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우는 것도 아니고 온몸을 굴러가며, 안으면 뻐팅기며, 머리까지 쥐어뜯으며 격하게 우는 통에 꼼짝없이 다치지 않게 계속 봐야 한다. 그래도 자기 전엔 그냥 잘 잤는데... 오늘은 자기 전 너무 피곤해서인지, 젖이 생각나서 인지 아기가 엄청 울었다.
우리 부부는 고사하고 당연히 첫째도 잠들기 힘들었다.
시끄럽다고 했다.
하지만 나 역시도 너무나도 지쳤고, 피곤했고, 힘들었다.
몇 주째 이어지는 아이의 울음소리는 온 신경을 긁어놓는 것 같았고, 긴 시간 반복되자 귀를 막고 싶을 정도로 힘에 부쳤다.
오늘도 너무 울자 내가 안으려고 했지만...
첫째 역시도 엄마가 가면 절대 안 잘 거라고 우는 통에 아빠에게 맡긴 채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그냥 첫째가 빨리 자주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아이는 계속 뒤척였다.
둘째의 울음소리가 많이 잦아들어 잠이 든 것 같았음에도, 첫째는 쉽게 잠들지 못했다.
오히려 계속 몸을 튕기고, 내 위에 올라왔다 내려갔다 하며, 내가 자는지 아닌지를 확인했다.
점점 화가 났다. 쉬고 싶었고, 자고 싶었다. 이미 저녁 내내 울어댄 둘째로 인해 마음에 여유가 없었다.
"자. 그만 자."라고 이야기하자 첫째가 갑자기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좀 당황했지만 나 역시 너무 지친 터라 "자라는데 왜 울어"라고 했다.
그러자 갑자기 흥분하듯이 몸을 튕기면서, 온몸을 휘젓기 시작했다.
그리고 엄청 큰 소리로 오열하듯 우는 거 아닌가.
하... 얜 또 왜 이래.
온갖 짜증과 화가 밀려왔다. 아이가 야속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우는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다.
별것도 아닌데 운다며 면박을 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겨우 인내를 끌어모아, 아이에게 "그만해"라고 하자 더 크게 몸을 튕기며 휘저었다.
지금 이게 내가 너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배련데..?
자포자기 심정으로 "엄마 나갈까?"라고 하자 가만히 있다가 더 몸부림친다.
한 번만 더 이렇게 하면 나간다고 으름장을 놓자 더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온갖 마음이 들었지만 잠깐 내 마음을 멈췄다.
생각하는걸, 느끼는 걸 멈추고 그냥 아이를 바라봤다.
어둠 속에서 힐끗 보이는 아이의 뒷모습에 괜스레 마음이 짠해졌다.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큰 소리로 울고 있는 아이.
그 순간, 마음의 경고등이 울렸다.
내 마음도 지금 너무나도 힘들고 지치고 여유가 없는 걸 알지만,
지금만은 아이의 마음에 들어가 봐야 한다고.
얘가 이유 없이 이러는 것이 절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가 뭘까.
아이가 왜 이런 행동을 보이는지,
아이의 마음을 궁금해하며 아이를 바라보는데, 갑자기 아이의 마음이 확 펼쳐졌다.
매일 밤 동생의 울음소리에 깨서 제대로 자지 못하고 힘들었던 아이,
오늘도 잠들려고 했지만 동생이 크게 우느라 저 역시 신경이 많이 쓰였을 아이,
저녁 내내 엄마는 일을 한다고 엄마를 2시간 기다렸는데, 바로 잘 시간이라서 자야 하는 아이,
새벽에 저도 깨서 힘든데 동생만 안아 달래고 있는 걸 보는 아이
아. 지금 우리 첫째도 많이 힘들구나.
아이의 행동 이면의 마음에 초점을 맞추자, 이상하리만큼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 마음을 알아주고 싶었다.
심호흡을 하고 발버둥 치는 아이에게 이야기했다.
"행복아, 행복이 많이 힘들었구나. 엄마가 행복이 마음 몰라줘서 미안해. 동생이 우는소리에 잠도 잘 못 자고, 오늘도 피곤한데 복댕이 계속 울어서 잠도 깨고, 엄마도 오래 기다려줬는데 놀지도 못하고.. 행복이가 많이 힘들었겠다. 엄마가 이제 행복이 마음을 알겠어. 앞으로 행복이 마음 더 알아주려고 노력할게."
정말 무슨 거창한 말을 한 것도, 그렇다고 뭐라고 한 것도 아니었다.
그냥 이렇게 마음을 알아주는 몇 마디를 했을 뿐인데,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아이가 안정을 되찾더니, 조용해졌다.
그러고는 조금 뒤척이다 나를 꼭 끌어안고 잔다.
내가 아이 마음을 잘 읽어줬나 보다. 알아주고 수용해 줬나 보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마음만 생각하느라 네 마음을 놓치지 않아서.
네 마음이 궁금해져서, 공감이 되어서,
그래서 적어도 네가 더 울거나 힘들어하지 않고 편안하게 잘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아이는 참 엄마에게 관대하다.
엄마가 어떤 거창한 말을 해주지 않아도, 엄마가 무슨 마법사처럼 해결책을 내주지 않아도,
아이는 자기의 마음을 알아주는 엄마로부터 안정감을 느낀다.
마음을 알아주기만 해도 엄마를 믿고 따르며 사랑해 준다.
설사 마음을 몰라주더라도, 마음을 알아주려고 노력하는 엄마의 모습만 봐도 아이는 희망을 느끼고 감동을 받는다.
그 어떤 순간에도 아이는 엄마의 사랑은 포기할 수가 없나 보다.
내가 어디서 이런 사랑과 맹목적인 신뢰를 받을 수 있을까.
그 누가 이렇게 감정적으로 흥분한 상황에서, 내 말 몇 마디에 안심할 수 있을까.
엄마를 사랑하고 믿어주는 너라서 가능한 게 아닐까.
아무리 화가 나고 힘들어도 딱 그 순간에 잠깐 멈출 수 있기를,
아주아주 견디기 어려운 상황일지라도 마지막 힘을 끌어모아서라도 네 마음에 코드를 맞춰볼 수 있는 엄마가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