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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남이 Jul 01. 2024

이 정도면 될 것 같았다

육아휴직을 결심한 2022년의 늦가을 즈음부터 부부가 함께 육아휴직에 들어오는 상황을 구체적으로 그려봤습니다. 당연히 돈 문제가 저희 부부에게 초미의 관심사였죠. 휴직 기간 대략적으로 저희 부부에게 한 3가지 종류의 현금 흐름으로 생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만약 이 정도의 수입원을 가지고 잘 운영한다면 ‘무리한 지출만 없을 경우 1년 정도는 충분히 버틸만하겠다’라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첫 번째로 고려한 수입은 회사에서 주는 ‘기본급’이었습니다. 공무원의 경우 육아휴직 최초 1년은 기본급의 80%를 월급으로 받을 수 있습니다. 당시에는 아내에 이어 남편이 연달아 육아휴직에 들어오는 경우 추가로 3개월 분의 임금을 100%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어 적극 활용할 계획이었습니다. (앞으로 점차 더 확대될 분위기라고 합니다.)    



적은 금액이긴 하나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노동 없이 기본급을 각자 최소 1년은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아껴 쓰면 ‘육아휴직을 같이 해도 큰 문제는 없겠다’고 봤습니다. 최소한의 수입은 어느 정도 마련된 셈입니다. 저희가 돈을 아껴 쓰는 데는 이미 선수이기도 했거든요.     


두 번째로 고려한 수입은 ‘정부 지원금’이었습니다. 정부에서 육아하는 부모를 위해 일정기간 매달 지급해 주는 부모급여 70만 원(2023년 기준)과 아동수당 10만 원과 함께 지자체에서 주는 출산 축하금 등을 모아 살뜰히 살림을 꾸려가면 되겠다 싶었습니다. (출산 축하금의 경우 지자체마다 지원금이 상이한데, 안산시의 경우 100만 원이라는 돈을 지원해 줬습니다.)   



휴직 기간 부부 모두 수입이 없는 상황에서 저희 가족에게는 정말 큰 도움이 됐습니다. 이 돈으로 기저귀, 분유 등등 사면서 알차게 사용했거든요. 최근에는 부모급여가 100만 원으로 상향 조정 됐다고 하는데, 맞벌이 부부들이 마음 편한 육아를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 방안이 나왔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입니다.      



마지막 세 번째는 저희 부부가 개인적으로 ‘출산을 대비해 모아둔 적금’이었습니다. 앞서 저희 부부가 결혼 후 아이가 생길 것을 대비해 ‘양육 대비 적금은 조금씩 모았었다’라고 말씀드린 적 있었죠. 네 그렇습니다. 막무가내로 휴직을 결정한 건 아니고 저희 나름대로 양육에 대한 고민을 넌지시 해오긴 했습니다.   

   


실제로 결혼 후 3개월이 지난 시점부터 양육을 위한 돈을 모아가기 시작했어요. 자유 적금을 만들어 매달 30만 원을 정기적으로 붓고 추가로 회사에서 인센티브가 나오는 달이라던가 푼돈이 생기면 얼마 더 넣어주고 하는 식으로 적금을 차곡히 모아갔습니다.     



그렇게 4년 동안 모은 돈은 대략 1,700만 원 정도 됐습니다. ‘에게게. 그 돈 가지고 어떻게 살아.’ 맞아요. 당연히 많이 부족한 금액이었긴 한데 직장인 월급으로 양육에만 많은 비중을 둘 수가 없어서 저 금액이 저희에게 최선의 선택이었습니다. 공무원 수입이 뻔하잖아요. 그래도 알토란 같이 모았던 적금 덕분에 휴직 기간 숨통은 많이 트일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주어진 3가지 수입을 엑셀로 기록해 한 달에 얼마씩 사용하면 되겠다 시뮬레이션해봤습니다. 제 직업이 공무원인지라  보수적인 운영 계획을 짜봤는데도 앞에서 나열한 3가지 정도의 수입이면 1년은 진짜 괜찮을 것 같았습니다. 당시에는 육아휴직에 대한 은근한 자신감까지 있었으니까요. 사실 이제와 말하자면 그건 정확히 혼자만의 착각이었습니다. 완벽할 것 같았지만 완벽하지 않았던 계획이었던 거죠. 육아 중 필요한 물품이 왜 이리 많은지 미처 생각지 못한 지출이 정말 많았습니다.



만약에 부부 함께 또는 홀로 육아휴직을 계획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양육을 대비한 자금을 모아가면서 부부 육아휴직 중 발생하는 수입 공백기에 대비해 보시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라 생각합니다.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아예 없는 것보다는 훨씬 든든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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