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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이나 Feb 29. 2024

의외의 선전, 과연 이어갈 수 있을까?

오픈 23.2에서는 과연 목표를 달성했을까?

 오픈 23.1의 결과는 전 세계, 아시아, 한국, 박스 내의 순위로 적나라하게 매겨졌다. 나는 오픈에 참가한 여성 회원들 중 4위였다.  경력으로 보나 평소 기록으로 보나 객관적으로 최약체였던 내가 꼴찌를 면한 것이다. 거기다 몇 번 해보지도 못한 RXD로 참가하다니. 아무것도 모른 채 오픈에 참가한 7개월 차 크린이는 의외의 선전에 얼떨떨하면서도 가슴속에 전의가 불타오르는 게 느껴졌다. 이왕 하는 거 열심히 해보자! 나의 목표는 3개의 와드 모드 RXD로 수행하기! 그리고 작은 소망이 있다면 박스 내 4위 지키기!


두근두근 23.2 와드 발표날.



<23.2 A>

AMRAP 15분

5 버피 풀업

10 셔틀런(1 rep = 1.5m) 

*각 라운드마다 버피풀업 5개씩 늘어남 


<23.2 B>

23.2 A 끝나는 즉시 5분 동안 쓰러스터 1개 최대무게 측정



 나는 환호성을 질렀다. 나의 필살기 풀업이 나오다니! 그동안 나는 RXD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동작들을 남몰래 연습하고 있었다. 왜? 4등 하겠다고 열심히 하는 게 들키면 너무 부끄러우니까. 아무튼 그중에 성공한 한 가지가 키핑풀업이었다. 아직 연속으로는 잘 안 되지만 한 개씩이라면 가능했다. 그런데 연속 동작이 필요 없는 버피풀업의 형태로 출제되다니! 나의 노력이 빛을 발하는 것만 같았다.


풀업(턱걸이)


 그러나 이번 와드도 결코 만만하게 봐서는 안된다. 체력에 자신 있는 사람이라면 언뜻 보기에 쉬워 보이는 이 와드. 그러나 23.2의 함정은 바로 그 점이었다. 처음 버피풀업 5개와 셔틀런 10회는 제법 할만하다. 그러나 버피풀업이 5개에서 10, 15개로 점점 늘어나면서 셔틀런이 급격하게 힘들어진다. 초반에 쉽다고 너무 달리면 후반부에 근력도 심폐도 탈탈 털려버린다. 게다가 너덜너덜한 상태로 A가 끝나면 바로 이어 쓰러스터를 가능하면 무겁게 수행해야 하는 23.2B까지.


 내가 23.2를 측정할 차례가 되자 코치님은 키핑풀업을 해보길 주문했다. 내가 RXD가 가능한지 확인해 보는 것이었다. 매달린다, 아치, 발 굴리며 할로우, 최고지점에 도달하기를 기다렸다가 팔로 당기기! 성공! 내가 키핑풀업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박스 회원들은 놀라고 있었다. 나는 기대치라는 게 없는 만년 꼴등 크린이니까. 하지만 이제 6명 중 4등이라는 중위권 성적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이번에도 나의 목표는 노렙! 그리고 같은 속도로 끝까지 꾸준히 하기! 3, 2, 1! 박스 회원들의 응원을 받으며 측정이 시작됐다. 최대한 체력을 아끼기 위해 버피는 한 발씩 올라오기, 키핑풀업은 최대한 노렙 없이, 셔틀런은 조깅하듯이 여유 있게! 힘겹게 페이스를 유지하며 20개 버피 풀업이 끝났다. 남은 시간은 1분이 채 되지 않았다. 셔틀런 10개를 끝내야만 4라운드를 끝낼 수 있다. 남은 힘을 짜내 셔틀런의 속도를 최대로 올렸다. 아슬아슬하게 셔틀런을 끝냈다. 숨이 너무 차지만 바로 바닥에 엎드려 버피를 해야 한다. 이번에는 한 발씩 올라올 시간도 없다. 바로 점프하며 철봉을 잡고 마지막 풀업! 타임 아웃!



 이제 남은 건 5분 안에 쓰러스터 최대무게 하기. 일단 호흡이 돌아올 때까지 충분히 휴식을 취했다. 박스의 회원들이 쓰러스터 바벨을 세팅해 주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쓰러스터 얼마까지 들어봤어요?"

"35파운드까지 밖에 안 해봤는데요"

"네?!"


 그랬다. 나는 내 쓰러스터 1rm도 모르는 어쩔 수 없는 크린이었다. 내가 준비한 건 풀업 같은 스킬이 필요한 동작 뿐이었다. 역시 노력을 너무 편향되게 했더니 티가 났다. 그래도 코치님의 조언을 받으며 35파운드부터 무게를 차츰차츰 올려 무려 75파운드를 거뜬히 성공시켰다.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이 여새를 몰아 이번에는 80파운드에 도전! 바벨을 들고 스쾃, 올라오면서 팔을 펴는 순간! 꽝! 둔탁한 소리와 함께 바벨로 턱을 제대로 치고 말았다. 눈물이 찔끔 났다. 너무나 컸던 소리에 구경하던 회원들도 당황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아프다고 포기하기는 너무 이르다. 얼른 무게를 조금 낮춰 77파운드로 세팅했다. 다시 턱을 칠까 봐 겁이 났다. 하지만 마지막 도전이다! 힘내자! 스쾃, 올라오면서 프레스! 성공!


 91 reps, 77 lbs(약 35kg). 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23.2에서 박스 5위로 밀려나고 말았다. 연습하지 않았던 쓰러스터에서 5위를 하던 회원에게 역전당한 것이다. 분하지만 어쩔 수 없다. 23.3을 기약할 수밖에. 아직 오픈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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