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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남이 Jul 02. 2024

파이어족처럼 생활해 보기로 했다

몇 년 전 엄청나게 유행했던 ‘파이어족’이라고 혹시 아시는지 모르겠습니다. ‘경제적 독립을 달성하고 조기 은퇴한 사람들을 일컫는 말’. 한번쯤은 들어보셨을 거예요. 영어로는 ‘Finacail Independence Retire Ealry’의 앞글자를 따서 FIRE라고 일컫습니다. 미국의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발전된 개념으로 젊은 시절에 열심히 돈을 모으고 아껴서 금액이 일정 수준에 달하게 되면 미련 없이 회사를 떠나 자유롭게 사는 사람들을 지칭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경제적 자유’라는 단어로 대체되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경제적 자유’ 우리 직장인들이 보기만 해도 흥분되는 단어가 아닐 수 없습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멋진 일이니까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파이어족에 대해 다소 어긋난 해석을 하는 분들도 계신 것 같습니다. ‘아무것도 안 하면서 놀고먹는 부자.’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고, ‘욜로처럼 사는 부자’라고 폄하하시는 분들도 계신 것 같습니다. 그놈이 그놈인가요?



파이어족의 궁극적인 목적은 ‘소득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영위하는 삶’을 말합니다. 인생을 수동적으로 살아온 이들이 삶에 주도권을 쥐기 위한 성격이 짙게 드러난 트렌드의 한 형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경제적 자유' 우리 직장인들에게는 진짜 ‘꿈’ 같은 이야기처럼 보입니다. 도달하기 힘든 신기루처럼 보이기도 하고요. 어쨌든 이런 자유로운 삶을 누릴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단 1년이라도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육아휴직 기간 동안 미친 척하고 제가 파이어족이 된 것처럼 생활해 보기로 했습니다. 적어도 1년 동안은 수동적인 삶에서 잠시 벗어나 주도적인 삶을 만들어보기로 한 거죠.



육아를 하는 게 가장 기본이 되지만 회사 업무다 뭐다 해서 평소에 미뤄두고 생각만 했던 것들을 충분히 시도해 볼 수 있는 시간 또한 어쨌든 마련됐으니까요. 금전적인 부분을 제외하고 제가 파이어족과 다를 게 뭐가 있을까 싶었습니다. 진짜 미친 생각입니다.



휴직을 준비하면서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날이면 핸드폰 메모장을 열어 하나씩 기록해 봤습니다. 제가 해보고 싶은 것들을요. ‘능숙한 육아. 아내 덜 힘들게 하기. 다독하기, 운동하기. 블로그 대박 터뜨리기’ 등등 회사 다니면서 미뤄만 뒀던 일들을 실천하기 위한 밑그림을 그려나갔습니다.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제가 인생의 주인공이 되어 미래를 설계하고 제 의지대로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가슴이 뛰었습니다. 제 안에 잠자고 있던 세포들이 기지개를 켤 준비를 하는 것 같았습니다. 진짜 파이어족이 된다면 이런 기분일까요?



아무튼 아이 덕분에 당분간은 파이어족처럼 생활할 수 있게 됐습니다. 별거 있나요. ‘자기 삶에 만족하고 하고 싶은 것을 영위하는 삶'이 어쩌면 파이어족의 핵심일지도 모르는 거니까요. 그렇게 내부적인 계획도 모두 마쳤습니다. 이제 육아휴직 소식을 회사에 알릴 차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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