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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쌤 Jun 21. 2023

동네 뒷산에 오르면.

원래 등산을 좋아하지 않는다.


살면서 등산을 해본 적도 몇 번 없다.


재작년에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혼자 계신 아버지가 쓸쓸하실 것 같아서 한 달에 한 번 정도 동네 뒷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그럴 거라고 생각했던 것도 있고 또한 전에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도 있다.


역시 경치가 좋았다.


미처 알지 못했던 것이 더 많았다.


첫째, 산길에서 마주치면 몰라도 서로 인사를 한다.

좁은 산길을 오르다 마주치게 되면 '안녕하세요'라고 큰 소리로 인사를 한다. 처음에는 이상했지만 아버지 뒤를 따라가다가 마주치는 분과 아버지가 인사를 하면 이제는 나도 따라 인사를 한다.


둘째, 나이에 따라 복장이 다양하다.

40대 이상은 대부분 등산복을 입고 양손에 스틱을 들었다. 아마 우리나라 어디를 등산 시에 볼 수 있는 복장이다. 동네 뒷 산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30대 들은 그냥 반팔에 반바지에 운동화를 신는다. 아직 젊음의 열기가 있으니까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정상 부분 이외에 숲이 우거진 데는 모기가 많아 긴바지를 입는 것이 좋을 것 같다.

20~30대 여성들은 레깅스를 입는다. 요즘에는 등산에도 레깅스를 입는다고 듣기는 했는데 동네 뒷산에 오를 때도 입는 줄은 몰랐다. 상관은 없는데 가끔 좁은 산길을 오르는데 앞에서 레깅스를 입고 천천히 올라가고 있으면 바닥만 보게 된다.


셋째, 나는 지금 위험한 곳에 있는 걸까?

울 아버지도 다른 분들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올라간다. 처음에는 이거 올라가도 되는 거야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나도 무심코 올라간다.



넷째, 사고 시 구조 요청을 위해 정확한 위치를 알려주는 표지가 있다.

이런 게 있는지는 처음 알았다.


다섯째, 산에 올라갔다 내려와서 먹는 식사는 진짜 꿀맛

산에서 내려와서 아버지와 같이 아침 겸 점심 식사를 한다. 식사하면서 반주로 맥주 한잔은 정말 좋다. 어쩌면 나는 산에 가는 것보다 이런 시간들이 더 좋은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이제 이런 순간들이 많이 남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어렴풋이 든다. 아직은 건강하시지만 80대 중반이신 아버지와 동네 뒷산에 오를 순간은 많이 남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더욱더 소중히 생각하고 조금은 몸이 피곤하거나 하면 귀찮을 때도 있지만 꾸준히 실천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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