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스는 가끔씩 눈앞이 흐릿해질 때가 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텔레비전의 수신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아 화면이 '치지직' 거리는 것처럼 눈앞이 뿌옇게 느껴질 때, 맥스는 서비스 장애가 일어났구나 하는 망상을 일으켰다.
그가 이렇게 생각하는 데에는 이 지구라는 세계가 하나의 커다란 게임 혹은 시뮬레이션이라 망상했기 때문이다. 맥스는 [ 한 국가 단위 혹은 민족 단위 더 작게는 개개인 단위로 누군가가 조종을 하고 있다 ]는 가설을 믿고 있었다. 마치 심*과 같은 게임 세상처럼.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은 현실이 아닐지 몰라. 누군가가 현실 세계를 그대로 본떠 만든 가상현실 세계가 아닐까? 어쩌면 나는 누군가가 조종하는 아바타이거나, 수많은 NPC 중의 하나 일수도 있어.’
그는 이러한 생각을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없었다. 사람들이 자신을 정신이 온전치 못한 사람으로 취급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머릿속으로만 상상해 오던 어느 날, 맥스는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어떤 연예인이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지져스!'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와 육성으로 터져 나온 말이었다. 그는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을 발견했다는 사실에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맥스는 어떤 집단이 TV를 이용해 자신들과 같은 생각을 하는 이들에게 시그널을 보내고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본인의 가설이 더 이상 헛된 망상이 아닐 수 있다는 것에 가슴 뛰기 시작한 그였다. 맥스는 흥분된 마음으로 책상 앞으로 달려가 노트북을 열고 검색 창을 켰다.
[ virtual world ] ↲E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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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롤을 내리자 증강 현실과 관련된 물품을 판매하는 사이트를 비롯해 각종 뉴스가 검색되었다. 조금더 스크롤을 내리다 보니 한 사이트가 그의 눈에 띄었다.
[ This is not real world - Fake world ]
‘있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맥스는 진작 찾아보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그러면서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세상 도처에 있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흥분했다.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을 부여잡은 채 천천히 글들을 읽어나갔다. 그들은 그것을 ‘시뮬레이션 우주론’이라 불렀다.
[ 시뮬레이션 우주론 ]
시뮬레이션된 현실이란 이 세계가 초 AI로 구동되는 하나의 거대한 시뮬레이션이란 뜻이다. 즉, 누군가 가상으로 구현한 가짜 세계라는 가설이다. 최근 유명한 기업가인 일론 머스크가 시뮬레이션 이론에 지지하면서 이 가설은 유명해졌다. 하지만 이 가설은 아직까지 과학적 방법으로 검증할 수 없기에 검증되지 않고 있다.
다만, 철학적인 요소로 자리 잡았으며, 최근 철학자 닉 보스트롬 등이 이른바 '모의실험 논증'을 시도하면서 주목받았다.
맥스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이 이 우주가 시뮬레이션 된 세상이라 믿고 있었다. 천천히 글을 읽어 보던 맥스는 사이트에 글을 남겼다.
[ 시뮬레이션 우주론 파티원 구함 1/ 9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