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일 연장이 왜 안 돼요?

사서일기_20251118_입사 404일차

by 천유

바야흐로 지방 자치의 시대다!

(와~ 이 얼마나 오래된 옛날식 표현인가!)

지방 자치란 '일정한 지역의 주민이 대표기관을 통해 지역 사무를 스스로 처리하는 제도'라고 네이버 AI가 알려주었다. 그래서 지역 주민이 구청장도 뽑고, 구청마다 재정도 따로 관리하고, 제도나 시스템도 각 지역의 특징에 맞게 마련하는 것이다.


구립 도서관도 마찬가지다.

다 똑같이 일률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고, 구마다 기준이 다를 수 있다.



도서를 대출할 때마다 어김없이, 꼭, 왜 당일 연장이 안 되냐고 묻는 이용자가 있다.

(자가 대출기가 두 대나 있는데 늘, 항상, 반드시, 꼭! 데스크로 온다!!)

이용자 편의를 위해서 그거 뭐 어려운 일도 아닌데 번거롭게 내가! 직접! 홈페이지에 들어가거나! 전화를 해서! 연장을 해야 하냐는 것이다. 그러면서 금천구는 되는데 여긴 왜 안 되냐고 사족을 덧붙인다. (아이를 가르칠 때도 비교가 제일 나쁘거늘, 아, 애 키운 지가 너무 오래돼서 모르는 건가?)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번거로울 수도 있다.


처음 민원을 받았을 때는 "제 선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 사무실에 말해보겠습니다" 했다.

다른 선생님들도 몇 번을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개선이 안 되니 짜증이 났을 것이다.

"이 문제는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것처럼 간단한 게 아닙니다. 그걸 변경하려면 저희 구에 있는 모든 도서관이 협의를 해야 하는 사항이라서요."

라는 대답에는 '그건 너네 문제고, 이용자인 나는 알 바 아니다'라는 세상 띠껍다는 표정으로 "개선은 안 되고 맨날 같은 말만 하네요"라고 하고 간다.

좋은 말도 한두 번이고, 설명도 한두 번이지, 그 이용자를 상대하면 나도 덩달아 기분이 나빠진다.

그런데 말이다.

솔직히 그렇게 하면 직원도 편하다.

대출 당일 연장과 반납 당일 재 대출이 되면 이용자의 불평을 들을 일도, 설명할 필요도 없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쉬워 보이는 것을 왜 안 해줄까?

우선 앞에서 말한 것처럼 우리 도서관만 결정한다고 쉽게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모든 일에는 절차라는 게 있다. (음... 너무나 행정 편의적인 마인드인가 싶지만... 모든 조직은 다 절차라는 게 있지 않나?)


그리고 도서관마다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 도서관은 책이라는 지적 자원을 최대한 많은 사람이 이용하도록 하는 것을 우선으로 한다. 한 사람이 공공 자원을 오래 독점하는 것을 최대한 방지해 회전율을 높이자는 취지다.

이용자는 도서관이 이런 '쉬운' 것도 안 해주고 어쩌고 저쩌고 할 수 있지만, 내 입장에서는 님이 좀 이기적이라는 생각은 안 하세요?라고 되묻고 싶어진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좋은 말도 한두 번인데, 올 때마다 그래서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다. 포기를 모르는 의지의 한국인이시다! 게다가 꼭 사무실 직원들, 팀장들 다 퇴근한 시간에만 온다! 대단하다!) 네 편의를 위해 그 책을 원하는 다른 이용자가 일주일을 더 기다려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은 왜 모르냔 말이다.


그래! 세상의 중심은 나고, 내가 세상의 기준이며, 내가 불합리하다고 느끼는 건 남들도 다 그렇게 느낄 거라고 생각하고, 내가 편한 게 최고라지만, 조금만 시야를 넓히고, 생각을 확장할 순 없을까?

그런 어른이 되면 좀 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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