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맴 할아버지의 동화 편]
느티나무 정자에 한 노인이 긴 담뱃대를 입에 물었다 뺐다 하면서 긴 담배연기를 피워내고 계셨다. 멋쟁이 노인은 빵모자를 쓴 채로 두터운 코트 깃을 올린 채로 정자에 놓여있는 의자에 앉아 계셨다. 유난히도 바람이 없고 고요하기만 하였다. 느티나무 정자 주변에는 하얀 눈으로 포장을 해 놓은 듯싶다. 아니 동네의 지붕마다 하얀 털모자를 쓴 듯하고 동네 뒷산에는 커다란 하얀 솜이불들로 씌어놓은 듯하였다.
어디서 날아왔을까? 하얀 나비들이 하늘에서 나풀나풀 춤추며 내려오고 있었다. 이러한 모습을 바라보시는 노인은 다시 긴 담뱃대를 입에 대고는 힘껏 빨았다가 길게 연기를 내뿜었다. 그러자 나풀대던 하얀 나비들이 하나둘 담배연기 속으로 사라져 갔다.
이때에 멀리서 자전거 한 대가 빠르게 정자 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노인은 담뱃대를 입에 가져가 대려다 말고는 담뱃대를 쭉 뻗어서는 달려오는 자전거를 향했다.
“허, 허, 역시 똥찬이군!”
자전거가 다가오자 동찬인 것을 알고서는 노인은 흡족한 미소를 지으시며 혼잣말로 대꾸를 했다. 노인 앞에 다가온 자전거에서 동찬이는 내려와 자전거를 손으로 잡고는 노인에게 큰 절을 했다.
“맴 할아버지! 이 추운 날씨에 여기 혼자 계셔요?”
“왜? 내가 불쌍해 보이냐?”
“아니요~ 감기에 걸리실까 봐 걱정이 되잖아요.”
“오늘은 그리 춥지는 않다. 이리 와 앉아라.”
그렇게 대답을 하고는 동찬이는 맴 할아버지 옆에 바위에 눈을 손으로 치우고는 자리해 앉았다.
“그래도 겨울이잖아요. 집에 계시지 여기엔 왜 나와 계셔요? 아무도 없잖아요?”
“집에 있으나 여기에 있으나 마찬가지지. 혼자인 걸 말이야.”
“제가 할아버지 집에 갔었어요. 안 계시기에 여기로 달려온 거죠.”
“그래? 역시 우리 똥찬이야~ 누가 날 찾아오겠니?”
“그렇죠? 저밖에 없죠? 그럼 이름을 좀 예쁘게 불러주시면 안 되나요? 동찬아~ 이렇게요.”
“고놈, 동찬아 하면 달라지냐? 거리감만 생기지. 똥찬아~ 얼마나 좋니?”
“ ------”
“오늘 말이다. 똥의 향기에 대해서 말해주랴?”
“얘? 똥의 향기요? 에그~”
동찬이는 곧바로 손으로 코를 막고는 맹꽁소리를 내듯이 말했다. 이때에 멀리서 또 하나의 자전거가 오고 있었다.
“똥찬아~ 저기 자전거 한 대가 오고 있구나!”
“어? 칠석인데요? 뒤에 탄 여자는 소향인 것 같아요.”
“오~ 우리 소향이도 오구?”
그러는 사이에 이미 칠석의 자전거는 정자에 도달을 했다. 칠석은 자전거를 동찬의 자전거 옆에 세우고는 소향이를 내려주어 함께 맴 할아버지에 다가와 큰 절을 했다. 소향은 예쁘게 절을 했다. 맴 할아버지는 얼굴이 환해지시면서 한마디 하셨다.
“그래, 그래, 우리 칠석이랑 소향이 와줘서 기쁘다. 소향이는 예쁜 옷을 입었구나!”
“할아버지~ 이제 곧 있으면 설날이 오잖아요. 그리고 엄마가 이걸 할아버지께 드리래요.”
소향은 작은 보따리를 맴 할아버지 앞에 내밀었다. 할아버지는 소향이로부터 받은 보자기를 열어보더니 얼굴이 빨개지셨다.
“허허, 이건 목도리 아니니? 소향이가 직접 짠 거니?”
“네, 엄마랑 같이 했어요. 어때요? 마음에 드셔요?”
“그럼, 맘에 속 든다. 우리 소향이 손재주도 좋아~ 앞으로 좋은 신랑을 만나겠는 걸~”
“전 아직 어려요. 이제 중학생이 되는걸요.”
“이번에 국민학교 졸업을 하지~ 이 할아버지가 졸업선물로 뭘 해줄까?”
“아니에요. 맨 날 좋은 이야기를 해주시잖아요. 그거면 돼요.”
“역시 우리 소향이 마음씨도 예쁘지!”
“소향이 가요? 얼마나 고집이 센데요~”
옆에서 듣고 있던 동찬이는 심통이 났다. 맴 할아버지는 동찬에게 눈총을 보내면서 한마디 하셨다.
“남자는 말이다. 마음이 넓어야 하는 거야. 똥찬이처럼 속이 좁아서 뭐에 쓰겠니? 똥퍼 밖에 뭐가 되겠나?”
“에그, 똥 빼면 말을 못 하시지~”
동찬이는 칠석이에 응원을 받고 싶은 듯이 쳐다보았다. 그러나 칠석은 역시 소향의 오빠라선지 미소만 짓고 있었다. 이때에 소향이가 할아버지 곁에 바싹 당겨 앉으면서 말했다.
“할아버지!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하실 거예요?”
“응? 소향아~ 똥향기란 말 들어봤니?”
“예? 똥향기라니요? 그런 게 있어요?”
“허허, 그럴 테지~ 요즘같이 예쁜 화장실이 있으니 말이다.”
“그럼, 옛날엔 화장실이 없었어요?”
소향이는 더욱 궁금해져서 할아버지의 손을 꼭 잡고는 물었다. 동찬이도 칠석이도 마찬가지였다.
“너희, 변소란 말 들어봤냐? 화장실을 옛날엔 변소라고 했었고, 또는 뒷간이라고도 했단다.”
“변소요? 드라마에서 봤어요. 뒷간은 뭐예요?”
“칠석이 좀 아는구나. 뒷간이라고도 하고 똥간이라고도 한단다. 옛날에는 말이다. 똥을 소중하게 생각했었지. 그래서 똥을 모아두는 곳을 똥간이라고 하며, 거기서 볼일을 보기도 했단다.”
“예? 똥이 소중하다고요? 으윽~엑!”
“똥찬이 넌 똥 안 싸? 오늘 아침에 화장실 갔었냐?”
“똥이 마려워야 가죠.”
“어쩐지 똥냄새가 난다 했지.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몸속에 똥을 버려야지.”
“예? 몸속에 똥을 버려요? 몸 밖에 나올 때에 똥이라고 하는 거잖아요? 알지도 못하시면서.......”
“고놈, 말버릇 봐라~ 몸 밖에 나와야 똥이라? 맞는 말이긴 하다. 그렇지만 몸속에 있는 그것은 몸을 나쁘게 하는 걸 모르는구나?”
“예? 왜요?”
“밤사이에 몸에 있던 모든 나쁜 것들을 다 모아서 밖으로 내보내려고 하는 것이지. 그걸 그대로 몸에 담고 있으면 다시 몸에 해로운 것들을 재흡수해버린다는 걸 알아야 해! 그럼 몸은 나빠지게 되는 거야.”
“그래서 일어나면 바로 똥으로 내보내야 한다는 거네요?”
“그렇지! 역시 칠석인 똑똑해! 사람만이 아니란다. 모든 생물들을 다 그렇게 몸속에 독을 아침에 내보낸단다. 그래서 아침에 숲을 산책하는 것은 안 좋은 것이란다.”
“아침산책을요?”
“그럼, 사람들은 그걸 몰라~ 그저 시원하면 다 깨끗한 줄로만 알지.”
“맞아요. 아침에 산책하다 보면 바지가 다 젖어버려요. 그래서 싫어요.”
“오~ 소향이 왜 아침산책을 하면 숲 속에 풀들에 물이 많지? 왜 그런지 아니?”
“왜요? 낮에는 괜찮은데, 아침엔 풀에 물이 많아요.”
“그건 말이다. 햇빛을 받으면 풀들이 사람이 똥을 싸듯이 몸에 독을 밖으로 내보내는 거란다. 그리고 땅에서도 수분이 솟아오르게 되고 말이다. 밤새 식물은 몸에서 탄소 찌꺼기를 내보내지. 그리고 아침엔 햇빛의 힘으로 몸의 독을 내보내는 거지.”
“와! 할아버지는 박사네~”
“소향이도 그리 생각하지? 그래서 아침에 산책을 싫어하지?”
소향은 사실은 아무것도 몰랐다. 맴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는 알게 되었지만, 사실 아침산책은 싫어했다. 특히 바지랑이 젖는 걸 싫어했다.
“그리고 말이다. 모든 생물들은 하루에 한 번은 몸속에 축적된 찌꺼기, 불순물을 밖으로 내보내도록 되어 있단다. 그래서 밤이 필요하지. 밤은 말이다. 모든 생물이 정상으로 회복되는 과정이란다. 그리고 성장하는 과정도 되지. 그래서 자연은 늘 생생하게 살아있게 되는 거란다.”
“그러니깐, 식물은 밤에 탄소를 내뿜는 거군요. 그래서 밤에 숲 속에 들어가지 말라고 어른들이 말하는 거네요.”
“그래, 칠석인 제법인데~ 동물이나 인간은 똥으로 내보내지. 그러면 어떻게 되겠니? 자연을 더러워지고 인간들이 사는 데도 더럽겠지?”
“네, 맞아요.”
“그런데 산에는 늘 깨끗해요? 왜 그렇죠?”
“역시, 똥찬이 관찰력이 있군. 그건 자연의 생태계란다. 분비물을 몸 밖으로 내보내는 동물이 있다면, 그 분비물을 먹고사는 동물이 있다는 거야.”
“학교에서 들은 적이 있어요.”
“소향이도 배웠구나? 한 예를 들어줄까?”
“네!”
“하늘로 날아가는 새들은 분비물을 공중에서 그대로 내보내거나 하지. 그러면 그 새똥을 땅에 사는 달팽이 등이 먹게 되는 거야. 그리고 새들은 그 달팽이 등을 잡아먹게 되지.”
“와~ 신기하다. 그게 생태계의 관계예요?”
“그렇지! 그런데 조심해야 할 게 있단다. 달팽이는 말이다. 새똥을 먹은 달팽이는 똥 속에 있는 독에 의해서 달팽이의 뇌를 조정해서 새들에게 보이도록 행동을 하게 된다는 것이지. 그렇게 해서 새들은 먹이를 쉽게 잡아먹을 수가 있는 거야.”
“와~ 그런 비밀이 있었네요? 그냥 먹이를 주는 게 아니었네요.”
“그렇지. 그래야 자연생태계가 유지가 되는 거지. 개미나 개똥벌레나 소똥벌레 등등이 다 그런 관계를 가지고 있단다. 그런데 사람은 어떨까?”
“사람은 어떤데요?”
“옛날에는 화장실이나 변소 등이 필요가 없었지.”
“왜요? 똥을 안 싸요?”
“안 싸긴, 지금처럼 사람들은 많지 않았고, 또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살지 않았지.”
“그럼, 어떻게 생활하지요?”
“좋은 예를 들면, 미국이 있기 전에 아메리카에는 인디언들이 살았었지. 그들은 유목민 생활을 했기 때문에 한 곳에 정착해서 살지 않았지. 그러니 화장실이 필요했을까?”
“그럼, 어떻게 해요?”
“인간들도 동물처럼 숲 속에나 들에 자신들의 변을 여기저기 보고 그랬었지. 그러면 그 똥들이 자연으로 돌아가 식물에게 거름이 되어주었거든. 지금 인도에 가면 서민들은 여전히 새벽에 일어나면 물통을 들고는 산으로 가서 변을 보고 그런단다. 이처럼 옛날에는 인간들이 그랬지. 어떤 특정한 장소를 정해놓아 화장실로 사용하지 않았단다.”
“이해가 돼요. 인도에 한번 가보고 싶다.”
“그래? 똥찬이 우리 인도여행을 한번 가볼까?”
“할아버지 나도!”
“소향이도? 할아버지는 나이가 많아서 인도여행은 좀 어렵지.”
“할아버지! 똥향기는 뭐예요?”
“똥찬이~ 궁금하지? 그렇게 유목민 생활을 하듯이 떠돌아다니는 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화장실이란 의미가 없지만, 한 곳에 모여 살게 되면서 인간들은 자연의 원리를 잘 알기에 자신들의 똥을 재활용하는 지혜를 가졌지. 그래서 인간의 똥을 거름으로 재활용을 했었지. 그러다 보니 똥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고. 그로써 자연환경의 오염을 방지할 수도 있었지.”
“그래서요?”
“인간은 주로 밭농사를 했었단다. 그래서 밭에 거름으로 인간의 똥을 사용했단다. 그러다 보니 인간들이 모여 사는 데에는 그들의 똥을 모아 두고나 관리하고 그리고 그것을 햇볕에 말리고 했기 때문에 똥의 냄새가 항상 마을을 덮고 있었다고 보아야겠지.”
“맞아요. 시골에 가면 똥냄새가 장난이 아니에요.”
“그래, 도시사람들은 시골에 가면 똥냄새가 난다고 싫어하지. 하지만 항상 똥냄새를 맡고 사는 시골 농부들에게는 그 똥냄새가 얼마나 향기로운지 모른단다. 그래서 인간들이 모여 사는 곳마다 그들의 독특한 똥향기가 있는 거란다. 그리고 나그네들도 긴 여행을 하다 보면, 멀리서 똥향기를 맡고는 마을이 가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지.”
“ㅋㅋ. 옛날에는 참 더럽게 살았네.”
“똥찬! 더럽다니? 오히려 요즘의 도시에 가면 매연이니 각종 해로운 것들로 공기가 안 좋다고 하잖니? 도시에 있는 가로수들을 봐라! 얼마나 고통을 앓고 있는지 아니? 그래서 도시매연에 잘 견디는 식물들로 가로수로 사용하잖니? 냄새가 안 난다고 깨끗하다고 할 수 없지.”
“그건 맞아요. 시내에 가면 숨이 막힐 정도로 공기가 안 좋아요.”
“부잣집에는 공기를 깨끗하게 하는 식물을 방안에 키운다든가 아니면 공기를 깨끗하게 해주는 기구를 집안에 설치한다고 그래요.”
“그럼. 똥은 냄새는 고약할지 몰라도 몸에는 해롭지는 않지.”
“왜요?”
“똥도 천연자원이지. 자연의 생태계는 순환과정을 이루고 있으며, 자연분해가 가능하단다. 우리 조상은 인류 중에 가장 지혜로운 민족이란다.”
“어째서요?”
“지금은 서양문명이 들어와서 눈에 보이는 것에만 몰두하니, 보기 싫은 것들이나 해롭다는 것들을 눈에 안 띄게 처리를 하다 보니, 자연적 순환과정을 방해하게 되고, 점점 오염되는 것들이 축적이 되어가게 되는 거란다. 그런데 우리 조상의 생활방식은 자연친화적이어서 순환의 원리를 잘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지.”
‘정말요? “
“좋은 예를 들려줄까?”
“네!”
“옛날에는 사람이 사는 집집마다 집의 구조가 음식찌꺼기나 똥들을 하수구로 내보내지 않고, 마당에 텃밭을 활용하여 거름으로 재활용을 했었지. 그리고 밭에 활용을 했었지. 좀 마을에 똥냄새가 나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그 똥냄새를 똥향기라고 친화적인 표현들을 한단다. 아니 사람 사는 향기라고들 말하지.”
“어머나~ 할아버지! 옛날 사람들은 참 지혜로웠나 봐요.”
“그렇지! 소향인 역시 정직해!”
“정직하다니요?”
“허허, 또 똥찬이 시샘하는구나? 정직하다는 것은 생각이 깨끗하다는 거나 같은 거야. 생각이 맑아야 참된 것을 알게 되지. 똥찬인 언제 똥향기가 될까?”
“에그........”
“어때? 똥향기에 대해서 들어보니 말이다.”
“똥향기는 사람 사는 냄새이네요.”
“그래, 칠석이 잘 정리해 주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이야기를 끝낼까? 슬슬 배고프지?”
“네! 배고파요.”
“우리 마을에 가서 잔치국수 먹을까? 내가 사주마!”
“정말요? 맴 할아버지 최고!”
그렇게 느티나무 정자에서 동찬이와 칠석이 그리고 소향이는 맴 할아버지로부터 재밌는 이야기를 듣고 그리고 마을에 가서 맛있는 잔치국수를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