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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rustwons Nov 12. 2024

7.  그 할아버지 보고 싶어!

[소년소녀들의 공상소설-다르소녀와 달무리 검 4편]

   

7.  그 할아버지 보고 싶어!     



“다르야! 참 하늘이 맑다. 그치?”

“그래, 가을하늘이라서인지 구름 한 점 없이 하늘이 맑다.”     


  민지는 멀리 하늘이 푸르고 맑은 것을 바라보면서 다르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로 말했다. 다르도 역시 민지와 같이 하늘을 바라보면서 민지에게 말했다. 그리고는 잠시 침묵이 흘러갔다.

  왜, 이 시간에 머리 위에 태양이 내리비춰도 별로 뜨겁지 않은 늦은 가을 날씨에 다르와 민지는 단둘이서 초등학교 뒷산에 올라와 바위 위에 앉아있는 걸까?

  다르와 민지는 초등학교시절부터 매우 단짝이었다. 서로의 집의 방향이 조금 달랐지만, 하굣길에는 항상 같이 다녔다. 민지가 태권도장에 가는 시간이 남아 있을 때에는 다르와 함께 학교 놀이터에서나 학교 근처 아파트 공원에서 함께 놀고 그랬었다.

  오늘은 마침 주말휴일이라서 다르는 늦은 아침식사를 하고는 슬그머니 집을 나왔다. 그리고 민지네 집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걷기에 알맞은 날씨라서 선선하였다. 다르가 민지의 집 앞에 이르렀을 때에 약속이나 한 듯 민지가 대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이때에 다르가 먼저 민지를 발견하고는 소리쳐 말했다.     


“민지! 안녕~ 내가 오는 것 봤니?”

“아니, 그냥 나왔어~”

“어딜 가려고?”

“글쎄~ 나도 몰라?”

“내가 널 부르려고 네 집에 온 거야~ 잘 됐다. 우리 학교 뒷산에 가볼까?”

“학교 뒷산? 그래~”     


  다르는 민지와 함께 초등학교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다르는 학교 정문을 보니 옛날 민지와 함께 지냈던 일들이 생각이 났다. 민지도 그럴 거 같다고 생각한 다르는 팔꿈치로 민지의 옆구리를 치며 말했다.     


“너~ 생각나니? 우리가 저 학교 운동장을 누비며 다녔던 거~”

“그럼, 생각나지~ 특별한 놀이는 없었는데도 우린 늘 재미있었지!”

“오늘은 나랑 학교 뒷산에 있는 큰 바위에 가보자!”

“거기? 왜? 너 혹시 그때가 생각나서 그러니?”

“그때? 뭐지?”

“너 있잖아~ 어느 날 밤에 어떤 남자가 결투를 신청했다면서.......”

“아~ 맞아! 그 검은 망투 입은 남자~ 나랑 나이가 비슷했어! 뭐라더라 어둠의 사자라고 했었지.”

“결국은 네가 이기고 그놈은 사라졌다며........”

“그래서 가자는 것은 아니야~ 가면서 얘기하자!”     


  다르와 민지는 초등학교 담장을 끼고 좁은 길을 따라 걸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저런 이야기하느라 매우 천천히 걸었다. 늦가을인지라 길바닥에는 낙엽들이 심심찮게 너부러져 있었다. 다르와 민지는 바닥에 있는 낙엽들을 밟기도 하고 툭 차내기도 하면서 걸었다. 학교뒷산 큰 바위에 이르자 다르와 민지는 익숙한 솜씨로 바위로 올라갔다.

  바위에 올라온 다르와 민지는 평평한 곳을 찾아 둘이 나란히 멀리 서해 바다가 보이는 방향을 마주 보며 앉았다. 그렇게 둘은 멀리 바다와 산과 마을을 바라보면서 잠시 말이 없었다. 워낙 둘은 평소에도 별 말이 없는 편이었다. 항상 같이 있어도 조잘조잘되는 성격들이 아니었던 것 같았다. 그런데도 늘 둘은 이심전심이랄까? 마음이 통했던 거 같았다. 그래서인지 다르와 민지는 생각보다 매우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던 것 같았다.  

  큰 바위 위에서 다르와 민지가 대화를 하던 중에 다르는 얼굴이 홍조가 되어 입을 열기 시작을 했다.     


“민지야, 지난밤에 난 잠을 제대로 이르지 못했어!”

“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응, 잠결에 창가에 달이 날 불렀어~ 창문이 바람에 요동하듯이 말이야.”

“지난밤에 바람이 없었는데......... 웬 창문이 흔들렸어?”

“난 잠에서 깨어났지. 그리고 창문을 바라보았어. 그랬더니 달이 창가에 바싹 다가와 있는 거야.”

“그래서?”

“내게 이렇게 묻는 거야? 오는 월요일이 무슨 날인지 아느냐고........”

“그래서?”

“글쎄? 이렇게 대답을 했더니, 하는 말이 그날은 6.25 전쟁에 참전했던 유엔용사들을 위한 추모하는 날이라고 하는 거야.”

“맞아!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이지.”

“그러면서 6.25 전쟁은 전 세계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전쟁이었다고 말해. 이차대전이 끝나고 이제 안정을 찾으려고 했을 때에 갑자기 북한이 돌발전쟁을 일으켰다는 거야.”

“맞아~ 그렇다고 생각해!”

“그런데, 그 전쟁은 단순한 한반도의 전쟁만은 아니라는 거야. 이 전쟁은 미래에, 즉 세상의 종말이 일어날 때에 큰 전쟁도 이러하다는 것이었어. 즉 어느 날 갑자기 세계전쟁이 일어나는 것에 대한 예언적인 거였다는 거야.”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나도 그래, 그러니깐. 6.25 전쟁이 일어난 시기는 부활절이었다는 거야. 그때에 미군들은 휴가도 가고 외출도 하고 그래서 전혀 전투준비가 안 된 상태였다고 그래.”

“부활절? 6월이잖아?”

“나도 그렇게 알고 있지. 하지만 유대인은 음력을 사용했었데, 나중에 로마의 양력으로 바뀐 거라나. 그래서 그 당시에는 6월에 부활절이었다고 해.”

“지금은 4월 첫 주일이잖아?”

“어떻든, 전혀 예상하지 못한 때에 전쟁이 일어났다고 그래. 그래서 아무 저항도 못하고 남으로 밀리고 밀려서 낙동강까지 밀려났데. 이때에 미국 투르만대통령이 한 목사님의 전보를 받고서야 유엔참여를 동요했고, 미군도 즉각 참전을 하였다고 그래.”

“음....... 단순한 대화가 아니었네? 달이 왜 그랬을까?”

“나도 들으면서도 당황했지! 잠결에 깨어나서 말이야. 이게 뭐지? 하면서도 계속 귀에 속속 들려오는 거야.”

“지금 네가 말하는 것도 놀랍다. 마치 책을 보며 말하는 것 같아~”

“내가? 하여간~ 그때에 전쟁희생자가 이차대전에서의 희생자에 비해 엄청 많았다고 해. 놀랍지 않니?”

“그래, 지구상에서 아주 작은 나라였던 한반도에서 전쟁에 각 나라의 군인들이 참여했으니 말이다. 그것도 한국이란 나라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던 나라들도 참전을 했다고 하잖아~”

“그래서 오는 월요일, 11월 11일이 유엔참전용사의 국제추모의 날이라고 말하면서 하는 말이.......”

“무슨 말?”

“이처럼, 종말의 때가 가까워질 때에도 그런 갑작스럽게 엄청난 전쟁이 일어나게 될 거라며, 그때에도 아주 작은 곳에 각 나라들로 군인들이 몰려와 전쟁으로 희생자가 엄청날 거라는 거야.”  

“그때에? 아마겟돈 전쟁이란 말은 들은 적이 있어.”

“아주 작은 한반도에서 일어난 전쟁처럼 아주 작은 곳에서 세계전쟁이 일어난다는 거야. 그러니 그때를 생각하고 오는 11월 11일의 유엔참전용사 추모의 날을 깊이 생각하라는 거야.”

“지금도 곳곳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있잖아?”

“그렇긴 해! 지금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과 이스라엘과 가자지구의 전쟁이 있지. 그런데 그런 일은 자주 있으나 세계전쟁은 아니라는 거야.”

“무섭다야~ 너 왜 날 불러서는 이런 얘기를 듣게 하니?”

“나도 무서워~ 그래서 너를 찾아간 거야. 너랑 있으면 조금은 안심이 되거든.......”

“나는? 난 어쩌고~”

“나도 몰라~ 어떻든 너랑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나니깐 내 마음이 조금은 안정이 된다.”

“그런데 달이 네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뭐니?”

“나도 모르겠어? 자고 있는 날 깨어서는 이런 말을 전하는지 모르겠어.”

“듣다 보니 갑자기 추위를 느낀다.”     


  민지는 다르의 엉뚱한 이야기에 오싹한 기분이 들었던 것이었다. 그렇잖아도 늦가을이라서 제법 쌀쌀한 날씨인 데다 이상한 소리를 들었으니 더욱 으스스했을 거다. 민지는 재킷을 세워 목을 감쌌다. 다르도 역시 외투 깃을 올렸다. 이런 모습을 지켜본 것처럼 바람이 세차게 불어와 다르와 민지를 어루만지고 떠났다. 민지는 눈을 휑하니 뜨고는 말했다.      


“아니? 갑자기 웬 바람이 불어?   

“그러게? 뭔 의미가 있는 것 같아~ 우리 얘기를 엿들었나 봐!”

“누가?”

“누구긴~ 달이겠지!”

“하늘에 달이 없는데....... 어디 숨었나?”

“햇빛에 숨었겠지. 우리가 뭔 얘기하나 들었을 거야.”

“그걸 얘기하려고 여기 오자고 한 거니?”

“아냐! 요즘 내가 많이 힘들어~”

“다르! 너 이제 사춘기 온 거니?”

“사춘기? 몰라~ 요즘 생각이 많아져.”

“그게 사춘기야~ 사춘기가 뭐니? 생각이 많아지는 시기란 거야!”

“아~ 그때 그 할아버지가 생각이 난다.”

“그 할아버지? 누구?”

“내게 이 나무칼을 주신 할아버지 말이야.”

“그래, 그 후에 찾아갔었잖아? 그런데 할아버지가 계시던 집은 못 찾았지.”

“이상해! 분명 그 골목길에 있었던 집이었는데.......”

“다르, 난 널 믿어~”

“고마워~ 너밖에 없다. 근데? 왜 자꾸 그 할아버지가 생각나는 걸까?”

“너 혹시 그 남자 때문 아니니? 뭐라더라 어둠의 사자~”

“그런가? 자꾸 날 쫓아다니잖아~ 왠지 불안해지는 것 같아.”

“그래서 그 할아버지를 생각하는 거구나?”

“응, 그런 거 같아! 왜 내가 선택된 걸까?”

“우리도 있잖아~ 예지도 은비도 있잖아!”

“그놈의 실체를 모르겠어? 왜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그러는지 말이야.”

“혹시? 그놈은 사람이 아닐지......... 어둠의 사자라고 말했지?”

“..........”     


  다르와 민지는 대화를 할수록 더 심각해지고 있었다. 그 당시에는 초등학생일 때에는 마치 영웅 같은 기분에 슈퍼우먼이 된 기분에 자신감이 넘쳐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실종된 아이들을 찾아냈을 때에 기쁨을 잊을 수가 없었다. 아니 보람을 느꼈던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세상에 대해 눈이 조금 뜨게 되자 마음이 점점 무거워지는 것을 느끼기 시작을 한 것이었다. 덕분에 친구들도 많이 알게 되고, 특히 달을 통해 많은 것을 알게 되고 깨닫게 되었지만, 한편 하나님의 천사들도 알게 되고, 함께 해주어서 기쁘기도 하지만.........

  그런 다르는 친구들까지도 지켜주어야겠다는 생각을 버리지 않았다. 옆에 있는 든든한 민지가 있지만, 다르는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우리는 아직 어린 나이고 여자라는 걸 잊지 말아야지.......’     


  말없이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고 있는 다르를 옆에서 지켜보던 민지는 가만히 어깨동무를 하였다. 다르도 말없이 민지와 어깨동무를 했다. 그렇게 둘이 어깨동무를 한 채로 몸을 좌우로 흔들며 서로 바라보았다.     


“다르야!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말자~”

“음....... 그래! 내가 좀 마음이 흔들린 것 같아!”

“지난번 주일에 인선일 데리고 교회에 갔을 때에 넌 목사님께 당당하게 말 잘하던데....... 지금은 왜 그러니?”

“모르겠어? 우리 곧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지?”

“그래! 당연한 거 아냐?”

“그런데 난 왜 쓸쓸한 생각을 자꾸 하게 되는 걸까?”

“다르야~ 너나 나나 우리 외동딸이잖아! 홀로 서는 힘을 길러야지~ 안 그래?”

“외동딸? 지금껏 난 몰랐다. 내가 외동딸인 줄.......”

“그러지 말고 우리 일어나자!”     


  민지는 다르의 손을 잡아 일으키면서 일어섰다. 그리고 둘은 큰 바위에서 내려와 오던 길을 따라 걸었다. 여전히 어깨동무한 채로 말이다. 그러자 날씨도 눈치가 있는지 따스한 햇살로 두 소녀를 감싸주었다. 꼬불꼬불 학교담장을 따라 산길을 내려오던 다르와 민지는 학교 정문 앞에 한 노인이 앉아 있는 것을 보고는 다가가 말을 걸었다.     


“할아버지! 여기서 뭐해요? 날씨도 쌀쌀한데.......”

“응, 햇살이 참 따뜻하구먼. 어딜 갔다 오니?”

“네? 저기 뒷산에 갔다 오는 길이에요. 그걸 왜 물어요?”

“아니다. 너무 오랫동안 거기에 있길래 물었다.”

“할아버지! 우리가 저기 있는 걸 어떻게 아셨어요?”

“너희들이 저기로 가는 걸 봤지. 그리고 여기 양지에 앉아 햇볕을 쪼이고 있었단다.”

“왜요? 우리가 가는 걸 보셨어요? 그리고 지금까지 여기 계셨어요?”

“그럼.”

“으으으, 할아버지! 절 아셔요?”     


  다르는 그만 눈물을 흘리며 할아버지에게 껴안을 듯이 바싹 다가가서는 물었다. 민지도 당황해하며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천천히 고개를 들더니만 고개를 끄덕이었다. 다르는 할아버지를 보자 그만 눈물을 쏟아내면서 껴안았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보고 싶었어요! 어디 계신 거예요?”

“허허, 우리 다르소녀는 눈물도 많지~ 그동안 잘 지내겠지?”

“네! 할아버지~ 얼마나 찾았다고요! 왜 절 택하셨어요?”

“내가? 아니다. 네가 내게로 왔지.”

“내 가요?”

“그럼~ 내가 쓰러져 있을 때에 네가 와서 날 도와주지 않았니? 그때에 넌 선택받은 거지.”

“누가요?”

“누구긴~ 하늘에 계신 분이시지.”

“할아버지! 전 이제 어떻게 해요? 너무 두려워요!”

“염려 마라! 그분이 널 지켜주실 게다. 요즘 네가 믿음이 흔들리고 있구나?”

“네! 그런 거 같아요.”

“너 미국에 있는 소라언니를 알지?”

“네, 할아버지도 소라언니 아셔요?”

“알다마다. 내 손녀지.”

“네? 손녀예요? 할아버진 돌아가셨는데......”

“다르야, 소라에게 말하지 마라.”

“비밀? 좋아요! 그럼 뭘 해줄 거예요?”

“여전하군! 곧 소라언니를 만나 거라.”

“어떡해요? 제가 미국에 갈까요?”

“아니다. 소라가 한국에 올 거다. 그때 만나 거라.”

“정말! 할아버지~ 사랑해요!”

“이제 가봐라! 곧 어두워지겠다.”

“할아버지는? 집에 안 가요? 우리 집에 가요~”

“허허, 난 좀 있다가 갈 곳이 있단다. 잘 가렴~”     


  다르는 다시 한번 더 할아버지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옆에 있던 민지도 소개했다. 할아버지는 민지의 두 손을 꼭 잡아주면서 말했다.     


“민지소녀도 그분이 지켜주신단다. 그러니 다르와 함께 씩씩하게 지내도록 해라!”

“네, 할아버지! 뵙게 되어 너무 기쁘고 감사해요.”

“그래, 그래, 잘 가거라!”

“네, 할아버지도 건강하셔요!”     


  그렇게 다르와 민지는 할아버지와 헤어지면서도 자꾸 뒤돌아보며 갔다. 다르와 민지가 가는 뒷모습을 쭉 지켜보시는 할아버지는 계속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렇게 할아버지를 찾았고, 보고 싶어 했던 다르는 뜻밖에 학교정문 앞에서 할아버지를 만나게 되어 너무나 기뻤고, 다시 용기가 생겨났다. 학교 정문에서 꽤 멀리 간 다르와 민지는 뒤돌아보며 할아버지가 계시나 살폈다. 멀리 학교정문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다르와 민지는 놀라고 말았다. 그리고 둘은 다시 정문 쪽으로 달려왔다. 하지만 썰렁하게 할아버지가 앉았던 의자만이 홀로 있을 뿐이었다.

  다르는 그 의자를 끌어안으면서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는 다르는 그 의자를 꼭 안아 들고는 민지와 함께 집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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