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의 매력
연초에 동네 의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았다. 고지혈증 진단이 나왔다. 덜컥 겁이 났다. 엄마는 요양등급 4등급을 받은 상태라 무엇보다 건강이 염려되던 때였다. 라면과 매운 떡볶이, 빵을 자제했다. 음식을 조절하는 것 이외에 운동이 필요했다. 나는 복부비만이었고 뱃살을 줄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걷기로 마음을 먹었다. 집에서 옥포 삼거리까지 걸아가면 한 시간 남짓 걸린다. 중간에 농협에 들러 혈압도 체크하고 율무도 한잔 마시는 걸 잊지 않는다.
삼거리 중국집 뒤편 산책로로 천천히 걷는다. 벤치에 앉아서 푸릇푸릇하게 자라고 있는 벼들도 구경하고 기세곡천의 냇물도 잠시 감상하면서 쉬어간다.
걷어가는 길에 식당이 있다. 식당 뒤편엔 탈곡기와 쟁기가 진열돼 있고, 라디오를 크게 틀어놓아 밖에까지 들린다. 라디오에서는 요즘 유행하는 트로트가 흘러나온다. 닭 두 마리는 마당을 일탈하여 길가를 배회하고 있다. 사람들이 지나가도 무서워하지 않는다.. 하얀 닭은 보이지 않고 누런 닭 한 마리만 눈에 띈다. 식당의 문간방 댓돌에는 슬리퍼 한 켤레가 가지런히 놓여있다. 햇살 한 줌이 슬리퍼 위에 쏟아진다.
보국사 절까지 도착하면 절반 이상은 왔다는 생각이 든다. 보국사 앞의 공터에서 공놀이를 하는 아이들의 모습도 정겹고, 구름다리와 시원하게 물줄기를 뿜는 분수, 송해정 전망대,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옥연폭포가 보인다. 인공폭포인 옥연폭포는 겨울철엔 얼음이 얼어있고, 가을철엔 울긋불긋한 풍경과 함께 물줄기가 흐르고, 가뭄 때엔 물줄기가 가늘기도 하다. 옥연지의 정경도 눈앞에 펼쳐져 시야가 확 트인다. 하염없이 바라보며 멍을 때리게 된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소는 송해정 전망대다. 사람들이 없을 땐 전망대에 누워서 옥연지를 내려다본다. 시골 정자에 누워있는 기분이 들고 향긋한 풀냄새와 소나무향이 코끝을 자극한다. 바람 한 자락이 불어오면 더없이 행복한 일이다.
그늘진 나무 테크 길은 다리에 무리가 가지 않아서 산책하기에 딱 좋다. 출렁다리의 스릴도 즐겁고 길가에 핀 이름 모를 풀꽃들도 눈을 즐겁게 한다. 운이 좋은 날은 다람쥐를 구경할 수도 있다. 흔들의자에 앉아 스피커에 흘러나오는 송매 할매의 노래 한 자락을 들으며 느긋한 여유를 즐겨본다.
백세정에 도착해서는 음료수를 한 병 뽑아서 이층으로 향한다. 주변의 풍광들이 한눈에 들에 오고 특히 여름철엔 맞바람이 불어서 자연바람의 상쾌함을 느낄 수 있다.
송해공원 입구의 꽃들은 철마다 바뀐다. 수선화, 튤립, 산파첸스, 수국, 다알리아 등이 피어서 관광객을 사로잡는다. 형형색색의 꽃들을 바라보며 나는 발걸음을 들린다. 두세 시간 정도 걸으니 몸도 가뿐하다. 걷는 것만큼 좋은 운동은 없다. 꾸준하게 걸어서 건강을 유지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