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왜 높은 곳을 좋아할까?

by 정창윤

2025. 01. 08.

두바이, 아랍에미리트 -> 코타키나발루, 말레이시아




우리는 새해를 파리에서 맞이한 후 바로 다음날 이젠 익숙해져 버린 유럽과 서양권 문화를 뒤로하고 두바이로 향했다. 지구 한 바퀴를 도는 일정 중 유럽에서 동남아시아로 가는 길에 중동 쪽을 들러 사막을 꼭 방문해보고 싶었으나 워낙 치안이슈가 있는 지역인 만큼 도시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했다. 결국 결정한 도시는 중동 쪽에선 부자동네로 유명한 두바이. 부자동네이기에 치안도 좋을 거라 생각하여 검색해 봤더니 밤에 돌아다녀도 괜찮은 치안이라는 글들을 보고 바로 두바이행 비행기를 예매했었다.




일주일간의 두바이 여행을 마치고 마지막 여행지인 코타키나발루로 떠나는 비행기 안이다. 목표했던 사막에도 가보았고, 중동의 향신료들이 첨가된 현지 음식도 먹어봤다. 종교체험도 해보았고, 개발되기 전 모습이 남아있는 구도시 발전된 현대도시까지 후회 없이 모두 다녀보고 온 것 같다. 역시나 급속도로 발전한 도시를 관광하는 것은 양극화된 과거모습과 현재모습이 공존하고 있어 매우 흥미롭다.


현재 두바이에서 가장 유명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무래도 부르즈할리파가 아닐까 싶다. 나 역시도 건축설계일을 하는 입장으로써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로 알려진 부르즈할리파는 직접 가보고 싶지 않을 수 없는 건축물이었다.


아래에서 올려다본 부르즈할리파는 상상한 것보다 훨씬 높았다. 학생시절 부르즈할리파 건설에 관한 다큐를 본 적이 있었다. 풍압을 해결하려 디자인을 어떻게 풀었는지, 초고층 하중을 견디기 위해 콘크리트와 철근의 강도를 어떻게 높였는지, 꼭대기까지 콘크리트를 어떻게 쏘는지 등 그때의 대단하다 느꼈던 기억이 오버랩되며 실물로 보니 2000년대 초반에 지어졌다는 사실이 더더욱 대단하게 느껴졌다. 교수님께서 다큐를 틀어주며 리포트를 써오라 할 당시에는 그렇게 지루하고 보기 싫었었는데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이야. 세상일 참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 같다.


안 올라가 볼 수 없었다. 인당 대략 20만 원씩, 아내와 합쳐 40만 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우리는 전망대에 올라가 보았다. 무슨 전망대에 보내주는데 돈을 그렇게 많이 받는지. 그럼에도 사람들은 굉장히 많았다. 기다리는 줄부터 시작해서 전망대 내부에까지 사람들이 꽉꽉 차 있었다. 당시엔 그저 그렇게 높은 건물에 올라가 본 것이 처음이라 신기하여 이곳저곳 다양한 방향의 경치를 둘러보고 내려왔으나 지금 생각해 보면 사람들은 왜 그렇게 높은 곳의 전망대에 가는 것을 좋아하나 싶다.




단순히 경치가 좋아서? 시야가 탁 트인 게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라?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볼 때 심장이 떨리는 느낌이 좋아서? 잘 모르겠다. 그러한 이유가 20만 원을 내야 할 가치가 있는지. 유명한 건물이 아닌데 같은 전망이라면 사람들은 20만 원을 내고 그 전망을 보려 할까.


전망대가 아닌 다른 관광지들은 어떨까. 여행 중 여러 미술관과 박물관들을 갔을 때 진심으로 미술이나 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오는 사람들의 비율은 얼마나 될까 의문을 잠깐 가진 적이 있었다. 유명 신전이나 건축물들 역시. 사실상 유명하다 하니까 가보는 사람이 대부분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곳을 방문해서 남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가 여기를 가봤고 좋았다 지루했다 힘들었다 등의 기억밖에 없지 않을까.


이번 여행을 되돌아봤다. 여러 전망대에 올라갔었고, 여러 미술관과 박물관을 다녔으며, 여러 자연경관과 건축물들을 보러 다녔었다. 여행이 다 끝나갈 때가 되니 이런 생각이 드는 건가 싶지만 상 나름 진심으로 관광지를 돌아다녔다 생각했으나 직히 다 제대로 기억이 나진 않는다. 히 박물관에선 건물만 기억에 남고 전시품은 기억에 거의 없다. 득 나는 그냥 새로운 자극이 좋아서 이곳저곳 관광지를 다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진정 그 관광지들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메시지들을 이해하며 관광을 다녔을까. 그게 아니라면 그 관광은 진정한 의미로 즐기지 못한 것이었을까. 잘 모르겠다. 행복한 이유는 모르겠으나 그냥 행복했으면 그것으로 충분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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