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아이와 나 07화

이거 엄마에게 어울릴 것 같아요!

<2022 아트페어>에서

by 나도 작가

친구에게서 2022 아트페어 VIP 초대권을 선물 받았다. 미술을 좋아하는 아이는 벌써 들떠서 초대권을 받자마자 외출 준비다. 너무 매운 것을 먹고 탈이 난 나는 어제부터 사실 몸에 기운이 좀 없었다. 여름철 음식 때문에 1년에 한 번 정도는 고생하는 편이다. 위장이 좀 약한 편이기도 하다. 나도 사실 미술을 잘 못하지만 미술은 무척이나 좋아한다. 노래를 잘 못 부르지만 노래 듣는 것을 좋아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제주도립미술관을 난 무척이나 자주 방문하는 편이다. 때 되면 자연스레 발길이 옮겨지는 곳이다. 아이가 미술 학원을 꾸준하게 다녀본 적이 없지만 나름 자기만의 색깔을 가지고 미술 작업을 좋아하게 된 것도 미술관을 자주 다닌 영향이 있을 정도다. 미술관이나 전시회를 좋아하는 건 어릴 적도 그러했고 십 대 중반이 되고 있는 지금도 여전하다. 나 역시 그렇다.


복통이 좀 있었으나 무리해서라도 가보자고 했다. 오후 12시쯤 제주시에서 중문 관광단지 내로 출발하는데 어찌나 차가 막히는지 평소 40~45분 정도면 갈 수 있는 거리를 1시간 훌쩍 넘게 걸렸다. 시내에서 빠져나가는 길 신호 대기에서 여러 번 가다 섰다를 반복했다.


한 30분쯤 운전했을까.. 신호 대기를 하며 차 안에서 먹었던 빵이 10분 정도 지나 배에서 신호가 오기 시작했다. 이틀 전쯤도 같은 증상이 있었는데 아마 빵에 뭔가 나랑 안 맞는 성분이 있는 것이 확실했다. 차를 중간에 세울 수도 없고 차 안에서 끙끙 앓았다. 요즘 푹 빠져 있는 드라마 "우영우"를 보면서 앞회쪽에 영우 친구가 배를 부여잡고 "나는 글렀어! 네가 해야 해" 하며 바지에 볼일을 본 장면이 있었다. 연기가 과한 것 같다며 웃으며 봤는데 내 꼴이 그렇게 되어가는 것 같아, 하늘이 노래지는 순간에도 그 장면 그 배우의 역할이 머릿속에 왔다 갔다 했다. 실제 상황일 수 있겠다 싶었다. 역시 경험은 엄청난 속도로 뼛속까지 와닿는다.


게다가 도착은 했는데 이런, 주차할 곳까지 없네.. 딸 말로는 내가 그때 죽는 줄 알았다고 했다. 이래저래 고비고비가 많아, 산 넘고 산, 첩첩산중.. 뭐 그냥 그냥 화장실만 찾았다. 내 평생에 이런 일은 또 처음이었다. 지난번 '나 혼자 산다'에 박나래가 제주에 와서 올레길 걸으면서 화장실을 급하게 찾았던 장면도 그러고 보니 생각난다. 어쨌거나 그토록 힘들었다.


겨우 겨우 해결하고서, 전시실 입장을 하는데 맥이 풀려버렸다. 다행히 VIP라운지가 있어 난 그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고 아이는 혼자 전시실을 이곳저곳 물 만난 물고기 마냥 좋아 다녔다. 엄마가 아프니 좋다는 내색은 못했지만 아이가 들뜨고 신기해하고 호기심 가득 어린 눈빛으로 다양한 작품을 보는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하게 빛나고 있음을 엄마니까 알아차렸다.


라운지에서 눈을 감고 의자에 기대어 쉬었다. 그러다 근처 문 연 약국을 찾아보고 있었다. 갑자기 톡으로 문자가 왔다.


<이거 엄마한테 어울릴 것 같아요>

몸은 힘들었지만 아이의 정성을 무시하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전시회장을 모두 돌고 나에게 왔을 때 "한번 같이 가볼까?" 했다. 마음속으로는 예술작품이 보통 기본이 50만 이상 몇 백, 몇 천 하는 경우도 있는데.. 가서 보는 거야 뭐 어때.. 이런 정도였는데..


가서 보니까.. 아이가 좋아하는 하늘빛 구름 같은 목걸이었다. 물론 나도 마음에 들긴 했지만 비쌀 것 같아 애초에 가격을 묻지도 않았다. 그런데 대뜸 나더러 착용해 보란다. 그리곤 내 목선에 너무 잘 어울린다고..


결국 고민 끝에 처음으로 <아트페어>에서 작품을 산 날이 되었다. 김은미 작가의 도자기 조형예술 작품! 친필 사인도 받아뒀고 내가 고이 끼다가 아이에게 대대손손 물려주겠다고 하니까 사진도 함께 기꺼이 찍어주셨다.


그리고 돌아서는데 작가의 손에 끼워진 독특한 도자기 반지에 대해 설명을 듣게 되었고 아이가 다른 반지를 껴보더니 그 감기는 촉감에 안정감을 느끼며 신기해했다. 아이에게 선물을 해주자.

<너에게도 참 잘 어울린다>


엄마 손가락에 맞는 걸 사겠다고 하는데 단호하게 그건 아니라고 말하고 아이에게 맞는 반지를 사주곤 나중에 손가락이 더 두터워지면 다시 주문하자고 했다. 작가님이 후에 다시 작업해주시기로 약속했다.


어젯밤에도 돌아와 50만 원이라는 목돈을 한번에 쓴 게 아닌가 했는데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나에게 아이에게 주는 선물이라 생각하고 마음 편히 먹기로 했다. 소비에서 50이라는 숫자는 나에게 마지노선의 숫자다. 언젠가 좀 더 능력이 생기면 50이라는 숫자의 선물에 마음이 좀 더 여유로울 것 같다.


<아트페어>에 웬만하면 해마다 빠지지 않고 참여했는데 뭔가 구매는 해본 적이 없다. 올해는 복통 사건을 잠재워주고 있는 작품이 거실에서 빛나고 있다. 아이와 추억이 담긴 이 작품은 앞으로 50 이상의 값어치를 할 것 같다. 의미 있는 목걸이가 되었다.


내 복통은 중문 근처 약국에서 약을 사 먹고 드디어 진정되었다.



사랑하는 딸아,

어린 나이에 오만가지 감정을 느끼며

성장해가고 있는 소중한 딸아,

소리 없이 어려움이 닥쳐와도

슬기롭게 넓은 안목으로 해결해 나가자!

우리 오래오래 행복하자!


때론 티격태격하지만

나에게 둘도 없는 소중한, 사랑하는 딸아!

남편 역할, 친구 역할, 아이 역할

알게 모르게 다양한 역할을 해내느라

버겁고 또 버거울 텐데..

무엇보다 자신을 잘 알고

자신을 챙길 수 있는 그런

건강한 아이로 성장했으면 좋겠단다.

그러고 나서 소중한 사람들에게

네 따뜻한 마음을 널리 그리고 포용력 있게 베풀 수 있는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아이로..


물론 여태 충분히

잘 해내고 있고 잘하고 있어.

고맙다..

그리고 지금은 그 무엇보다

엄마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도 고마운 존재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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