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육남이 Sep 04. 2024

공무원은 일 년 중 어느 시기에 가장 바쁠까?

한해를 기준으로 봤을 때 공무원이 일 년 중 가장 바쁜 시기는 언제일까요? 연초? 아니면 연말? 모두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시기이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바쁜 시기를 꼽으라고 한다면 가을로 넘어오는 9월이라 생각됩니다. 이 시기에 부서의 내년도 업무계획을 세우고 함께 예산도 수립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지자체마다 업무계획을 세우는 시기는 조금씩 차이 날 순 있으며 저희 지자체와 같이 8월 중순부터 시작되는 곳이 있기도 합니다.



9월에 작성하는 다음 연도의 업무계획과 예산은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부서 업무에 대한 밑그림을 그려나가는 시작이 되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보통 당해연도의 업무계획과 비슷하게 차년도의 업무계획을 세우는 편이지만 부서별로 새로이 추진하게 되는 업무가 있거나 팀 간에 협의해야 할 사항이 있기 때문에 바쁘게 돌아가곤 합니다.



아시다시피 공무원은 정형화된 업무가 많기 때문에 일부 부서를 제외하고 일반 사기업과 같이 업무계획이 다이내믹하게 이루어지는 편은 아닐 것이라 봅니다. 법과 규정에 근거해서 행해지는 업무이기 때문에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고 과년도의 업무 계획을 참고하여 기록을 업데이트하거나 보완하는 수준으로 업무 계획을 수립하게 됩니다. 다만 기획부서에서 새롭게 오더를 내리거나 신규 사업 등을 발굴해야 하는 팀의 경우에는 새로운 사업을 창조해야 하기 때문에 약간의 골머리가 썩기도 합니다.(결국엔 고만고만한 업무지만요.)



그렇다면 저희 팀은 어떻게 업무계획을 작성했을까요? 당분간 팀장이 부재중인 상황이어서 이를 감안해 다른 팀보다 조금 빠르게 움직여 팀원들 도움을 받아 업무계획을 작성했습니다. 1차 확인 이후 팀장 부재중에 업무계획은 다듬는 형태로 진행을 하게 된 거죠. 기존에 있던 팀의 업무를 일부 떼와서 만들어진 신생팀이었기 때문에 새로이 업무를 만들어낼 필요는 없었고 과년도의 업무계획을 흉내 내서 비슷하게 작성해 나갔습니다.



다만, 문제가 하나 있었습니다. '예산 수립' 부분을 제가 굉장히 어려워하고 무서워했다는 겁니다. 실제로 공무원 생활 중 구청보다 동사무소에서 근무한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었던 탓에 예산을 세우는 방법에 무지했습니다. (보통 동사무소에서는 구청 내 부서에서 수립한 예산을 받아 지출만 하는 편입니다.) 휴직을 너무 오래 했다는 건 둘째 치고, 예산 자체를 세워본 적이 손에 꼽으니 당연히 어려울 수밖에요.



예산 관련 공문 매뉴얼 문서를 출력해서 시스템 하나씩 눌러가면서 멘땅에 헤딩했습니다. 알아내는데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는 했지만 결국에는 진행절차도 알아내고 입력하는 방법도 알아냈습니다. 막상 알고 나면 별 것 아닌 것들이 처음에는 왜 이렇게 어렵게 느껴질까요? 누군가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이 있었다면 한결 수월했을지 모르지만 팀 전체가 바쁘게 돌아가는 와중에서 다른 팀원에게 사소한 것을 묻는 것 같아 창피했는지도 모릅니다. (부딪히면서 알아내는 방법이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라는 걸 다시금 깨닫습니다.)



새로운 업무에 대한 두려움이 늘 따라오지만 지나고 보면 별 것 아닌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협박에 가까운 민원에 시달린 경험, 새로운 사업 계획을 수립하면서 머리 싸맸던 순간들도 이제 기억에 어렴풋이 만 남아있을 정도니까요. '그때 어떻게 했지?' 하면서 기억에서 조차 사라진 경우도 정말 많습니다.



2025년도의 업무계획 수립은 현재 진행 중입니다. 이제 막 초안을 작성했고 부서장과 국장 보고 이후 확정을 하기까지 한 달 내내 수정에 수정을 거칠 계획입니다. (물론 예산도 포함입니다.) 가장 바쁜 9월의 계절에 조급해하지 않고 하나씩 차분히 처리해나가려고 합니다. 팀장도 부채고 어려운 난관에 봉착해 있지만 이 또한 지나가겠죠. 시간이 흘러서 어느 순간에 돌아볼 기회가 생긴다면 '아무것도 아니었다.'라고 내뱉을 수 있는 2025년의 9월이 되길 바라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팀장이 사라졌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