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인류는 이 가상현실 세계를 [THE NOAH] 라고 불렀다. 맞다. 맥스의 망상처럼 그가 살고 있는 곳은 실제 인류를 복제해 만든 가상현실 속이었다. NOAH 라는 세상 속에서 실제 플레이어와 고도화된 AI NPC가 구분되지 않은 채 뒤섞였다. 그들은 서로가 AI인지 실제 유저인지 알지 못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상세계에서 서로에게 녹아 어우러졌다. 재밌는 것은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가상세계에서 현실과 닮은 일들이 생겨났다.
가상세계 내의 AI와 AI가 혹은 AI와 유저가 서로 가족을 이루기도 하고 특정 유저가 나서서 집단을 이루어 나라를 만들기도 했으며, 국가 간의 전쟁을 일으켜 서로를 정복을 하기도 했다. 일례의 사례들로 몽골의 최대 규모이자 단일 제국을 건설한 칭기즈 칸,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 1세, 삼국을 통일한 신라의 김춘추, 일본의 전국을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 등등 역사에 이름을 남긴 수많은 유저들이 존재했다. 현실에서 처럼 이 NOAH 속에서도 또 다른 역사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맥스는 웹 사이트 [ This is not real world - Fake world ]에서 자신과 같은 이들을 발견한 것을 시작으로, 가상현실 속에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책상 앞에 차분히 앉아, 노트에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1. 지속적으로 새로운 패치가 진행된다는 점. 1차 산업부터 4차 산업 그리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5차 산업이라 불리는 이번 패치가 그랬다. 단순한 노동 집약적인 방식에서 점점 자유롭고 난이도가 높은 방식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2. 시간이 지날수록 과거보다 더욱 뚜렷하고 색감이 넘치고 있다. 과거 보다 세상의 화질이 점점 좋아지는 점. 어릴 적 그가 보았던 세상 보다 지금의 세상이 더욱 색감이 다양하고 눈에 보이는 이미지의 생동감이 넘친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그가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즐겨했던 게임들을 하나, 둘 떠올렸다. 테x리스에서 별 크래프트를 거쳐 심x온라인, GTx, 그리고 메타버스를 지나 가상현실 세계까지. 점점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허물어져 가는 모습을 보이며,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현실과 게임이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고도화 되는 점을 주목했다. 맥스는 자신이 속한 시뮬레이션 세계 속에서도 또 다시 과학 기술이 발달되어 새로운 세상이 생기며 이 현상이 반복되어, 무한한 가상세계가 계속 생긴다는 또 다른 가설을 추가로 세웠다.
번외로 그는 인류가 지구 이외에 다른 행성에 살지 못하는 것과 아직 밝혀지지 않은 외계인에 대해 몇 가지 가설을 세웠는데,
1) 지구 이외의 타행성에 대한 패치가 진행되지 않았다.
2) 행성은 서버의 역할로서 서버와 서버 간에 차단이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다른 서버 유저와는 만날 수 없다.
3) 혹은 유저들만이 과금을 통해 지역이나 행성을 확장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역 확장과는 달리 행성 확장은 과금의 금액이 너무 높아 쉽사리 도전할 수 없는 일종의 깰 수 없는 퀘스트다. * 과금 : 서비스를 이용한 사람에게 사용료를 받는 행위.
4) 또는 우주에서 가장 고도로 발달된 문명의 세계는 지구다. 따라서 다른 행성에 사는 종족들은 과학기술이 발달되지 못해 지구에 접근할 수가 없다.
5) 그러므로 오래전 목격된 외계인들은 이 세계를 관리하는 운영자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모든 유저와 NPC가 지구라는 영역 내에서만 활동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한 유저가 이 법칙을 깨고 화성이라는 새로운 지역에 인류를 정착시키려 도전하고 있다. 정확히 과금 유저인지 일반 유저인지 혹은 AI인지 알지 못하지만 이제 이 NOAH에서 그의 아이디는 유명하다.
[ Elon Musk / 일론 머스크 ]
조용히 생각을 정리한 맥스는 노트를 덮은 뒤, 벽면 가득 시뮬레이션 우주론의 정보로 가득한 방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나는 망상장애를 앓는 환자 일까, 아니면 가상세계 속 데이터 쪼가리 지나지 않는 NPC 중 하나일까” 조용히 읊조렸다.
어느 쪽이어도 쓸쓸한 것은 마찬가지일터. 활짝 열린 창문으로 들어오는 노을 진 햇살이 오늘따라 그에게 인위적으로 느껴져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