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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 영 Jul 25. 2022

아무것도 하지 않는 편이 나을지도 몰라

시도만 해봤습니다 [프롤로그]

1년 365일, 한 달, 일주일, 하루가 똑같이 지겨운 나는 매번 반복되는 루틴이 지겨우면서도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얼마까지만 해도 새로운 삶을 위해 여유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슬로우 라이프를 살거라 외쳤지만, 결국에는 토종 한국인의 성질처럼 "빨리빨리!"거리며 5초 남은 초록불을 보고 뛰어다닐 뿐이었다. 매번 새로운 삶의 방향을 위해 도전은 누구보다 열심히 외치는데. 어쩐지 항상 그 자리에서만 맴돌았다.


더 나아가거나 진행되는 것이 없이 결심에만 머무는 나는 아마도, '결심 중독자'일지도 모른다. 출근길에 만난 회사 직원 A님에게 앞으로 내가 계획할 슬로우 라이프에 대해 이야기하자, 뼈 때리는 말씀을 하셨다. "영자님은 결심을 자주 하시는 거 같아요. 하하." 악의 없는 말이었지만, 나는 부끄러움과 창피함이 동시에 밀려왔다. 매번 주변 사람들에게 도전과 계획을 알리면서, 정작 한 번도 제대로 된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다. 시작은 누구보다 호기롭고 열정이 넘치는 것에 비해 왜 항상 중간과정은 사라지고 결말은 없는 것인지. 나 조차도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완벽하지 않으면서 완벽함을 꿈꾸는 이유 때문일까? 남들이 하는 건 다 좋아 보여 무작정 도전해 보는 무모함 탓일까? 나도 왜 내가 매번 시도를 하면서도 중도하차를 하고 실패하는지 도저히 모르겠다!


도전과 실패가 정확히 비례하는 꾸질꾸질한 나!


솔직히 말해 한심하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하다. 끈기가 없으면 시도조차 하지 말던가. 그게 아니라면 중도 포기를 하더라도 뻔뻔함으로 죄책감이나 갖지나 말던가. 끝까지 못했고 또 말만 장황한 나를 발견하고 나면 항상 우울과 자책을 씹어먹으면서 한동안 슬럼프를 겪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이제야 말하지만 솔직히, 현재가 딱 그런 상태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난 지금 내 스스로에게 또 실망했고, 또 새로운 시도에 실패했다. 아마 이 반복적인 결심과 실패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자책만 할 것이 아니라 이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보기로 했다. 그리고 기록하면서 내가 얼마나 많은 시도를 했고, 또 왜 포기를 했는지 알아가고 싶어졌다.


포기를 염두에 두고 도전을 시작한다는 게 어이없고 한심하게 보일 수 있지만, 어차피 내가 달라지기 힘들 거라면. 적어도 마음이라도 좀 편해져야겠다는 거다. 이와 중에도 또 결심을 한 '결심 중독자'인 나의 기록 일지가 얼마나 갈까, 싶은 불안한 마음도 들지만 괜찮다. 끝까지 할 거라는 끈기를 독려하는 마음보다도 매번 포기하고 힘들어하면서도 또다시 시작하는 나를 응원하는 글이 될 테니깐. 시도만 해봤다는 제목처럼 이 글 조차도 '시도'로 끝나게 된다면 그건 그거 나름대로 의미가 있을 수도 있다.


앞으로 꾸준히 결심과 시도하는 나를 내가 지켜볼 것이다. 결과를 기대하기보다는 도전을 소재로 삼는 나. 뭔가 좀 멋있어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또 다른 결심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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