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2월 18일이니 꽤 지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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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휴대폰 성지에 가서 개통하는 1시간 30분 동안, 2명의 주인장 중에서 중년 여자 주인장에게 내가 그리는 웹서비스 아이디어를 얘기했다. 모르는 사람에게 웹서비스 얘기를 뜬금없이 한 이유는, 내가 본 뛰어난 사업가들은 모름지기 낯을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선뜻 자기 생각을 표현할 수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나도 그런 사람들을 닮고 싶었다.
먼저, "예전부터 운동 어플처럼 자기개발을 돕는 서비스가 나오기 시작했고 요즘 들어서 루틴/챌린지/명상/도파민디톡스처럼 의지력 자체를 보조하는 장르의 서비스도 발전하는 추세다"라라는 얘기로 운을 뗐다. 이어서 "나는 사람들의 동기부여를 더 직접적으로 돕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라고 밝혔다.
그러자 주인장은 "요새 인스타 생태계가 워낙 방대해져서 거기서 벗어나 독자적인 시도를 하기 쉽지 않을 거다"라고 말했다. 나는 수긍하면서 "(인스타 UI의 한계상 인스타 내에서는 하기 어려울) 연애 관련 정보를 모아보는 사이트로 사람들을 유입시키려 한다"라고 말했다. 연애를 어려워하는 일부 남성층이 첫 타겟(거점시장)이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주인장이 자신은 <나는 솔로>를 통해서 감 없는 모솔 남자가 현실에 정말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내가 "당장 나부터가 20대 중반까지 모태솔로였는데 유투브 덕분에 빠르게 탈출했다. 보통은 여러 사람과 부대끼면서 자연스럽게 체득하는 지식(암묵지)을 나는 이론처럼 학습했다"라고 호응했다. 주인장이 약간 놀란 듯 "그게 정말 도움이 되었으니까 남들에게도 도움을 주려고 하시는 거냐"라고 물었다. 나는 "요새 좋은 연애 유투브들도 많지만 사람들이 한 번 볼 생각을 안 하면 이 세계를 모르는데, 그 장벽을 한층 더 낮추고 싶다"라고 대답했다.
주인장이 "모솔일 외모는 아니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내가 서울대 공대 나왔는데 지방 출신에 집이 가난했기도 해서 캠퍼스 안에 처박혀 있고 야외 소비활동에 인색하니 누굴 만나는 횟수 자체가 적었고, 여자 이전에 사람을 대하는 것 자체가 익숙치 않았다"라고 대답했다. 주인장이 학창시절에도 공부만 했냐고 물어서 "다른 급우들은 친구관계에서 자연스럽게 사람을 배웠는데 나는 그런 걸 뒷전으로 두고 공부만 해서 연애도 늦었다"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주인장이 "주변 사람에게 거리를 둔 것만큼이나 본래 성격이 내성적인 이유도 있지 않으시냐"고 물었다. 그래서 나는 수긍하며 10년 전에는 그게 훨씬 심해서 더 어려웠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주인장이 "보통 사람은 자기 단점을 바로 수긍하는 경우가 잘 없는데 대단하시다."라고 말했다. 사람이 나이가 들수록 오히려 고집이 세지고 문제가 자기에게 있다는 생각을 잘 안 하려 할텐데 예외적인 것 같다고 말하며, 주인장 자신은 나보다 인생을 훨씬 오래 살았지만 센 자존심 때문에 자기 문제를 인정하는 게 어렵다고 말했다.
그래서 내가 "일부 단점이 있더라도 그걸 상쇄할 정도로 강점들이 많거나, 현재보다 더 나아질 수 있고 나아져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면 단점을 쉽게 수긍할 수 있다"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유투브에서 일론 머스크나 스티브 잡스처럼 대단한 사람들의 연설을 많이 봤는데, 보통 사람들은 이런 리더들에 비해 부족한 부분이 많을 것이고 나 역시 아직 큰돈을 못벌었으니까 나아질 게 많은 보통 사람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주인장이 그런 부자들도 돈을 많이 벌었을 뿐 성격적인 흠결은 존재할 거라고 말했고, 나는 리더십 면에서는 그런 사람들이 확실히 뛰어나다는 의미라고 대답했다. 주인장이 "유투브로 배우는 교과서적 지식도 좋지만 현실 사람과 부대껴야만 익힐 수 있는 게 있다. 뛰어난 사람 말고 자기보다 못한 사람에게 배워야 하는 것들도 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내가 "신림역 근처에 살면서 동네 모임에 몇 번 나가니까 캠퍼스에서 공부만 하던 pool을 만날 때 느낄 수 없는 것들을 느낄 수 있었다."라고 대답했다.
주인장이 "낯을 크게 안 가리고 사람을 안 가려만나시는 것 같은데, 그게 큰 강점이 될 것 같다."라고 하며 "인상이 좋으시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큰 조직에서 사내정치에 휘말리면 사람 인상이 나빠지는데, 그게 아니면 인상이 좋은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영업사원과 자영업자처럼 외부 사람들 대해야 하는 직업군들은 인상이 좋은 경우가 많았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주인장이 "자영업자는 고객이 별 생각 없이 툭툭 내뱉는 말에 상처 받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다 인상이 좋은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