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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도 작가 Feb 11. 2024

공책에 일기를 다시 써야 할까?

사랑

이혼하기 전까지 공책에 일기를 썼다.

3년간 심리학 공부를 하면서 공책에 다양한 생각들을 글로 차곡차곡 써 내려갔던 때가 있었다.


그때만 해도 내가 이혼하게 될 줄 몰랐고

남들이 보기엔 우린 너무도 잉꼬부부였다.


결혼생활 12년 만에

큰 어둠은 한순간에 몰아쳤고

대화가 갑작스레 통하지 않았다.

다른 여자가 생겼더라는 지인들의 이야기를 듣고

설마 했는데

이상했던 그의 행동들이 하나씩 이해가 되었고

내 맘 역시 완전히 돌아서버렸다.

한순간이었다.


내 휴직 3년 간

가사 육아 등 모든 일은 내가 도맡았고

틈틈이 내 공부를 했으며

그 사람에게 집안 걱정 말고

뭐든 하고픈 것을 해보라는

자유를 주었었다.

출장이 많아졌고 늦게 오는 날도 많아졌다.


그리고 그의 바람을 인정하게 된 순간

이혼 소장을 난 건넸고

재산과 양육 문제로 2년 가까이 기다리다가

상처투성이인채로

겨우 협의 이혼으로 마무리되었다.

빚만 있었던 그에게

내가 소유한 땅도 반을 현금으로

분양받은 새 집도 팔아 반을 현금으로 주었고

새 차도 아무 말 없이 그에게 주었다.

친권 양육권은 왈가왈부할 필요 없이 바로 내게 왔다.

누군가는 나쁜 짓을 했어도 이혼하지 않겠다는 사람도 있어 머리가 아픈데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그게 가장 쉬운 방법이란 얘기를 내게 해줬다. 내 경우 이렇게 하니 깔끔하게 해결은 되었지만 난 속으로 얼마나 억울했는지 모른다.


난 10년이 넘은 자동차를 아직도 몰고 있다.

집은 조그맣게 새로 지었다.

그 사이 조그만 땅도 샀다.

이혼 직후

내 직장이 있다는 것만으로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허전한 하나가

그 일상의 기록들을 일기장들을

이혼하며 집정리를 할 때

모두 싹 다 버려버렸다는 사실이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들이 기록되어 있어

모두 잊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인생무상, 그저 하루하루 현실이 중요하고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면 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지난 기록을 다시 보고 싶지가 않았다.


최근엔 간간이 이 브런치에 글을 올리면서

내 일상을 공유하고 기록하는데

별별 이야기를 내가 다 쓰고 공개하고 있나 싶어서

다시 공책에다 일기를 써야 할까

생각이 들었던 오늘이었다.

그리고 일기를 공책에 쓰려는데

마침 깨끗한 새 줄공책이 당장은 없어서

다시 이곳에 주절주절 써보고는 있는데

어디까지 내 일상을 이곳에 쓰며 성찰할 수 있을지


하지만 분명한 건

이곳에 적는 일상의 기록은

왠지 지워지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내 구독자는 많지 않고

내가 글을 쓰고 있다고 알리고 있지도 않지만

”좋아요“ 눌러주면서 공감해 주는 사람들이 있어

긍정의 힘을 얻고 다시 일상을 공유하게 된다.


2월도 이제 중순이다.

올 한 해 시작은 큰 변화로 시작했다.

삶은 정답도 없고

오롯이 내 선택으로 만들어가는 삶이고

변화하는 과정이 있기에 재밌는 것 같다.

하지만 변화가 요동을 치며 머리를 아프게 하면

잠시 쉬어가면서 순리를 찾아가는 것도

꽤 훌륭한 방법이 아닌가 싶다.


삶에서 갖고 싶은 것을

세 개 갖으려 하면 힘들어요

두 개도 힘들어요

어느 하나만 정확히 잘 갖어도

나름 성공한 삶이 될 수 있다는 말에

공감이 된 날이다.


브런치 공간을 통해 오늘 역시

여러 생각들을 진솔하게 나눠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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