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23.3, 과연 이겨낼 수 있을까?
23.1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23.2 B의 부진으로 나는 박스 5위로 밀려나고 말았다. 이제 3주 차로 접어든 Open, 마지막 와드만이 남아 있었다. 과연 박스 4위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인가.
<Open 23.3>
제한시간 6분
5 월워크
50 더블언더(줄넘기 이단 뛰기)
15 스내치(남자 95, 여자 65 파운드)
5 월워크
50 더블언더
12 스내치(남자 135, 여자 95 파운드)
6분 안에 위 동작을 모두 완료했다면 제한시간 3분 추가
20 스트릭 핸드스탠드 푸시업
50 더블언더
9 스내치(남자 185, 여자 125 파운드)
9분 안에 위 동작을 모두 완료했다면 제한시간 3분 추가
20 스트릭 핸드스탠드 푸시업
50 더블언더
6 스내치(남자 225, 여자 155 파운드)
*월워크: 바닥에 엎드린 자세에서 발을 먼저 벽에 올리고 벽을 향해 팔로 걸어가면서 물구나무를 선다. 정해진 선에 양손이 닿으면 다시 시작점으로 팔을 가져온 후 발이 벽에서 떨어지면 성공.
내가 머리 위로 65파운드를 들어본 적이 있던가? 내가 월워크를 해본 적이 있던가? 박스 4위가 문제가 아니라 RXD를 못할지도 모른다. 최대의 위기였다.
박스에 도착하자마자 몸을 풀고 스내치 65파운드를 해봤다. 무겁긴 했지만 천천히 한다면 못 들 정도의 무게는 아니었다. 이번에는 속성으로 월워크를 배웠다. 그런데, 이거 스내치까지 못 갈 수 있겠는데? 아직 어깨 힘이 부족한 크린이에게는 월워크 하나도 너무나 힘들었다. 그래도 충분히 쉬는 시간을 길게 가져가면서 RXD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어차피 이 와드는 처음부터 내겐 6분 짜리였으니까.
측정시작! 월워크 하나를 끝냈다. 30초 휴식! 다시 월워크 하나...... 가 안되네? 손이 벽에 가까이 갈수록 어깨가 감당해야 되는 몸무게는 급속도로 무거워졌다. 힘겨운 팔은 벽에 더 이상 다가가지 못했다. 손가락을 요리조리 뻗어보고 꺾어봐도 선에 닿지 않았다. 물구나무를 선 자세에서 한참을 실랑이를 하다 힘만 빼고 결국 꼬꾸라졌다. 이번에는 더욱더 오래 휴식해야만 했다. 고군분투 끝에 다시 한 개를 성공했다. 남은 시간 1분. 마지막 월워크를 시도했다. 손가락이 선에 닿았다. 이제 다시 시작지점까지 오면 된다. 그러나 이미 지칠 대로 지친 어깨는 그 몇 초를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 버렸다.
2 reps. 초라한 나의 성적표. 머쓱해진 저지(Judge). 눈치 없이 아파오는 나약한 어깨.
다음날 심상치 않은 근육통이 어깨에 찾아왔다. 얼른 근육이완제와 소염제를 복용했다. 그러나 근육통보다 더 아픈 것은 좌절감이었다. 마음이 아플 때는 복용할만한 약도 없다. 이겨내는 방법밖에. 그래, 이렇게 포기할 수는 없다. 고작 5개다! 6분 동안 월워크 5개를 못한다고? 하고 만다! 내가 RXD 하고 만다! 그렇게 나는 주말 내내 인터넷으로 월워크를 배웠다.
월요일, 재측정의 날이 밝았다. 일찌감치 복용한 근육이완제 덕분에 어깨 근육통은 한결 나았다. 나의 어깨야 제발 월워크까지만 버티자! 제발! 재측정 시작! 인터넷으로 배운 필살기, 벽에 가까이 갔을 때 벽 보기! 나의 필살기가 통했다. 아무리 뻗어도 닿지 않던 선에 손가락이 닿았다. 그래도 중간중간 휴식시간을 충분히 가져야만 한다. 드디어 5개의 월워크가 끝났다. 박스에는 다시 한번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주말 동안 월워크 2개에서 5개로 성장하다니! 그러나 아직 6분이 끝나지 않았다. 더블언더는 평소에 자신 있는 종목이다. 언브로큰으로 50개 성공! 이제 남은 건 65파운드 스내치. 숨을 가다듬고, 한 개씩 가자! 월워크와 더블언더의 연이은 성공에 자신감이 생긴 나는 막힘 없이 스내치를 성공시켰다. 그러나 문제는 시간. 월워크에 시간을 너무 많이 써버린 탓에 스내치 5개에 6분이 끝나고 말았다.
60 reps. 가장 힘들었던 마지막 와드가 끝났다. 주말 동안 벼락치기한 시청각 훈련의 결과치고는 만족스러웠다. 그렇다면 과연 나의 전체 오픈 성적은? 전 세계 49%, 박스 여자 6명 중 4위. 누군가에게는 부족한 결과일지 몰라도 7개월 차 만년꼴찌 크린이에게는 차고 넘치게 훌륭했다. 그 힘들다는 오픈 와드를 세 개나 해냈다. 그것도 RXD로.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나는 여전히 부족한 실력에 안 되는 동작도 많은 크린이다. 하지만 그동안 내가 거쳐왔던 수 많은 와드 중에 오픈 와드가 가장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다. 힘겹게 이겨낸 순간들이 추억이 된 것이다. 그래서 올해 또 다시 24년 오픈에 도전한다. 사실 두려운 마음이 크다. 이번엔 얼마나 극악무도한 와드로 혼을 빼놓을지 걱정이 되서 잠이 오질 않는다. 하지만 나는 분명 또 다른 추억들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오픈에 도전하는 모든 이들에게 성장의 즐거움과 추억이 함께 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