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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교향악축제를 앞둔 진주시향의 정기연주회 리뷰

진주시립교향악단 제112회 정기연주회

by 이 강원 Mar 24. 2025

지난 3월 22일, 경상남도 진주에 위치한 경남문화예술회관 대극장에서 진주시립교향악단(이하 진주시향)의 제112회 정기연주회가 열렸다. '운명과 사랑의 교향곡'이라는 타이틀로 이뤄진 이번 공연은 상임지휘자 정인혁의 지휘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돈 후안, 클라리넷과 바순을 위한 듀엣 협주곡, 베토벤 교향곡 제5번이 무대에 올랐다. 협주곡은 클라리네티스트 조인혁과 바수니스트 김민주가 협연자로 나섰으며, 오는 4월 16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교향악축제에서 다시한번 진주시향과 함께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참고로 진주시향은 교향악축제에서 베토벤 교향곡 9번을 연주할 예정인데, 이런 맥락에서 이번 정기연주회는 교향악축제 프로그램의 일부를 미리 선보이는 '프리뷰' 성격과 지역에서 진행하는 정기연주회의 성격이 혼합된 공연이었다.


진주시립교향악단 제112회 정기연주회 포스터(사진=진주시립예술단)


이번 공연에서는 곡에 따라 완성도에 큰 편차가 있었다. 특히 1부의 슈트라우스 <돈 후안>은 연주의 완성도와 해석 양측면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이에 반해 2부에 진행한 베토벤 교향곡 제5번은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여주며 다가올 교향악축제 무대를 위한 방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슈트라우스의 돈 후안에서 정인혁은 주선율을 선명하게 제시하는 방식으로 연주를 이끌며 현악기를 통한 멜로디를 명료하게 표현했다. 다만 셈여림을 세밀하게 표현하지는 못해 현악기의 연주는 대체로 단조롭게만 흘러가 표면적인 음형의 전달만 이뤄졌다. 이러한 해석은 곡을 수평적으로만 정돈하면서 돈 후안이라는 인물의 다양한 모습을 입체적으로 전달하는 데 분명한 한계점으로 작용했다.


한편 보조 선율의 경우 앙상블이 맞지 않고 음형이 매우 지저분했다. 특히 관악기의 연주는 거의 대부분의 구간에서 낮은 완성도를 보였다. 박자가 앞서거나 밀리는 경우도 더러 있었고, 음색의 통일성, 음정 문제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발생했다.


특히 오보에 솔로 연주를 피아니시모로 마무리하고, 클라리넷이 흐름을 이어받을 때 포르테로 연주했다고 봐야할 만큼 음량의 대비가 컸고, 음색도 날카로웠다. 이 부분에 대해 오보에 악상 표기에 맞춰 두 악기의 음량 대비가 크게 나타날 수 있지만, 소리의 질감 자체는 부드럽게 표현하도록 되어 있어 연주를 이어받는 과정에서 감정의 결이 어느 정도는 맞아야 하는데, 표현에 괴리가 있어 아쉬움이 있었다.


이 곡은 교향시라는 곡의 특성을 고려하여 음형의 형태를 자연스럽게 나타내야 관객들이 표제에 붙은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상상해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맥락에서 보았을 때도 아쉬움이 드러난 연주였다. 가령 곡의 초입부를 생각해 보자. 돈 후안의 정열적인 캐릭터는 연주 전개 초반 격렬한 음형과 셈여림으로 드러나야 한다. 그러나 진주시향은 9번째 마디에서 몰입을 방해하는 연주를 했다.


앞선 마디에서 포르티시모와 악센트를 통한 연주가 이어진다. 이후 한 박자 쉬고 악상 표기가 없는 음을 투티로 연주하는 데 진주시향은 호흡을 가다듬는 형태가 두드러졌고, 직후에 이어지는 음처리는 희미하게 연주되면서 프레이즈를 풀어가는 흐름이 부자연스러웠다. 심지어 이 과정에서 호른의 음이탈이 나오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돈 후안이라는 캐릭터를 그려나가는 데 있어 몰입에 방해가 되었다. 이러한 부분은 활의 각도와 팔의 무게를 적절하게 고려하지 않은 채 연주하여 음정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한 악장의 솔로 연주 등 여러 구간에서 걸쳐 지속적으로 문제가 발생했다.


진주시립교향악단과 협연한  클라리네티스트 조인혁과 바수니스트 김민주(사진=이강원)


반면 2부에서 연주한 베토벤 교향곡 5번은 여러 면에서 개선됐다. 비록 1악장의 도입부에서 제1바이올린 파트 중간 부분 연주자들이 템포가 밀리는 현상이 발생하는가 하면 2악장에서 바순이, 4악장에서 피콜로가 각각 아티큘레이션을 분명히 표현하지 않아 음형이 분명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으나 각 악기군마다 음색과 앙상블 측면에서 자연스럽게 흐름을 만들어나가 앞서 연주한 슈트라우스의 돈 후안에 비해 상당 부분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특히 2악장에서 클라리넷, 플루트, 오보에, 바순이 순차적으로 연주될 때 음량과 톤이 일정하여 프레이즈의 연결성 측면에서 매끄러운 흐름으로 곡을 풀어내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으며, 지휘자가 부분별로 프레이즈를 해석할 때 현악기가 정확한 박자 속에서 등시적으로 반복되는 리듬 패턴을 선보여 음형이 깔끔해지는 효과로 이어졌다.


다만 지휘자가 곡을 해석하는 관점에서는 등시적 리듬 패턴과 더불어 프레이즈의 말미에 음을 길게 연주하는 부분을 여러차례 일관되게 표현해냈는데, 이는 구조적으로 밀도감은 낮게 표현되어 어둠에서 광명으로 이어지는 과정과 메시지의 전달 부분에 있어 설득력은 떨어지는 편이었다.


결과적으로 이번 정기연주는 진주시향의 역량이 곡 해석과 연주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모든 곡에 걸쳐 안정적인 연주를 일관되게 보여주지 못했다. 1부 슈트라우스의 돈 후안에서 나타난 여러 문제점을 곡이 끝날 때까지 극복하지 못했고, 2부 베토벤 교향곡 5번에 이르러서야 안정적인 연주를 이끌며 균형감이 있는 완성도를 보여줬다. 연주 완성도의 편차는 단순한 기술적 문제를 넘어, 오케스트라가 레퍼토리 해석에서 어떤 중심축을 설정하고 이를 어떻게 구현해내는가에 대한 방향성도 고려해야 한다. 교향악축제와 같이 외부 시선이 집중되는 무대에서 진주시향이 자신들만의 정체성을 어떻게 정립해나갈 것인지는 일종의 과제로 남는 시간이었다.


교향악축제에서 연주하게 될 베토벤 교향곡 9번은 4악장에서 성악 가수와 합창단이 가세한다. 곡의 특성상 모든 인원이 함께하는 형태의 리허설 시간은 절대적으로 부족할 테다. 그럼에도 각 악장 간에 퀄리티 차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겠다. 앞으로 다가올 교향악축제에서 진주시향의 기량을 수도권 관객들에게도 잘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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