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데이 한 달이 허물어졌다. 남은 날의 앞자리가 2가 되었다는 소리다.
호기롭게 "2026년 버킷 리스트 중 하나가 복싱 생체 나가는 것입니다.!!" 외쳤던 게 엊그제 같은데 말이다. 날이 다가올수록, 디데이의 숫자가 줄어들수록 나의 심장도 덩달아 쪼그라들었다.
두려움과 설렘 사이에서 요동치는 심장을 붙잡고 어김없이 체육관으로 향했다. 연휴임에도 운동하는 사람들은 있었고 체육관의 열기는 사람들의 열정으로 가득해 이내 습기가 찼다.
'쫄'여유도 없게 만드는 사람들. 정말이지 대단하다 싶었다. 운동하는 사람들 틈에 섞여 있으니 자연스럽게 머리와 몸은 운동에 집중할 수 있게 세팅되었다. 이래서 환경은 참 중요한 거구나 다시 한번 깨닫는다.
가끔은 '애정이 맞겠지?'라는 의문이 들게끔 빡세게 훈련해 주는 코치님.
링 위에서 코치님과 마주했다. 몸무게는 나와 비슷하지만 키가 10cm 이상 차이나는 코치님 덕에 스파링 연습이 아주 잘된다. 실제로 시합에 나갔을 때 충분히 만날 수 있는 유형이기도 하다.
분명 강도 70%으로 상대해 주겠다고 했는데,,, 내가 느낀 건 거의 풀파워였다. 덕분에 항상 가드가 내려가던 나는 살겠다고 얼굴에 두 손을 꼭 붙일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가 있었다. 나는 키가 작은 편이기에 웬만하면 상대 키가 나보다 클 것이다. 이런 경우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면서 바디를 치거나 얼굴을 공격해야 하는데 뭐가 잘났다고 자꾸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냅다 들어간다. 이렇게 되면 내가 하는 공격은 공격성이 1도 없을뿐더러 파워가 실리지 않아서 상대에게 타격감이 없다. 게다가 내 얼굴만 맞으면서 고개가 뒤로 꺾이는 상황이 생긴다. 잘못해서 정말 세게 맞으면 상상도 하기 싫다. 아찔하다.
살려면 시키는 대로 해야 했다. 나의 나쁜 습관은 전부 갖다 버려야만 했다.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면 상대 얼굴이 하나도 안 보이는데 그럼 어떡하죠?"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도 처음에는 맞을 걸 각오해야 해요. 고개가 뒤로 꺾이거나 얼굴을 정통으로 맞는 것보다는 나으니깐. 처음 들어가기 전에 상대와 나의 거리를 먼저 보고 가드 하고, 고개를 숙이고 맞으면서 들어가기. 그렇게 상대에게 붙어서 본인 힘으로 원-투를 치는 거죠. 이때 오히려 양팔에 힘을 빼고 훅을 날리거나 공격을 하면 파워는 더 세져요."
알려주는 대로 공격을 해보니 아직 몸에 익지 않아서 어색하기도 하고, 나의 몹쓸 버릇이 나오기도 했지만, 확실히 이해가 됐다. 남은 기간 이대로 연습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공격을 만들어가면 좋겠다.
제발!!!
'맞지 않기 위해 맞는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라 뭐 이런 건가 싶기도 하고.
옳은 방법으로 맞으면서 힘을 키워나가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