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 수업이 있던 날.
파트너와 팔이 털리도록 복싱 수업을 받았다.
스텝-잽을 1분 동안 하려니 30초가 지나자 점점 팔의 감각이 사라졌다.
그래도 빡센 운동을 하고 나면 '오늘도 해냄!'이라는 문구가 떠올라 기분이 좋다.
수업 시간에 더더욱 집중해서 한 동작, 한 동작 최선을 다하려는 이유다.
아무튼 그렇게 양팔이 다 털리도록 수업을 듣고 난 뒤, 파트너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혹시, 괜찮으시면 저랑 가볍게 스파링 하실래요?"
너무나 흔쾌히 받아주셨고, 우리는 보호 장비를 낀 채 링 위로 올라갔다.
곧 생체 시합을 나가는 나를 위해 회원님은 하고 싶은 동작이나, 연습해보고 싶은 기술이 있냐고 물었다.
늘 스파링만 하면 앞으로만 돌진한다는 이야기를 듣는 나는, 옆으로 빠지며 공격하는 연습을 해보고 싶었다. 마음 같아서는 피벗도 멋지게 해내고, 쓱-빡으로 상대방을 위협하고 싶지만... 늘 쉽지 않다.
나보다 반년 조금 넘게 더 경험이 있는 회원님은 키도 컸다. 그가 내 머리 위에서 '콩' 잽을 날리면 나는 무방비 상태로 속수무책이었다. 시간제한을 따로 두지 않고 숨이 턱 끝까지 차서 못 할 때까지 1라운드를 이어나갔다. 몸도 많이 풀렸고 나름 공격도 잘 해내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느낄 수 있었다. 나의 움직임이 어디로 가는지, 뻗는 손은 왜 자꾸 허공으로 향하는지. 머리로는 아는데 막상 스파링이 시작되면 몸은 말을 듣지 않고, 이론을 까먹었다. 아, 속상하고 어렵다.
3-4분을 쉬지 않고 3라운드 정도 했던 것 같다. 잠시 숨을 고르며 회원님은 피드백을 이어나갔다.
관장님께도 들었던 이야기와 새롭게 듣는 조언도 있었다. 인파이터 성향이 강하니 차라리 초반에 조금 맞더라도 온전히 파고들어 공격을 계속 이어나가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리고 또 똑같은 문제점을 듣고 말았다.... 너무 앞으로만 돌진! 공격도 상대가 다 읽을 수 있는 같은 패턴의 공격만 한단다. 원투만 하지 말고 원투, 원-투 하다가 내가 또 원! 할 것 같아서 상대가 그에 맞는 대응을 할 때 나는 바디나 훅을 날려 '속았지롱?!'이라는 페이크 공격을 해야 한다고 조언해 주셨다.
혼자 연습할 때도 관장님이 해주시던 조언이고, 수업 시간에도 배웠던 동작들인데 진짜로 진짜같이 하려니 몸은 또 고장 나고 머리 회로는 멈췄다. 이래서 동작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는 거구나... 이해가 갔다.
생각할 틈도 없이 본능적으로 공격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말이다.
감사하게도 매너 있고 착한 회원님을 만난 덕분에 연습도 하고 피드백도 받을 수 있었다.
욕심 같아서는 시합하는 나의 몸짓도 멋지면 좋겠지만, 그런 건 꿈도 꾸면 안 되겠지 싶다.
남은 기간 동안 반복하고 연습해서 제대로 된, 공격다운 공격을 하고 내려오고 싶다.
의미 없는 휘두름 말고, 진짜를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