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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혼잣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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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정아줌마 Apr 29. 2024

헤어질 결심을 하란 말이야!

엄마의 분리불안

“야! 너 뭐야 이 ~~~~%?!!?*”


친구가 딸아이에게 화내는 소리에 같이 있던 친구 셋이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건 뭐 바람난 남편 쥐잡을 때나 나올 법한 톤이다. 시퍼런 날이 서있다. 전화기 너머 친구 딸아이가 눈에 밟힌다. 유독 큰 딸에게만 화를 낸다. 두 살 터울 동생인 아들에겐 한없이 관대하면서 말이다.


통화를 끝내고도 분이 안 가라앉는지 얼굴이 벌갰다 퍼랬다 한다. 그래 무슨 일이고? 머 도둑질이라도 했나 싶어 물어보니 늦잠을 잤단다. 일찍 일어나서 공부하기로 약속했는데 엄마가 친구들 만나러 나가 있는 동안 너무 푹 자버린 거다.


“옘병할! 야 그게 그래 아를 들들 볶을 일이가?!! “


셋이서 동시에 나무란다. 어이없어하는 표정


“화 안 나게 생겼나? 말을 말든지. 이게 화가 안 난다고?”


참나 이 친구 보게.. 이제 고 1. 특목고 턱~~ 하니 가주고 기숙사에서 고생하다 주말에나 집에 오는데 그게 화날 일이냐고 아무리 말해도 화가 난단다. 되려 본인을 나무라는 27년 지기 친구들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다.


4남매의 장녀. 배 타는 아부지 집에 오시면 일하는 엄마대신 들어가 밥을 차리고 딸딸딸아들 막내 남동생까지 업어 키운 친구다. 친정 엄마 49제 지낸 지 며칠 되지 않아 그런 거다 이해하기엔 친구와 딸은 이전부터 골이 깊다. 아무리 말을 해줘도 바뀌질 않는다. 딸이 자기처럼 안 살았으면 좋겠단다. 안 그런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지!


그래서 너는 아이가 서울대 가길 원하냐니 그건 또 아니란다. 자립해서 잘 사는 게 자기 바람이란다. 또 옘병할이다. 아이가 노는 것도 영화 보는 것도 이해가 안 된단다. 그 시간도 공부해야지 이해가 안 된다기에 호통을 쳤다. 지는? 지방 잡대 나와서 아이는 서울대 보낼라고? 아니 서울대는 아니고 자립? 애가 언제 성장하냐고? 친구랑 수다도 떨고 밤새 영화도 보고 책도 보고 해야 감정도 자랄 거 아녀. 엄마 기에 눌려서 아무것도 못하는데 언제 자립을 하지? 내가 딸아이와 겪은 사연을 구구절절 말해줘도 결국 남은 남인가 보다. 


“엄마가 너한테 하신걸 왜 그대로 아이한테 하고 있는데? 그렇게 싫어해놓고. “


펑펑 운다. '그래 울어라. 너도 아직 엄마 품에서 못 벗어났는데 새끼를 우째 떼놓겠노. 실컷 울어라. 그치만 이제 아이와 너는 분리하자 친구야'


셋이서 돌아가며 다독거렸다. 우리 때는 그랬다. 지금처럼 돼지 엄마는 서울 강남에나 몇몇 있을 뿐 듣도 보도 못했고 그냥 대학만 들어가면 아이고 우리 아들 우리 딸 그런 분위기였다. 그때만 해도 4년제 대학만 졸업하면 어디든 취직이 됐고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었다. 그때랑 지금은 분명히 다름에도 친구는 아직 30여 년 전에 머물러 있다. 시대가 변했고 우리 아이들은 그때의 우리를 이해할 수 없다. 우리가 마치 우리 아버지가 보따리 메고 산 넘어 학교 댕깄다는 그때 얘길 애들한테 하는 거나 다를 바가 없다. 꼰대 엄마 같으니라고.


"집에 가면 아무 소리 하지 말고 맛있는 거 먹이고 토닥토닥해 주라~자기와의 약속 못 지킨 지가 제일 속상하다. 그리고 제발 너도 쓰앵님의 치료를 좀 받자 친구야~"


정신과 상담을 권했다. 우울증에 갱년기까지 겹치면 지뢰밭 쑥대밭이다. 아이는 아이대로 너는 너대로! 너부터 좀 똑바로 서자. 아이는 냅두면 큰다. 그리고 지가 가다가 아닌 것 같으면 반드시 물어올 테니 기다려주자. 엎어지고 까지고 갔다가 돌아오고 뱅뱅 돌고 그러면서 크더라. 길이 아니면 돌아가고 뚫고 갈 수 있는 힘을 길러주자. 어디로 가야 할지 매번 엄마만 찾으면 안되지 않겠나? 기다려 주는 거! 그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야~그리고 우리는 이제 우리 삶을 즐기자고~


팔뚝살 빼는 수술이 있단다. 안검하수는 어디가 잘하는데? 어쩌고 저쩌고~~이제 우리는 그런 얘기만 하자. 가끔 남편 욕 정도는 해도 되겠지. 그리고 자식들 흉도 보자. 단지 딱 거기까지만! 60프로 부족했던 우리의 삶은 우리가 거두고 아이에게 전가시키지 말자. 그래야 우리 모두 행복하다. 잊지 말자 친구야!




사진 © maksym_tymchyk,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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