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나
올 한 해부터는 진실되게 나를 알아가는 시간이다.
어떤 음식을 좋아하고 어떤 옷을 좋아하고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지... 등등 ... 나는 이 세상을 살아오면서 '줏대'라는 나만의 것을 제대로 만들어오지 못했다는 생각을 해봤다. 변함없는 건... 책 자체를 좋아하든, 책 읽는 것을 좋아하든 책 관련 것들을 다 좋아한다는 것! 이것만은 그대로다. 다른 것들은 때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야 있겠지만, 난 나에 대해 너무 몰라왔다는 게 솔직히 맞는 것 같다. 나이 마흔이 넘어가서야, 내가 진실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제서야 진지하게 나름 고민하고 나의 진짜 색깔을 찾아가게 되는 것 같다. 그 언젠가였던 날은, 직업병에서처럼 뭔가 분명한 답이 있고, 채점을 위해서는 그 기준만이 존재해야 하고, 그 정해진 틀의 답만이 나를 살릴 수 있을 것 같은 착각 속에 살았다. 세상은 분명 변하고 있다. 이 세상을 보다 잘 살아가려면 불확실성을 이겨내야만 하고, 답이 하나가 아닐 수 있다. 여러 개가 연결되어 그 하나를 완성시키는 것이 오히려 더 많다. 보이는 단순한 것만이 아니라 주변 상황과 환경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내 자신을 들여다봤다. 어제의 달라진 헤어 스타일이 나를 전부 대신할 수 없듯이 지금의 나는 여러 상황과 환경들과 경험들을 거쳐 나를 만들어가고 있다. 어떤 헤어가 잘 어울리는지, 전문가의 의견도 좋지만 때론 내가 원하는 것을 직접 해보고 정한 헤어스타일은 이래도 저래도 후회가 없다. 그런 과정을 통해 나는 변화하고 성장해가는 것이니까.
1년 만에 다시 한 펌이 아직은 어색하기만 하다. 다른 사람들이 젊어 보인다고 하는데 이 펌이 풀리면 다시 생머리로 돌아올 것 같다. 잠시 펌인 것이지, 내 본성은 '생'이 맞는 것 같다. 그렇게 화려한 스타일이 본성은 아닌 것이다. 가끔 분위기 전환이나 나를 감추고 싶을 때 화려함을 이용하는 것 같다. 나에게 화려함이란 말이다.. 천성이 그런 것 같다. 이걸 날 알았다. 화려한 것을 난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우리 부모님을 보아도 그렇고 꾸미는 것에는 아주 흥미가 있는 편이 아닌 것 같다. 꾸미는 것도 자주 들여다보고 치장을 해봐야 아는 것인데, 그러지 못하는 것을 보면 그냥 평범한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반짝이 옷을 한 때 좋아했던 적을 떠올려보면 난 무언가를 꼭 감추고 싶어서 그랬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보다 더 화려하게 보이길 원했던 것일까.. 잘 살고 있다고 티 내고 싶었던 것일까.. 간단히 표현하면 그냥 더 예뻐 보이고 싶었겠나, 잘나 보이고 싶고.. 그게 화려한 옷으로 난 표현하고 드러내고 있었던 것 같다. 본성이 아닌 것은 오래가지 않는 것 같다. 유행처럼 잠시 내게 머물다가 간다. 펌이 어색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펌이 너무 내게 화려한 인상을 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행히 어제 한 펌은 그다지 세지 않다. 펌을 추천받고 가능한 너무 세게 말리지 않게 심한 펌은 안 하고 싶다고 했었다. 이것도 나를 알아가고 있는 시간이겠지..
나를 알아가는 시간이 참으로 늦게도 왔다. 그 어렵다는 '아무거나'를 난 취향으로 알고 지냈던 것 같으니.. 나를 위해 살지 않고 식구를 위해 아이를 위해서 내 자신을 많이 양보했다는 느낌이 드는 건 정말 그래서가 아니라 내가 나를 너무 잘 몰랐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든다. 지금이라도 알아차렸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죽기 전에야 알았으면 삶이 너무 억울하잖아... ^^
오늘은 내가 책을 좋아한다는 것, 그리고 간단한 걸 좋아한다는 걸, 그리고 글쓰기를 좋아한다는 걸 알았다. 하루 하루 별 이야기가 아닌 걸 가지고 글을 쓰는데 느끼는 즐거움은 참으로 크다. 일상을 잠시나마 돌아보고 일기마냥 글로 쓰고 있는 자체가 삶의 활력이 되고 기쁨이 되고 희망이 되고 있다.
아직 내 이야기의 10분의 1도 다 안 풀어냈지만, 슬슬 뭔가 시작되고 있는 느낌이 들긴 한다. 모두를 드러낼 용기는 아직 없고, 어디서 어떻게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지 정확히 흐름은 못 잡았지만... 그래도 감 잡은 건 분명 나 자신을 먼저 알고 일상을 기록하다가 언젠가 때가 되면 하나씩 진실된 보따리를 풀어보자 하는 마음이다.
올 한 해 진짜 새롭게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한다. 시작은 단순히 내 자신을 들여다보는 이야기로... 내 이야기에 조금이라도 관심 가지고 들어주는 이가 있음에 감사한 오늘이다! 오늘밤도 나 자신부터 알아가는 여정을 이어간다. <Good n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