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by 자향자

작년 3월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어느 날, 18년 만에 달리기를 시작했다. 또렷한 목적은 없었지만, 그저 지금보다는 더 나아지리란 희망을 갖고 시작하게 된 나의 달리기. 10km 마라톤을 시작으로 하프 마라톤 그리고 마지막 11월 풀코스 마라톤 완주로 한 해를 마무리하게 됐다.



8개월이란 시간이 걸렸다. 무어든 조금만 힘들면 지레 포기해 버리던 내게 마라톤은 인내심이란 덕목을 선사했다. 사실 처음부터 내가 이 정도까지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곤 전혀 생각지 않았다. 아예 말이 안 되는 이야기였다. 거진 20년 동안 운동을 안 하던 사람이 풀코스 마라톤을 도전한다는 게 사실 가당키나 한 말인가.



대회 준비를 위해 일주일에 한차례 달리기 연습을 하던 내게 나의 아내는 내게 그런 말을 하곤 했다.


"일주일에 한 번 연습하는 걸로 풀코스 뛸 수 있겠어? 무리하지 마. 몸이 우선이야."

"괜찮아. 할 수 있어."


오기로 대답했지만, 사실 아내의 말에 틀린 부분은 하나도 없었다. 매일 연습해도 모자랄 판에 일주일에 딱 한번 연습하는 것으로 어떤 성과를 내는 건 어찌 보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나는 게으른 러너였다. 새벽에 일어나 러닝 연습을 하는 일도 어려웠고, 주중 지속적인 러닝 연습을 하는 일이 내겐 무척이나 힘들었다.



오기에 가까운 이야기지만 사실 그런 의구심도 들었다. '타인의 기준에 맞출 필요는 없다. 그저 내 기준에 집중할 수 있는 날이 하루라도 있다면 거기에 매진한다.' 전형적인 청개구리 같은 마인드였다. 그 과정에서 많은 부침이 있었다. 한 여름날 더위를 처맞아 쓰러지기도 하고, 도저히 넘을 수 없을 거 같았던 30km의 벽을 만나며 좌절했다.



그럼에도 나는 결국 풀코스 마라톤 완주를 해냈다. 마라토너로 우뚝 섰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일반화로 단정 지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남들이 사는 대로 인생을 따라 살아왔다. 눈치 보는 삶이라고 해야 할까. 어떤 직업을 가져야 괜찮아 보이고, 무얼 타고 그 나이 대 얼마의 자산을 가지고 있어야 평균의 삶을 살 수 있는지 무척이나 신경 써오는 삶을 살았다. 행복의 척도를 타인의 기준에 맞추며 살았다.


다른 사람들이 러닝을 한다기에 나도 그 걸음에 맞추어 시작했을지 모른다. 시작은 누구나 동일하다. 하지만 달리는 과정에 느끼는 개개인의 감정과 목표는 수천가지다. 보편화할 수 없다. 나 또한 나의 방식으로 실험을 해온 결과 완주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않았던가.풀코스 완주를 통해 몇몇 느낀 바가 있다.



첫째, '당신의 방식'은 분명 통한다. 속도의 차이가 있을 뿐, 자신이 정한 계획과 방법으로 끊임없이 도전한다면, 분명 여러분이 기대하는 바 이상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초기의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면, 분명 여러분은 다른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며 0점을 맞추어 나갈 것이다. (여러분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지혜로운 사람이다.)



둘째, 목표의 중요성을 다시금 확인했다. 2025년 세운 3가지의 목표 중 하나가 '하프 마라톤 정복'이었다. 미션 달성을 위해 대차게 달려 나가던 나는 하프 마라톤을 넘어 42.195km라는 거리를 뛰어낸 사람으로 변신했다. 목표가 없다는 건 사실상 죽은 것과 다름없다. 인간의 본능을 거스를 줄 아는 능력은 목표를 정하는데서부터 출발한다.



내 별거 아닌 풀코스 마라톤 완주기가 여러분에게 어떻게 다가왔을지 모르겠다. '별거 아니네.'라고 말하는 이도 있을 테고, 달리기에 대해 조금 더 궁금해진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전 세계에서 매해 130여만 명이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한다고 한다. 이는 전 세계 인구 중 단 0.01~0.02%에 불과하다. 어떤가. 0.01%에 한번 도전해 보는 것. 굉장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병오년.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됐다. 여러분의 가슴속에는 어떤 목표가 있는가. 목표한 바를 진정으로 이루어 낼 수 있는 단단한 한 해가 되길 진심으로 응원한다. 행여나 당신의 마음이 조급할 때, 도통 머리가 돌아가지 않을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런 날, 대찬 마음을 먹고 야외에서 달리기 한번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 여러분의 마라톤 풀코스 여정이 그날부터 시작될는지도 모른다.







keyword
이전 19화그들을 만난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