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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하 Sep 10. 2022

딸과 며느리 차이

 남동생이 11시에 데리러 온다고 했다.  엄마는 아침을 먹은 후에 화장실에 다녀와서 곤히 주무시고 계셨다. 엄마를 깨우고 옷을 입혔다. 엄마의 행동의 워낙 굼뜨서 외출하기 전에 화장실을 한번 들르려다 남동생이 온다는 시간이 임박해서 그냥 밖으로 나갔다.

 남동생 집에 도착하고, 음식상이 차려져 있었다. 전과 무침회, 새우구이 등이 정갈하게 차려졌다. 제사를 지내지 않기 때문에 명절에 좋아하는 음식으로 상은 차려졌다.

 엄마는 식탐이 있다. 한 상 차려진 음식 앞에서 앉자마자 정신없이 숟가락질을 했다. 그러다 소변 실수를 했다. 소변이 누고 싶다는 사실을 음식 앞에서 잊어버린 듯했다. 속옷과 바지가 젖었다. 올케가 갈아입을 바지를 챙겨 왔다. 그런데 올케의 표정이 변한다. 바지 하나를 내어주고 방으로 속 들어가 버린다. 낑낑거리며 나와 남동생은 엄마의 무거운 엉덩이를 들어서 젖은 옷을 갈아입혔다. 나는 올케의 행동이 내심 서운했다. 누구는 주말마다 아들 내외 집에서 지낸다고 하는데 엄마는 한 번도 아들 집에서 주문신 적이 없다.

 결혼하지 않은 딸인 내가 있기에 엄마는 내 집에서 지낸다. 저녁에는 기저귀를 채워도 이틀에 한번 꼴로 이불 빨래를 한다. 어느 주말엔 대, 소변 실수를 세 번까지 한 적이 있어 갈아입고 씻기는 수고를 한다. 나라고 힘들지 않은 것은 아니다. 내심 주말에 한번 정도는 아들 집에서 지냈으면 바람도 있다. 그래야 나도 휴식을 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올케의 오늘 행동을 보니 절대로 아들 집에는 보낼 수가 없을 것 같다. 올케가 바쁜 사람이 아닌데도 분명 딸과는 다르다. 카톡 사진에 친정 부모의 거한 팔순 잔치를 자신의 집에서 치른 사진을 올려도 시어머니의 하룻밤 기저귀 갈아주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눈치 볼 식구 없이 엄마를 내가 모실 수 있어서 다행이다.

 딸과 며느리는 분명히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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