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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NOAH 0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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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와하나 Nov 23. 2024

#3 System Operator

  게임의 진행이 지루해질 때쯤이면, NOAH의 운영진들은 플레이어들의 환심을 얻기 위해 새로운 이벤트를 내어 놓았다. (*아마 이들이 말하는 지루함은 세계 평화인 듯 싶다.) 그들은 여태껏 많은 이벤트들을 만들었는데, 가장 최근의 이벤트가 바로 Covid-19였다.


  이벤트가 시작되자, 미국은 빠르게 Covid-19 대한 신약 개발을 만들기 시작했고, 동시에 경기 침체를 예상하고는 돈을 풀기 시작했다. 그들은 신약이 돈이 될 거라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했으며, 가상세계도 마찬가지로 국가 경쟁력이 곧 힘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NOAH 속 화폐는 가상 화폐에 불과해 보이지만, 어느 게임이나 그렇듯 가상화폐가 곧 현실 세계의 돈으로 연결되어 있었다.(*가상 화폐를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유저들도 꽤 많았다)


  운영자들은 빠르게 신약을 만들어서 배포하는 플레이어들에 대해 꽤나 놀랬다. 과거 NOAH 세계의 시간으로 1347~1351년 사이, 약 3년 동안 2천만 명에 가까운 희생자를 내었던 Black Death(흑사병)를 생각하고 만들었던 이벤트였는데, 불과 1년 사이 백신이 등장한 것이다. NOAH 운영자들은 이번 상황에 대해 회의를 진행해야 했다. 과연 이대로 두어도 괜찮은가, 운영자들이 개입을 해야 하지 않을까에 대한 의문이었다. 생각보다 이벤트가 너무 빠르게 진행되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가상 세계에 대해 개입은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는 그들이 세운 제1원칙에 따라, 더 이상 관여하지 않기로 했다.


  한편, NOAH의 운영자 중 한 명인 조이는 이번 Covid-19 이벤트가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가상세계 일뿐이지만, 현실세계를 그대로 본떠 만든 NOAH에 이런 악질적인 펜데믹 이벤트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과거 흑사병 때도 얼마나 많은 NPC와 플레이어가 사라졌는지 떠올리는 그녀였다. 플레이어야 다시 계정을 만든다 쳐도 NPC들은 영원히 사라졌다. NPC마다 가지고 있는 고유의 정보와 기억마저 완전히 지워져 되살릴 수 없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이었다. 가상세계의 NPC를 죽이는 것이 꼭 살인처럼 느껴져 오는 조이였다. 그래서였을까? 다른 운영자들의 생각과 달리 빠르게 백신이 등장한 것에, 내심 기분 좋은 눈치인 그녀였다.


  조이는 처음부터 NOAH의 개발자는 아니었다. 유저 유입이 점점 많아지면서, 추가 서버가 하나 둘 생겨나고, NOAH의 생태계가 확장되면서, 개발진과 운영진의 인원이 대거 필요했던 NOAH에서 그녀에게 이직을 제안해 뒤늦게 합류한 케이스였다. 그녀는 의자에 앉아 조용히 눈을 감은 채, 입사 초기를 회상했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무렵, 그녀가 처음 목격했던 이벤트인 Black Death(흑사병)를 보고 꽤나 큰 충격을 받았다. 그녀는 회사에 출근 하자마자 NOAH의 설립자인 카메론의 방에 찾아가 따지듯 물었다.


“카메론, 이런 건 이벤트가 아니잖아요!, 이건 그냥 대량학살에 지나지 않는다구요!”


  카메론은 매일 아침 직접 커피를 내려 마시는 것을 즐겨했는데, 그날도 어김없이 커피를 내려 마시고 있던 그는 다짜고짜 사무실 문을 열어 젖혀 고함을 지르는 조이에 놀라 들고 있던 뜨거운 커피에 손을 데이고 말았다. 아침부터 짜증이 물밀 듯 밀려왔지만 스스로 우아하고 교양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되뇌이며, 최대한 짜증을 참아냈다. 손에 들고 있던 커피를 그대로 테이블에 내려놓고는 물끄러미 조이를 쳐다보며 인자스럽게 말했다.


“조이, 이건 그냥 게임일 뿐이야. 너무 빠져들지 말라고”


스스로도 꽤나 괜찮은 뉘앙스의 말이라 생각하는 카메론이었다. 짜증도 내지 않고 아랫사람을 부드럽게 잘 타일렀다고 생각한 그였다. 하지만 속으로는 조이의 반응에 의아한 카메론이었다. 그에게 NOAH의 세상은 그저 데이터이며 돈벌이 수단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어간다고요!”

   

쾅!


조이의 말대꾸에 화가 난 카메론은 결국 참지 못하고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을 내리치며 조이를 노려봤다. 한 번은 참아도 두 번은 참지 못하는 그를 보니 교양과는 그리 가까워 보이진 않았다. 


“조이, 다시 말하지만 이건 가상일 뿐이야, 내가 만든 세계이자, 그저 데이터에 불가하다고! 실제로 죽는 건 아무도 없단 소리야!”


  안경 너머로 조이를 바라보는 카메론의 눈빛에는 살기가 어려 있었다. 그의 눈빛을 보고나니 조이는 더 이상의 대화는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휙- 돌아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돌아서는 조이를 바라보더니 카메론이 중얼거린다.


“망할 x. 데려 오는 게 아니었어. 현실과 가상을 구분할 줄도 모르는 반푼이라니"


사용하는 단어를 보니 그는 교양과 거리가 멀다는 것이 확실해져 보였다. 카메론은 빛이 들어오는 창가를 향해 의자를 돌려 앉았다. 아직 식지 않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조이를 데려 온 것에 후회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녀의 실력만큼은 확실하지 않은가. 아침부터 짜증이 치밀어 오르는 그의 머리에 햇빛이 슬며시 내려앉았다. 안그래도 반짝이는 머리가 햇빛을 받아 더욱 반짝거렸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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