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일의 신혼여행 후 집으로 가는 비행기 안

by 정창윤

2025. 01.16.

코타키나발루, 말레이시아 -> 부산, 대한민국




이제 집에 간다. 뭔가 아쉬우면서도 빨리 집에 가서 마음 편히 쉬고 싶다. 집 근처 횟집에서 회에 소주 먹고 싶다. 장기여행이기에 스케줄 사이사이 최대한 휴식을 많이 넣었으나 여행지에서의 휴식은 제대로 된 회복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된 여행이었다. 아내는 서구권을 여행할 때부터 잠깐 숙소 앞에 밥만 먹으러 나가도 소매치기를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에 하루 종일 신경을 쓰고 있어야 해서 피로도가 계속 중첩됐다고 했다.


아무튼 최대한 위험한 행동을 자제하고 항상 조심하며 다녀서 그런지 별다른 사건사고 없이 여행은 잘 마무리되었다. 처음 여행을 출발할 때까지만 해도 강도 안 당하고 사지 멀쩡한 채로 살아 돌아오는 것만을 목표로 하고 출발했으니 목표는 이룬 셈이다.




설레는 마음을 품고 신혼여행으로 세계여행을 가자는 계획을 처음 세울 당시엔 너무 길게만 느껴졌던 여행시작일은 이미 기억도 나지 않는 과거가 되었고, 정신없었던 결혼식이 끝난 후 여행을 처음 출발했던 날엔 평생 오지 않을 것 같았던 여행 끝나는 날이 벌써 오늘이 되었다. 한국에 돌아가면 다시 취업도 해야 하고 다시 챗바퀴 같은 인생을 살게 될 것이다. 아기 계획도 있어 이제 이런 긴 여행은 젊은 나이엔 다시 나올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다만 아직까진 인생 최대 행복이 여행인 우리이기에 우리는 아기를 다 키우고 삶의 여한이 없어졌을 때, 이번엔 무서워서 돌지 못했던 남반구 지구 한 바퀴를 돌아보자 다짐하며 마지막 비행기에 올랐다.


보이지 않는다. 다시 세계여행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때가. 근데 또 열심히 살아가다 정신 차려보면 캐리어를 싸며 설레고 있을 때가 오늘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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