 섬세한 흐름과 다채로운 표현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멘델스존 ‘교향곡 4번’에서 직선적인 연주로 인해 곡의 생기가 줄어들었으며, 밝고 찬란한 이탈리아의 풍광을 담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반면, KBS교향악단은 악기군의 음형이 명확히 맞아떨어지지 않아 전체적인 앙상블이 어긋나는 모습이 종종 드러났다. 시벨리우스 ‘교향곡 2번’에서도 감정선과 구조적인 해석이 부족해 단조로운 인상을 남겼다.
두 오케스트라 모두 앙상블을 더 단단히 맞추고 음악성을 강조한다면 훨씬 설득력 있는 연주를 선보일 수 있을 것이다. 음악은 단순히 기술적 완성도를 넘어선 감동과 해석의 전달이 중요한 예술이다. 앞으로 더 깊이 있는 연주로 관객에게 큰 울림을 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