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첫 주 일주일 내내 장맛비가 이어지고 드디어 주말이 왔다.
이른 아침부터 주말농장에 가기 위해 부산스러웠다. 장갑과 장화, 호미를 챙겼다. 수확한 농작물을 담기 위해 비닐과 종이박스를 챙겼고, 간단히 먹을 간식과 물을 차에 실었다. 모처럼 남편과 함께 주말농장에 가는 길이다.
“비가 많이 와서 채소들이 잘 있을까?”
“아마도 상추는 녹아내렸을 것 같은데...”
“열무랑 치커리 겨자채도 지난번에 보니까 쓰러져서 이젠 끝났을 것 같아.”
“고추와 가지는 남아 있지 않을까?”
“근데 걔네들은 늦게 심어서 지난주에 갔을 때도 많이 안 자랐던데...”
우리 부부는 자동차를 이동하는 중에도 농작물을 걱정했다.
아침 6시 이전에 집을 나선 우리는 막힘없이 고속도로를 달려 주말농장에 도착했다.
주말농장은 잘 자란 농작물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농작물도 눈에 띄었다. 이웃의 밭 중에서 풀이 수북하게 우거진 곳도 있었다. 우리 밭은 어떨지 두근두근.
“밭이 완전 야생이네.”
3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운 날씨와 연일 계속되는 장마에 풀은 거침없이 푸르렀다. 풀에 비해 봄채소는 끝을 보이고 있고, 여름 채소들은 아직은 버티고 있지만 성장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한눈에 쓱 훑어보아도 밭에는 풀 반 농작물 반이다. 한 주 쉬었을 뿐인데 방치해놓은 것처럼 보인다.
쑥갓은 꽃이 피고 노랗게 변한 잎사귀가 많았다.
“쑥갓은 더 이상 딸 게 없네.”
상추는 줄기가 7~80cm 정도로 길게 자랐다. 상추가 노랗게 변했거나 벌레 먹은 부분이 많다. 이웃의 상추는 벌써 꽃이 피었다.
“상추도 거의 딸 게 없네. 청상추만 조금 건질 수 있겠어.”
청상추를 따서 쌈으로 먹었는데 야들 야들 먹을만했다.
상추 대가 올라왔다. 이웃 밭에는 상추 꽃도 피었다.
열무는 잎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꽃은 모두 지고 씨가 노랗게 익어가고 있다. 열무 뿌리는 반이 땅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열무를 뽑아보니 마치 고목나무를 보는 듯하다.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이 열무가 이런 모습이라는 것을 모르겠지?”
맞는 말이다.
도시에서 열무의 모습은 적당히 알맞게 자라고 뿌리가 비교적 고른 야들야들한 먹기 좋은 크기다.
도시인들은 열무의 씨앗이 어떻게 생겼고 어떻게 재배하는지 관심이 없어도 된다. 떡잎이 하트 모양인지 세모 모양인지 알지 않아도 되고, 언제쯤 수확해야 하는지 알아야 할 이유가 없다. 열무 꽃은 얼마나 예쁘고 향기로운지 알 수 없다. 열무 꽃이 시들고 씨앗을 맺고 익어가며 시들어가는 모습은 농사를 지어보지 않고는 모르는 일이다.
열무 씨앗과 씨가 익어가는 모습 vs 고목나무 같은 열무
고추는 하얀 꽃이 작은 종을 매단듯 피었고, 크고 작은 푸른 고추가 달려있다. 지난주와 별반 차이는 없어 보인다. 고추는 나물로 먹기 위해 고춧잎을 모두 땄다.
가지 꽃은 지난번엔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 사진 촬영하기 힘들었다. 이번엔 꽃잎을 활짝 펴고 그 모습을 환히 드러냈다. 가지 꽃은 보라 꽃잎 안쪽으로 노란 암술과 수술을 가득 담고 있다. 가지 꽃 꽃말은 '진실'이란다. 이번에 처음 알았다. 가지는 꽃도 피고 잎도 무성했지만 열매는 하나도 열리지 않았다.
토마토는 붉은 방울토마토가 몇 개 있고 몇 개의 초록 토마토가 그대로 남았다. 연두색인 듯 초록색이고, 붉은색인 듯 노란빛을 띠며, 주황색인 듯 또 붉다. 그 빛깔을 누가 빚어놓은 것인지 참 예쁘다. 토마토의 빛깔이 어찌나 곱던지 이슬을 살짝 머금은 모습이 영롱하다.
고추와 가지는 자라기 시작할 때 떡잎과 밑에 부분의 줄기를 따주어야 한다. 그런데 주인장의 무지와 무심함으로 그러지 않았더니 잎만 무성하고 열매를 맺지 못한 채소가 되었다. 늦게 심은 만큼 웃거름도 주고 더 신경을 써야 하는데 말이다.
근대는 뿌리에서 가까운 부분이 검게 썩어가고 있었다. 근대를 뽑아보니 여러 줄기가 뿌리 부분에서 다닥다닥 붙어서 한꺼번에 자라고 있다. 근대는 먹을 수 있는 만큼만 뜯어서 봉지에 담았다.
겨자채는 바닥에 흩어진 채로 노란빛과 연둣빛이 어우러진 씨앗이 익어가고 있다. 열무 씨앗과 비슷한 모양이지만 겨자채가 조금 더 가늘다.
치커리는 밭에 쓰러져 있는데 덩굴식물처럼 줄기 마디에서 꽃이 피었다. 치커리 꽃은 열 개 꽃잎이 동전 크기 만하게 낱꽃으로 피었다. 처음 보는 예쁜 보라색이다. 치커리 꽃은 보라색 국화꽃을 닮은 듯한데, 국화꽃보다 좀 더 신비로운 보랏빛이다. 쓴맛을 내는 치커리에서 어쩜 이리 고운 빛깔의 꽃을 피울 수 있을까 신기하다.
깻잎은 무성했으나 벌레가 먹어서 우리가 수확할 만한 것이 많지 않았다.
당귀와 셀러리는 풀숲을 헤쳐서 겨우 찾아냈다.
근대는 뿌리에 여러 줄기가 다닥다닥 붙어 있다. 씨가 자라기 시작하는 겨자채 vs 신비로운 보랏빛 치커리 꽃 vs 구멍난 깻잎
이번 주말농장 방문에서 주요 관심 대상은 당근이다. 그동안 4월 초에 뿌린 당근 수확철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당근 씨앗 종류로는 조생종 중생종 만생종이 있다. 조생종은 70~80일, 중생종은 90~100일, 만생종은 110~120일로 생육기간이 다르다. 농작물은 하루 볕에도 차이가 많이 난다. 그래서 생육기간을 잘 보고 수확하는 것이 좋다. 당근은 병충해가 없는 작물이다. 당근을 재배할 때는 솎음하기와 웃거름 주기가 필요하다.
당근을 수확해도 되는지 확인하는 방법은 당근의 줄기가 옆으로 쓰러지거나 잎이 아래로 쳐지기 시작할 때, 당근머리가 평평하고 넓게 자리를 잡았을 때다. 우리 밭에 당근도 엇비슷하다. 당근은 수확시기를 놓쳐서 꽃이 피면 심이 박혀 먹을 수 없다. 수확시기를 넘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수확한 당근을 먹어보니 좀 심심하다. 크기도 좀 작고 덜 큰 것 같다. 한주 뒤에 수확했더라면 더 맛있는 당근이 되었을 것 같다. 당근 맛은 조금 아쉬웠지만 풍족하게 수확했다.
사진을 찍는다며 밭 위에 올려놓은 발이 땅 속으로 푹 들어간다. 발걸음을 떼는데 발이 움직여지지 않는다. 장화는 흙속에 박혔고 양말 신은 발만 쑥 빠지면서 질척이는 땅으로 곤두박질쳤다. 흰 양말이 흙 범벅이 되었다. 두 손으로 장화를 잡고 당겨서 간신히 흙무덤에서 발을 뺐다.
봄부터 재배해 온 작물들은 이제 안녕이다. 깻잎, 셀러리, 당귀는 더 키워도 되지만 수확량이 많지 않아서 별 재미가 없다. 여름 농작물인 고추, 가지, 토마토는 잘 자라지 못했고, 제대로 키우지 못해서 수확량도 많지 않다.
서울시에서는 공식적으로 7월 말부터 한 달간 주말농장 휴지기를 갖는다. 우리는 조금 일찍 휴식하기로 했다. 한 달간 휴식을 하며 다음을 준비한다. 가을농사를 기대하며 그때까지 안녕~~~
#딸아행복은여기에있단다_하민영
#간호사의우아한사생활_하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