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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ssion Azumma Mar 22. 2024

사춘기#1

우리 모두 겪는 인생의 칼바람 부는 봄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사춘기! 사춘기! 사춘기의 한자가 봄 춘자라니... 어딜 봐서 봄이란 말이냐? 폭풍우가 휘몰아치고 칼바람 부는 겨울이거늘. 생각에 꽃이 피는 시기여야 하는데 반항에 꽃이 피는 시기니.. 나도 그랬던가? 나는 분명 책만 읽고 한참 유행하던 황미나 작가 등등의 로맨스 만화를 즐기며 정말 봄처럼 따숩게 그 시기를 보낸 거 같은데 기억이 없다.


"엄마, 나는 사춘기 없었잖아?'

"지랄하고 있네!"


그렇단다. 우리 엄마도 나 때문에 꽤나 속이 문드러졌었단다. 머쓱해하며 말꼬리를 돌려본다. 남편을 닮았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통 모르겠다며 투정이라도 부리면 엄마는 기도 안 찬다는 표정으로 '지나간다 그냥 내비두면 된다.' 늘 그 대답뿐이다. 현명한 우리 엄마! 근데 우리 엄마도 분명 그땐 나를 혼냈겠지. 지나고 보니 가만히 내버려 두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었다는 걸 세 딸을 키우면서 터득하셨을 게 분명하다. 머리로는 알겠는데 정신 차리고 보면 잔소릴 폭탄을 퍼붓고 있는 내가 한심하기 그지없다. 잔소리를 해도 바로바로 치우고 말 잘 듣던 아이들이 하나씩 변해간다. 그렇게 우리 집 둘째의 사춘기가 시작되었다. 첫째 때 너무 심하게 겪어서일까? 둘째의 사춘기는 시작부터 먼저 내 몸이 반응한다. 이제 시작인데.. 나무아미타불관세음보살......


누군가 내게 물은 적이 있다.


“언니, 애가 사춘기인걸 어떻게 알아요?”

“묻지 마라. 곧 알게 된다”


아이들마다 양상은 다르겠지만 내 기준은 샤워할 때 문 닫고 혼자 하기 시작하고 안에서 옷을 입고 나오는 그때가 사춘기가 시작되었음을 확실하게 알려주는 시그널이었다. 좀 더 달라지는 점이라면 정리정돈 잘하던 아이가 아무렇게나 어지르기 시작하고 묻는 말에 답이 없어지며 말이 짧아지고 말수가 줄어든다. 그리고, 조증인가 싶을 정도로 기분이 왔다 갔다 한다. 우리 집은 특히나 원래부터 이기적인 유전자들이라 조금 어긋나게 행동하는 것까지 예민하게 받아들이면 대놓고 싸우자는 거니까 주의해야 한다. 첫째 때 뼈아프게 느낀지라 요즘 집에서 눈을 반은 감고 살고 있다. 하루 종일 핸드폰만 해도 모른 척. 건성건성한 대답에도 마음 상하면 안된다. 너무너무 착하고 공부도 잘하던 아이가 이 시기를 잘 못 보내면 세상 엄마가 싫어하는 아이가 된다. 네가 사춘기면 나는 갱년기다 그렇게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잘 못 하면 방문 하나 날아가는 수가 있다. 실제로 너무 착한 아이가 고등학교 때 뒤늦은 사춘기를 겪으며 엄마와의 불화에 방문을 발로 차서 부서진 경우가 내 주변에도 있다. 엄마가 제일 싫어! 엄마가 하라는 것마다 반대로 하는 청개구리들이 수두룩하게 많다. 힘들겠지만 아이를 믿고 기다려주는 것만이 이 칼바람을 잘 피해 갈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이다. 


한 눈감고 입 닫고 살기! 사춘기 맘의 기본자세!


하지만! 마음먹은 대로 되냐 말이다. 최소한의 질문과 최소한의 간섭, 그리고 자연스러운 대화. 말이 쉽지. 며칠 전 하도 동생에게 집적거리기에 조심스럽게 한 소리 했더니 맨날 동생 편만 든다며 방문을 쾅 닫고 들어가 버린다. 아유 저거를 그냥!!


“ㅇㅇ아.. 네 동생 때문에 힘들다야. 사춘기 절정이여“

“아이고, 엄마 내가 다음 주에 가면 기강 좀 잡아야겠네 “

“니가????? 니 과거는 생각이 안 나제?”

“하하.. 죄송했어요”

“ㅋㅋ뭐가 죄송하노. 그땐 내가 더 미안했지”


폭풍 같던 사춘기를 지난 큰 딸은 이제 엄마를 위로할 줄 아는 성숙한 고3이 되었다. 치열하게 보냈던 그 시간이 어쩌면 나와 아이에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을지는 모르지만 아이에겐 많은 상처가 되었을 것이다. 아이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먼저 그 시기를 보낸 선배로서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임을 처음엔 몰랐다. 방치가 아닌 성장하는 아이에 대한 묵묵한 기다림, 그리고 아이의 생각에 대한 동의와 응원! 잔소리가 아닌 진지한 의견제시 정도만으로도 아이는 더욱더 굳건히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여행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음을 꽤 많은 대가를 치르고야 깨달았고 치열하게 싸우고야 아이를 이해하게 되었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본인이 원하는 걸 하게끔 내버려 두니 알아서 자기 길을 찾아가고 있다. 그렇게 큰 아이와 우리 부부는 바닥까지 내려갔던 사춘기의 칼끝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제 두 번째다. 둘째도 잘할 수 있겠지? 아이마다 다르니 내 맘도 그에 따라가야 할 텐데 두렵긴 하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갱년기는 사춘기를 이길 수 없다. 이런 생각을 가진 부모님들은 빨리 생각을 바꾸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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