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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쌤 May 07. 2023

형님, 이제는 혼자가 아니다!!

# 시간이 지나면 정이 쌓인다.

4월 비가 조금씩 내리던 어느 날이었던 것 같다. 


늘 그렇듯이 아침 일찍 출근해서 8시부터 등교지도를 위해 교문으로부터 들어오는 진입로에 섰다. 

교복을 안 입고 오는 녀석들한테 잔소리를 하고 아이들 내려준다고 무작정 밀고 들어오는 학부모 차들을 정리하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학교 규모가 상당히 커서 교문에서 내가 서 있는 곳까지의 진입로 거리가 거의 50m 정도 된다. 

저 멀리 조그마한 누군가 보도 옆 난간을 잡으면서 힘겹게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거리가 멀어서 누군지 확실하게 알 수는 없었다. 

조금 더 거리가 가까워지니 힘겹게 보도 옆 난간을 잡아가며 걸어오는 것이 누군인지 알 수 있었다.


바로 '형님'이었다. 


순간 고민이 되었다. 아이들 지도랑 차량 통제를 포기하고 가서 부축하고 데려와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 고민을 하고 있는데 형님의 뒤에서 누군가가 뛰어와서 형님을 부축하고 같이 걷기 시작했다. 거리가 가까워져 얼굴을 보니 내가 처음 본 녀석이었다. 학생부장인 내가 얼굴을 잘 모르면 학교생활에 큰 문제가 없는(?) 학생일 것이다. 

차마 보기가 어려워 부축을 해주려고 걸어서 형님 가까이에 갔다. 허리 골절환자들이 차는 허리 보호대를 차고 있었고 옆에서 부축을 하는데도 한발 내딛는 것이 힘들어 보였다. 


"아니! 사고 났어요? 왜 이렇게 아파요?"(제자뻘이지만 존중의 의미로 항상 존대어를 쓰고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한다)

"제가 허리랑 무릎도 많이 안 좋아서 비가 오고 그러면 심해져 걷기가 힘들어요."

"야! 너는 누군데 이렇게 부축을 하니?"

"아 저 같은 반인데 힘들어 보이셔서 도와 드리려고요"

언뜻 봐도 법 없이도(?) 살 수 있을 녀석 같았다.

"그래, 너 키도 크고 하니까 형님 힘들면 네가 업고 가라"

그 녀석은 씩 웃으면서 형님을 정성스럽게 부축해서 걸어갔다.






39살 나이 많은 아저씨가 처음 입학한다고 하였을 때 학교에서는 많은 걱정을 하였다. 특히 아이들과 잘 지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었다. 처음에는 형님도 혼자 다니고 아이들과 많이 서먹해 보였다. 

담임선생님의 말을 들으니 형님이 아이들에게 과자도 사주고 했다고 한다. 이제는 조금은 아이들과 친해져서 가끔씩 보면 이동 수업을 할 때 다른 아이들과 같이 이동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나름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아 안심이 되기도 하였다. 


담임 선생님을 통해 몸이 많이 안 좋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는데 이 정도일 줄을 몰랐다. 나는 그 나이에 한창 축구하고 열심히 운동했던 것 같은데...

아마도 일반인과는 다르게 평범하지 않은 삶을 보낸 형님이 젊은 시절을 몸을 혹사하고 다친 경우가 많아서 그렇지 않을까 내 나름대로 상상을 해본다. 그때의 생활을 지금은 후회하고 있는 듯하기도 하다. 


어쨌든 우리 학교 신입생으로서 현재까지는 형님이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무사히 잘 생활하고 있어서 마음이 조금 편하다. 아이들과 잘 지내고 무사히 졸업을 해서 학교의 역사에 새로운 기록을 남겼으면 좋겠다. 


형님!!  몸관리 잘하시고 건강 관리 좀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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