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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de _ wave to earth
새벽 4시, 나는 집을 나서 할머니에게로 향했다. 전례없는 폭설로 도착이 지연되던 고속열차 안에서는 이 노래만 들었다. 4시간 가까운 시간이었다.
그저 우연이었다. 계속해서 새로운 노래가 귀로 들어온다면 또 새로운 리듬, 새로운 가사에 적응해야할 것이다. 당시의 나는 그 정도의 피로감도 견딜 수 없었다. 그래서 그저 들려오는 노래를 향해 1곡 반복 재생 버튼을 누르고 창밖을 보며 멍을 때렸던 거다.
그건 실수였다. 이제는 이 노래를 들으면 반사적으로 눈물이 흐른다. 평일 아침 8시 30분의 버스에서도, 한 낮의 카페에서도.
이유도 조건도 없는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설명할 수 없는 사랑이 있다는 것, 만약 사랑이라면 응당 설명할 수 없다는것, 그와 내가 주고받던 사랑이 그랬다는 것을.
하지만 사랑의 한 가운데에 있을 때는 그것이 보이지 않는다. 그가 나를 사랑하려면 내가 갖추어야할 것이 있고, 또 그가 사랑스럽게 다가와야 내가 그를 사랑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이별하는 그 즉시 이 믿음은 나를 배반한다. 내가 어떤 모습이었어도, 그가 어떤 모습이었어도 사실 우리는 서로를 사랑하고 있었고, 사랑했을 것이라고 깨닫는 순간이 찾아온다. 난데없이 흐르는 눈물은 그런 의미다.
꿈속에 할머니가 찾아온 어느 5월 나는 용기 내어 이 음악을 틀었다. 울어도 좋은 날이었다. 꿈속에서 그는 언젠가 우리 가족과 함께 여행을 갔을 무등산 또는 추월산 또는 지리산 언저리의 계곡 평상에 앉아 있었다. 이제는 몸을 가누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육체의 고통과 안간힘을 다해 싸우고 있는 사람이 지을 법한 표정으로. “보고 싶은 사람들을 다 보고 가지는 못할 것 같다”고 했다. 나는 그를 꼭 껴안았다. 그래도 내가 계속 여기 있을게요.
무언가를,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던 사람은 떠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인생의 대부분을 기다려온 사람이라면 더욱 더.
앞으로도 그로 인해 많이 울 수 있다면 좋겠다. 그가 내 꿈에 더 자주 찾아왔으면 좋겠다. 우리가 여전히 서로를 사랑한다는 것을 잊어가며 살고 싶지 않다. 그런 삶은 언젠가는 메마르고 말 것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