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엄마가 곧 갈게.

by 박성희

수액을 맞고 다음날 동생은 동물병원에서 한별이를 퇴원시켜 집으로 데려갔다. 다행히 한별이의 컨디션은 많이 좋아졌지만 항암치료와 스테로이드를 먹여도 발작을 했기 때문에 약의 용량을 좀 늘렸고 또다시 발작을 하게 된다면 용량을 계속 늘리는 방법밖에 없다고 했다. 그리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스테로이드 부작용으로 식탐이 많아져 약을 어떻게 먹여야 할지 고민했던 걱정이 무색하게 약을 그냥 주기만 해도 꿀떡꿀떡 삼켜버렸다.


당장 한별이의 컨디션은 좋아졌지만 또 언제 발작할지 몰라 나는 항상 불안한 마음이었다. 그렇게 애타는 마음으로 겨우 일주일이 지났을 때였다. 다시 한번 연달아 발작을 해서 병원으로 가고 있다며 동생에게서 연락이 왔다. 제발 더 이상 발작하지 않고 내가 갈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빌었지만 간절한 나의 기도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보통 강아지가 발작을 하면 전조증상이 있다. 구석으로 가거나 침을 흘린다던지 평소와 좀 다른 모습을 보이다 이내 발작을 시작한다. 발작을 시작하면 짖기도 하고 침을 많이 흘리거나 소변이나 대변을 막 싸기도 한다. 온몸의 장기가 다 뒤틀리며 장기 손상을 입기도 하고 심하게 경직되고 몸을 움직이다 딱딱한 물체에 머리를 부딪치면 위험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그래서 발작을 시작하면 일단 주변에 위험한 물건을 치워주고 발작하는 상황을 촬영하면 좋겠지만 대부분 놀라고 당황하기 때문에 촬영하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강아지의 입도 끊임없이 움직이므로 손을 입 근처에 갖다 대면 심하게 물릴 수 있어 절대 입 근처에는 손을 가져가서는 안되며 강아지가 다치지 않게 뒤에서 안아주고 손바닥으로 눈을 지그시 눌러주면 몇 분 내로 발작을 멈추고 정신이 돌아온다. 그리고 정신이 돌아오면 바로 동물병원으로 데려가서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한별이의 경우 발작하기 전 갑자기 입을 딱딱거리며 움직이거나 빙글빙글 돌며 심한 공포를 느꼈다. 그리고 몇 초 뒤 발작을 시작하고 머리를 180도로 돌리며 몸을 뒤틀어 누워서 페달링을 했다. 입에는 거품이 나왔고 길게는 몇 분 짧게는 일분 이내로 발작이 멈추지만 소변과 대변을 그 자리에서 싸기도 했다.





결국 치료를 시작하고 두 번의 발작이 있은 후 나는 고민 끝에 나 혼자 조금 빨리 한국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최대한 빠른 날짜로 비행기 일정을 변경했고 평소 나보다 요리를 잘하는 남편이지만 혼자 남을 남편이 안쓰러워 반찬이나 음식도 해놓고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렸다. 우리 부부는 잠시 떨어져 각자의 자리에서 한별이를 위해 힘내 보기로 했다. 그리고 드디어 나 혼자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이 되었다. 남편은 출근하기 전 공항까지 데려다주었고 차에서 짐을 내리고 우리는 마주 봤고 포옹을 했다.



"여보 아프지 말고 잘 있다가 한국에서 보자."

"응. 조심히 가고 한별이 만나면 많이 사랑해줘."


헤어지기 전 남편이 내게 한 당부는 한별이를 잘 보살펴달라는 말이 아닌 많이 사랑해주라는 말이었다. 어쩌면 자신이 만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나온 말이겠지만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한별이와의 이별이 코앞에 온 것만 같은 슬픔을 느꼈다. 우리는 결혼 후 처음으로 5년 만에 오랫동안 떨어져 있게 되었다. 촉촉해진 눈가에 돌아서는 남편의 뒷모습을 보기가 힘들어 케리어를 끌고 씩씩하게 뒤돌아서서 공항으로 들어갔다. 좋은 일로 잠시 떨어져 있어야 하는 게 아니기에 서로의 안쓰러움에 마음이 아팠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한별이와 마지막 영상통화를 하고 나는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제 13시간 후면 한별이를 만나게 된다. 미국에 있는 동안 제발 살아있는 한별이를 볼 수만 있게 해달라고 빌었고 드디어 만나게 된다고 생각하니 조금 안도가 되었다. 과연 오랜만에 만나는 한별이는 나를 잊었을지 반겨줄지 화를 낼지 그 어떤 것도 짐작이 되지 않았다. 미운 엄마라도 제발 반가워만 해 줬으면 좋겠는데 혹 반가워하지 않을까 봐 걱정이 되었다. 너를 만나러 가는 길이 이렇게 힘들고 불안한 마음이 될 줄은 한 번도 상상하지 못했는데. 아직도 건강하기만 했던 장난꾸러기 한별이의 모습만 눈에 선했다.


긴 비행시간 끝에 곧 착륙한다는 안내 메시지가 나왔고 멀리 인천공항이 보이기 시작했다.


조금만 기다려줘 한별아. 곧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