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01. 13.
코타키나발루, 말레이시아
마지막 여행지인 코타키나발루에 온 지 5일째다. 우리의 여행 취향은 항상 휴양이었기에 마지막 여행지는 휴양지로 결정했다. 몇 년 전, 필리핀 세부에 여행 갔었던 기억이 좋게 남아있어 비슷한 리조트에 숙박을 잡고, 비슷한 컨셉으로 여행을 하기로 마음먹었었다.
휴양지로 유명한 도시답게 리조트는 훌륭했고 경치도 좋았다. 몸으로 노는 콘텐츠들도 많아서 5일 동안 상당히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서구권에서 놀다가 동남아 쪽으로 오니 코타키나발루가 동남아중에선 물가가 비싼 편에 속한다 해도 우리에겐 모든 것이 가성비 넘치게 느껴졌다. 예산도 기존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남아 우리는 체력이 되는 한도 내에서 이것저것 많은 체험들을 하러 다녔다.
바다낚시와 스노클링, 수상마을을 방문하는 콘텐츠를 패키지로 묶어서 파는 상품이 있었다. 예약할 당시만 해도 바다낚시와 스노클링이라는 단어만 눈에 보이고 수상마을은 있으나 없으나 상관있겠나 생각했으나 막상 체험해 보니 스노클링과 바다낚시는 이미 익숙한 콘텐츠라 그런가 수상마을이 나에겐 제일 새로운 자극으로 다가왔다.
우리나라의 부둣가에 가보면 보이는 조그마한 어선들이 있다. 그것보다 약간 더 큰 배에 패키지에 참여한 열 명 정도의 사람이 타고 바다를 가로질러 몇 분 정도를 가니 현재도 사람이 사는 곳인가 싶은 수상마을이 나왔다. 바다 위에 말뚝들을 박아놓고 보와 나무판자들을 올린 후 그 위에 나무 혹은 철판으로 집을 만들어 살고 있었다. 태풍이 오면 마을이 통째로 사라질 것 같이 건물들이 허술해 보여서 가이드분께 태풍 오면 어쩌냐 물어봤는데 이곳은 태풍이 오지 않는 지역이라 괜찮다는 답변을 들었다. 집과 집 사이는 쓰레기가 가득 찬 바닷물 사이로 사람이 한 명만 걸어 다닐 수 있는 폭의 길이 만들어져 있었고, 우리는 그 길 사이사이를 따라 조그마한 마을을 구경했다.
선입견일 수도 있으나 피임과는 거리가 멀 것 같은 환경이라 그런지 좋지 못한 환경임에도 아이들이 많이 보였다. 관광객이 익숙한 듯 아이들은 우리를 졸래졸래 따라다니며 인사를 건네줬다. 언제 세탁했을지 모를 옷을 입고, 신발은 없이 맨발로 유치원에서 초등학교 저학년생 정도로 보이는 아이들이 우리와 신이 나서 인사를 나누는데 밝은 미소가 너무나 때 묻지 않고 이뻐 보였다. 혹시나 유튜브에서 본 것처럼 이렇게 순수한 미소로 다가와 돈을 달라고 하진 않을까 잠깐 걱정했지만 이곳의 친구들은 그냥 수줍게 이름과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정도만 물어보며 새로운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는 듯했다.
아이들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문득 이 아이들을 한국에 초대해 관광을 시켜주고 맛있는 음식을 먹여주면 행복해할지가 궁금해졌다. 물론 순간은 좋아할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관광을 끝내고 다시 수상마을로 돌아가 평소대로의 삶을 산다면 남은 삶을 지금까지와 같은 미소를 보이며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생겼다.
우리는 보통 아는 것이 힘이다라고 말을 한다. 세상을 경험할수록, 많은 것을 배울수록 우리는 보다 나은 삶을 살게 된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내가 가질 수 없는 행복에 대해 맛보기로 경험만 한다면 그것은 내 삶의 힘이 될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노력하면 닿을 수 있는 행복이라면 그 행복을 쟁취하기 위해 노력을 하게 되며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될 것이다. 반대로 노력해도 닿지 못할 것 같은 행복이라면 그런 행복한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현재의 행복과 비교하게 되며 현재의 행복 또한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 되는 게 아닐까 싶다.
우리는 우리가 노력하면 닿을 수 있는 행복만 경험하고 있었을까. 우리가 닿을 수 없는 행복을 SNS를 통해 접하게 되어 아무것도 몰랐을 때보다 행복을 덜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 걸까. 행복은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