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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의 오아시스

by 자향자

직장인에게 월요일은 늘 무겁기만 하다. 금요일 퇴근길 이번 주말은 '무얼 하지?' 신나게 계획을 하다가도 야속하리만큼 순식간에 찾아와 버리는 일요일 오후 2시만 되면 마음에 돌덩이를 하나 얹은 것처럼 무거워지곤 한다.



어느덧 열 해 넘게 직장 생활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매주 찾아오는 월요일의 기분은 여전히 적응되지 않는다. 아마 직장인으로서 살아가는 동안은 평생 그러할지도 모르겠다. (나보다 먼저 사회생활을 시작한 직장인 선배들은 조금 다를까?)



그날도 그랬다. 지하철 창가에 몸을 기대 전날 새벽까지 뜬눈으로 지새우며 보낸 밀린 잠을 보충하고, 터벅터벅 회사 사무실로 걸어가 모니터와 컴퓨터 전원을 켰다. 위안이 될까 출근길 커피집에서 사 온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호록' 마시며 정신을 깨워본다. (회사 메일함의 숫자 ‘0’이 그나마 작은 위로가 됐다.)



오전은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 몇 가지 일을 처리하다 보면 어느새 점심 먹을 시간이다. 그날 신나게(?)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을 무렵 메시지 하나가 도착했다. 아내였다.


“오늘 그쪽 갈 일 있는데, 같이 밥이나 먹을까?”

“나야 너무 좋지. 뭐 먹고 싶어?

글쎄, 생각해볼게.



우리는 같은 회사 소속이다. 이곳에서 연을 맺고 결혼까지 골인했다. 연애시절, 같은 곳에서 근무할 적에는 종종 아내와 밥을 먹는 일이 잦았다만, 결혼을 하고 서로 다른 곳에 배치된 이후 점심을 함께하는 일은 여태껏 손에 꼽았었다. 그래서 더 반가웠으리라.



이날의 메뉴는 아내의 최애 음식 돈가스였다. 다른 건 몰라도 아내가 좋아하는 무엇 하나는 1초의 망설임 없이 바로 말할 수 있다. 도톰한 일본식 돈가스. 북적이는 인파 덕분에 주문 후 기다림이 다소 길었다만, 사실 오히려 좋았다. 그 사이에 한동안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를 다시 꺼낼 수 있었으니 말이다.



별거 아닌 사소한 이야기도 특별한 시간 그리고 특별한 장소에서 듣게 되면 더욱 값지게 여겨지기 마련이다. 월요일의 그 순간이 내겐 참으로 소중했다.



딸아이에겐 ‘엄마’로 회사에서는 ‘직장인’으로 살아간다지만 나는 여전히 그녀를 ‘한 여인’으로 기억한다. 돈가스를 한입 베어 물으며 웃음 가득 짓는 그녀의 두 눈을 바라보며 연애시절의 풋풋했던 우리의 모습이 스피웠다.



얼마 전 장모님이 내게 다음과 같이 물었던 적이 있었다.


"결혼한 거 후회하지 않아?"

"가족 외에 저를 이렇게 위해주는 사람 없었어요. 후회 하나 없습니다. 장모님."

"다행이네. 고마워."

"제가 감사하죠."


1초의 망설임도 없었고, 그 마음은 지금도 여전하다. 그녀는 내 삶의 오아시스다. 사회라는 사막 한 가운데 있는 생명샘 오아시스. 어떤 실패와 좌절에도 언제나 나를 응원해 주던 아내가 있었기에 지금의 나 그리고 우리 가족이 있다.



그날, 월요일의 무게를 견디게 해 준 건 역시나 그녀였다. 기회가 된다면 다음번엔 내가 그녀의 회사 근처로 가볼 요량이다. 내가 느꼈던 그 반가움을 다음번엔 그녀에게 꼭 한번 전하고 싶다. 나도 그녀에게 오아시스 같은 존재일까? 아니면 어떠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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