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피의 법칙'
오늘이 아마 그런 날이었나 보다. 몸 컨디션도 좋지 않았는데 하루 동안 다양한 일들이 일어났다.
#1승
아이들 등교시간에 맞추어 학교 주변을 순찰을 돈다. 몸 컨디션이 안 좋아 쉴까 했지만 그냥 돌아보기로 했다. 횡단보도를 건너 건물 뒤의 흡연 상습구역인 으슥한 골목에 들어섰다.
저 멀리서 사람의 실루엣 3개가 보였다. 어떻게 해야 되나 조금 망설였는데 이런 나의 머릿속과는 상관없이 몸은 벌써 반응을 해버렸다. 직업병인가 보다(?)
"야! 너네 어느 학교야?"
교복을 입은 녀석 셋이 약간 주춤거리는 것 같았다.
골목이라서 아이들이 반발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얼른 말을 이어갔다.
"나 ~ 고등학교 학생부장이야"
녀석들이 움찔하는 모습이 보였다.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우리 학교 아이들이 아니면 솔직히 학교 밖에서 그것도 으슥한 곳에서 다른 학교 아이들에게 말하기가 쉽지 않다. 솔직히 반발하거나 대들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일이 생겨도 나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얼굴들을 보니 나쁜 아이들 같지는 않았다. 요즘에는 흡연이 매우 일반적인 일이라서 담배를 피운다고 나쁜 아이들로 보기 힘들다.
담배를 압수하고 잘 훈화해서 돌려보냈다. 또 걸리면 너희 학교에 연락을 하겠다고 말하면서 말이다.
1승이다!!!!!
#1패
점심시간에 거짓말을 한 녀석을 불렀다. 등교하면서 학생부 샘이랑 상담을 하느라 지각을 했다고 담임한테 거짓말을 했던 녀석이다. 작년에도 이런저런 일로 학생부에 자주 왔던 단골인데 올해는 학년이 하나 올라갔다고 오만 방자해졌다. 자기는 잘못한 게 없다고 뻔뻔스럽게 우겼다. 한참을 녀석과 말싸움을 하다 보니 다혈질인 성질이 올라와서 너는 말이야 이렇게 해서는 안되라고 하면서 나도 모르게 손가락질을 하고 말았다.
"아니! 왜 나한테 삿대질해요??"
"야 이게 왜 삿대질이야?"
"아 맞잖아요"
녀석은 말꼬투리를 잡고 우기기 시작했다.
내 의도는 삿대질을 하려고 한 것은 아니었지만. 상황이 불리하다. 이럴 때는 사과를 하는 것이 맞다.
"야 삿대질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고 미안하다, 그런데 너도 이렇게 하면 안 되지"
어쨌든 녀석이 거짓말을 하고 반성을 안 하는 것은 충분히 징계를 받을 수 있다고 말하자 맘대로 하라고 한다. 전세가 기울었다. 기세 싸움인데.... 나의 실수다..
이건 징계를 준다고 해도 나의 1패다
# 1승이 아니고 1 무
오후에 수업 중에 학생부 샘의 전화를 받았다. 교복도 입지 않고 등교한 ○○이가 학교를 돌아다니는 것을 학생부로 데려 왔다고 했다.
5월에 첫 등교를 하자마자 학교에서 큰 소동과 사건을 일으키고 나오지 않았던 ○○이가 아무 연락 없이 학교에 놀러(?) 온 것이다. 계속 수업을 하고 있는데 실습실 현관문으로 밖으로 누군가가 기웃거리는 게 보였다. ○○이였다.
"야! 너 여기 어떻게 왔어"
"물 마시려고요"
선생님께 전화를 드렸더니 학생부에서도 배고프다며 라면을 끓여 달라고 하고 계속 이상한 소리들만 해서 일단은 잘 타일러서 학교 밖으로 나가는 것을 보았는데 다시 돌아 들어온 것이다.
○○이는 5월에 학교에 첫 등교를 하였을 때 큰 소란을 일으키고 물의를 일으켰다. 이 후로 그냥 교실에 들어가는 것은 큰 문제가 될 수 있어 학부모와 같이 등교하여 학생부에서 일정기간 상담을 받는 것을 요구하였으나 아예 등교를 하지 않고 있었다.
한참 ○○이와 실랑이를 했지만 계속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리며 건성으로 대답했고 말이 통하지 않았다. 일단을 돌려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전화를 걸어 학생부 선생님을 내려오시게 했다.
이제 머리수로는 2:1 이 되었다.
○○이가 일어나더니 가겠다고 했다.
"야! 거기는 교문이 아니야, 저기로 돌아가야지"
"아이 따라오지 마세요"
혹시 이상행동이라도 할까 봐 계속 따라갔다.
"아이 따라오지 말라고요"
그러더니 녀석은 결국 교문 쪽으로 돌아가지 않고 교문옆 펜스를 날렵하게 훌쩍 넘어갔다.
어이가 없었다. 뛰어가서 잡을까도 했지만 괜히 물리적 접촉이 있었다가 폭력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이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어쨌든 담을 넘어가게 두었지만 ○○이를 잘 제어하였고 이전과 같은 문제 상황을 만들지를 않고 잘 돌려보냈으니 나름대로 1승으로 마무리했다고 생각했다.
학생부에 데리고 계셨던 선생님이 ○○이가 우리 학교 □□랑 영상 통화 같은 것을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고 하셨다. □□이를 불렀더니 ○○이를 잘 알고 있고 어제 있었던 일을 영상통화를 보고 들었다고 말했다.
안 나오다가 왜 갑자기 왔을까 하는 의문이 들렸는데 이제 풀렸다. 영상통화인지 아니면 인스타 라이브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장난을 치려는 의도를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문제를 삼아서 징계를 줄 수 도 있지만 학교도 거의 나오지 않고 다른 문제행동으로 사법과 교육청 조치를 받아야 하는 ○○이라서 상황이 복잡하다.
1패다 1 승인줄 알았는데....
오늘의 전적은 3전 1승 1 무 1패다. 솔직히 말하면 1승 2패 같은데.....
그래도 노력한 게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