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 관리기
폰 액정 필름이 너덜너덜해져서 서비스로 교체받으러 가게 되었다. 매장 직원이 친절하게 주문해뒀으니 다음번에 오셔서 바꿔가라고 했었다. 오래된 기종이라 당일 필름을 붙이지 못하고 며칠을 기다렸다. 내가 사서 붙여도 되긴 하지만 손재주가 없는 것인지 요령이 없는 것인지 아무래도 전문가의 손을 빌려야 공기방울 하나 없이 깔끔하게 붙여진다.
오늘 폰 필름 새로 붙이러 갔다가 그동안 쌓여놓은 포인트가 있어 같은 건물 전자 매장에 잠시 들렸다. 주차장에 차가 많아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왔나 싶어 발길을 돌릴까 했는데, 전자 매장에는 사람이 몇 없었다. 그 이유를 슬쩍 물어보니까 서비스 센터를 찾는 분들이 많이 오신 것 같다고 했다.
포인트가 꽤 있어서, 10만원 이내로 뭐 살 것이 있나 잠시 들여다봤다. 집에 토스트기를 이사하면서 버렸어서 새롭게 하나 구입해볼까 했는데, 이미 새로 사버린 믹서기는 진열되어 있고 토스트기는 없었다. 그냥 나올까 하다가 진열된 TV와 냉장고, 세탁기, 식기 세척기 등 한번에 쑥 훑어 구경하고 나왔다. 처음으로 놀란 것은 TV 가격이 7백만에서 3천만원 대 두 가지를 봤고 1억 5천만원짜리 텔레비전에 대한 설명도 들었다. 놀라운 기술력만큼이나 가격도 놀라웠다. 차 한 대를 사거나, 사고도 남을 가격이었다. 물건의 등급에 따라 가격이 이렇게나 차이 난다는 것에 더 놀랐던 것 같다. 냉장고도 '아, 예쁘다. 신기하다.' 생각이 드는 것은 7백만원대가 넘었다. 과연 얼마를 벌어야 살 수 있는 것일까.. 조금은 허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구경하고 막 나오는데 입구 출구 쪽에 조그맣게 전시된 피부 관리 기계를 매장 직원이 봐보라고 설명해준다. 그리고 제주에만 있는 신구간 세일 기간이라고 한다. 그리고 설 연휴 전이라 매장에 사람이 없다고 한 직원이 이야기 좀 듣고 가면 매장에 활력이 될 것 같다고 하셔서 이야기를 좀 들어주기로 했다. 피부의 탄력을 개선해주고 모공을 좁혀주고 피부가 촉촉해진다 등등 다 좋은 이야기만 해주셔서 솔깃했다. 피부 관리도 못해 본 지 몇 년째이고, 집에 마사지 기계 하나 없는데.. 마음에 쏙 들게 설명해주신다. 신입 매장 직원이 연습이라도 하는 듯 설명하는데, 내가 사고 싶다고 느꼈으니 성공한 설명이다. 그렇다고 바로 덥석 사지는 않았고, 미안했지만 '좀 고민하고 올게요.' 하고 돌아섰다. 예정에 없던 소비지출을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옆에 진열된 것에 대해 '이건 얼굴에 쓰는 마스크인가요?' 했다가 '아뇨, 이건 탈모 예방 머리에 쓰는 거예요.'라고 해서 웃었다.
집에 와서 앉아 책을 보는데, 그 기계가 눈에 아른아른거린다. 아이도 피부 관리기 쿨링 쪽을 사용하고 싶다고 하니 일석이조, 더 사고 싶어 진다. 그래 큰맘 먹어볼까? 다음 달에 나를 위한 선물로 1순위 목록에 넣었다. 다음 달 2월 설연휴가 끝나고도 그 제품을 사야겠다고 마음이 굳혀지면 사는 것으로 정했다.
어떻게 보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었을 물건들인데.. 하나씩 하나씩 사고 싶은 것이 눈에 들어오는 것 보면.. 피부도 맑아지고 싶고 기미 주근깨도 좀 덜 올라왔으면 좋겠고 피부 탄력도 좀 천천히 떨어졌으면 좋겠는데.. '노화'라는 것이 어떻게 보면 막기는 어려운 것이고 조금씩 관리를 해서 약간 더 젊어 보이게 할 수는 있는 것은 맞는데, 병원 가서 직접적인 관리를 받는다는 것은 안 해본 사람으로서 약간 두렵고 시작이 어렵고.. 이런 기계에 의지해보는 것은 이제 내 피부에 대해 관심의 시작인지도 모르겠다.
선천적으로 피부결이 나쁜 편은 아닌 것 같다. 난 대학생이 되어서야 로션과 선크림이라는 것을 바를 정도로 피부에 대해 신경을 써본 적이 없었다. 그래도 피부가 좋다고 얘기 들었다. 손톱도 관리를 받아본 것은 나이가 40이 되어서인데, 20대에도 손톱 모양이 예뻐 친구들이 관리받으러 다니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이렇게 내 피부에 신경을 전혀 안 써본 것 치고는 여태 내 피부에 고맙다. 더 일찍 신경을 썼더라면 훨씬 더 피부결이 좋았으려나? 오히려 '과유불급'이라고 심하게 신경쓰는 것은 좋은 방법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그 '적당한'이 언제나 가장 어렵다. 내가 대학교를 졸업하면서 처음으로 화장품 가게에서 스킨 로션 에센스 등을 한번에 사고 나오면서 어느 것부터 발라야 하는지 잘 몰라 집에 와 쩔쩔매면서 엄마에게 어느 것부터 바르는 것이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지금은 가끔씩 화장을 하시지만, 그때만 하더라도 엄마 역시 화장을 거의 안 하고 늦둥이 아들을 키우면서 집안일과 아빠 일을 도와주시다 보니, 자신을 꾸미는 일에는 매우 인색하셨던 것 같다. 지금은 한라봉 농사를 지으면서 알로에 원액이 참 좋다면서 혼자 듬뿍 바르신다(이것 역시 내가 직접 본 적은 없고 발라보니까 진짜 좋다고 한다. 앞집 아주머니가 아주 고우신데 이게 비결인 것 같다면서^^). 언제 한번 나도 얻으러 가야겠다.
나를 위한 선물 <피부 관리기> 2월에 사게 될지 또 그저 그렇게 넘어가게 될지 궁금하다. 2가지를 사게 되면 적어도 포인트 제외해서 80만원은 쓰게 될 것 같다. 무엇인가 물건을 살 때 시간을 두고 내게 진짜 필요한 것인지 아닌지 확인하면 좋은 것 같다. 그 기간까지 생각해보고 필요한 것이면 사는 것이다. 내가 자주 쓰는 방법이기도 하다. 마음이든 얼굴이든 모두 예뻐지고 싶은 것을 보면.. 오늘 밤은 <예쁨 주의> 날이다! ^^ 그리고 어제의 그 꽃보다 예쁜 현 선생님께 오늘은 생각대로 직접 전화를 드렸다. 내 마음에까지 예쁨이 살며시 전해졌다. '예쁨'의 단어는 입꼬리를 살며시 올려주는 매력적인 단어이긴 한 것 같다. 예쁨이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되지만, 기분 좋아지는 단어는 맞는 것 같다. 그래, 오늘은 잠시 <예쁨>을 생각할 여유를 갖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