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두봉

1월 31일 마지막 날에.. 몇 년 만에 갔을까?

by 나도 작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오름이 몇 곳 있다. 시내에 있지만 시골 같은 우리집 근처에 말이다. 간다 간다 해놓고선 오늘은 또 집안일 옷을 싹 다 정리하려 했었다. 새해맞이 대청소.. 그런데 아이가 드라이브 가잔다. 밖을 보니 햇볕이 좋은 게 딱 집안일 하기 좋은 날인데.. 요즘 통 집에만 있다 보니, 아이도 갑갑할 수 있겠다 싶어 잠시 해안도로를 드라이브하기로 했다. 아이의 입꼬리가 올라간다. 오후 1시쯤 점심 먹고 나가서, 두 시간 중 한 시간 오름 오르고 한 시간 드라이브하다가 집에 잘 도착했다. 역시 내가 태어나고 자란 제주는 참 좋은 곳이다. 아이도 '엄지 척!' 했다.


"관광객들이 제주로 이 며칠 동안 20만 명 이상이 온다는데, 우린 도리어 제주가 아닌 관광객을 구경하고 있네." 할 정도로 타 지역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말투를 들으면 '다른 지역에서 온 손님들이구나.' 안다.


몇 년 만에 갔을까? 최근에는 한라산, 송악산, 새별오름, 민오름, 한라생태숲, 수목원 정도 다녀온 것 같다. 앞으로는 도두봉도 자주 가기로 했다. 방금 언니가 뭐하냐고 전화 왔길래, "언니, 다음에 우리 같이 새별오름 가자." 하니까.. "난, 지금 여기 터미널까지 떡 찾으러 걸어 다녀오는 중이라면서, 벌써 무릎도 아프고.. 오름도 싫고.. 걷기도 싫다~" 이런다. 속으로 웃었다. '그렇지~!' 이게 제주 토박이의 진심의 소리다.


중국 <만리장성>을 보러 북경에 갔을 때, 가이드가 "이곳 사람들은 왜 이런 돌덩이를 보려고 여기까지 오나?'하고 신기하게 외국 사람들을 쳐다본다고 했다. 이해가 된다. 타지에서 온 사람들이 우리 제주 돌담을 보고 신기해 한다는 게 처음 나도 이해가 되지 않았으니까..


새로운 시선에서 바라보면 알던 것도 신기해지고 달라 보이면서 또 다른 관심이 생겨난다. 오늘 해안도로를 한 바퀴 쓱 돌면서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부모님이 돈을 벌어서 집을 하나 더 장만하려고 할 때 강원도가 고향인 아빠는 바닷가 바로 앞 땅을 사서 장사를 하고 싶어 하셨다. 지금 가보니 '빽다방'이 크게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런데 제주도 토박이인 엄마는 평생을 바다를 끼고 살아왔어서 바닷가 근처가 싫단다. 결국 엄마가 원하는 곳으로 부동산 투자를 하셨고 가끔씩 아빠가 바닷가 근처를 못 산 걸 후회하지만, 대신 우리들이 바닷가 근처를 조그맣게 사뒀다. 마음 한 구석에 본인이 원하는 것이 있음에도 항상 엄마의 선택을 믿고 따르면서 양보했던 우리 아빠는 젠틀맨이다. 가끔 술을 마시고 한 소리를 하긴 하는데, 딱 그 선까지다. 지금은 아무 이야기도 안 꺼내신다. 도리어, 우리가 '아, 거기 그곳에 투자했으면 정말 대박이었겠는데요!', '바다가 바로 앞이라, 너무 좋은데요~.' 철없이.. 생각 없이.. 말을 내뱉는다. 그것 하나만으로 아빠의 양어깨는 조금 올라간다.


도두봉에서 = 사진 찍는 명소 한 곳

바다를 평생 바라보고 살아온 우리. 그리고 오름을 소풍 가듯 다녀서 신기할 것도 없던 우리. 다른 사람들이 관심을 매우 많이 가지고 바라보니 이제서야 보이지 않던 다른 풍경의 자연이 아름답게 보인다. '이런 곳에 내가 살고 있었던 거야.'....


'자주 가야지,' 하고 가지 못했던 곳이 있는지.. 오늘은 목록을 만들어야겠다. 사람들이 많이 없을 시간으로 잡아서, 종종 새롭게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자주 다녀왔던 실내 공간들의 폐장 소식은 너무나 아쉽다. 코로나19 상황 전에는 주말마다 서울 강남이랑 인사동 구경도 가고 대구며 경주며 토요일 가서 일요일 오는 일정으로 아이와 단 둘이 해외는 방학 중에 주말에는 체력이 허락하는 한 각 지역을 공부삼아 다녔었는데 이제 방콕하고 있는지 2년이 접어들고 있다. 당분간은 학업에 뜻을 두고 하고 싶었던 정적인 일들에 에너지를 쏟다가 상황이 나아지면 아이와 방학에 핀란드 여행 가는 것을 제1순위로 정해놓고 있다. 그리고 그 때까지 제주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 도두봉 가는데 한라산 갈 때처럼 똑같이 옷 입고 가려고?"

대단히 뭔가 준비하고 나가려 했던 나를 돌아보며 나오는 웃음을 참았다.

"몇 년 만이니? 내가 너무 소홀했나 봐. 우리 이제 자주 보자~ 네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 그대로 항상 그 자리에 그리고 곁에 있어줬음에 고마울 뿐이야!" 자주는 아니더라도 가끔씩 시간을 내야겠다. 가까운 곳에도 좋은 곳이 참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