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농장은 두 달을 쉬었다.
유독 비가 많았던 지난여름이었다.
가을농사 시작을 알리는 문자가 왔고,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비가 많이 와서 농장에서 밭갈이를 못했다는 문자를 받았다. 다른 해에 비해서 2~3주가 늦어진 가을농사 시작이다.
주말을 맞아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태풍 '힌남노'의 영향권으로 폭풍전야의 풍경이다.
“태풍 심하면 지금 심어도 작물들 심으나 마나 일 텐데...”
“그래도 지금 아니면 심을 수도 없어.”
“그렇긴 하지.”
“반갑다. 농장아! 잘 있었니?”
가을 개장을 알리는 플래카드와 밭갈이를 마친 농장이 우리를 맞이했다. 농장 이장님께 배추 모종과 무씨앗을 받아서 우리 구획으로 이동했다. 곱게 갈린 농장은 잔뜩 물을 머금고 있었다.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비가 한 두 방울 떨어지기 시작했다.
“벌써 비가 오기 시작하네. 빨리빨리 해야겠어.”
모종을 심고 씨를 뿌리기 위해서 흙을 먼저 골랐다. 지난주에 밭갈이를 한 것 같은데 벌써 흙이 딱딱하게 굳었다. 흙이 고르지 않아 쇠스랑으로 흙을 다지고 작물을 심을 골을 만들었다. 어제도 비가 많이 왔는지 밭고랑을 걸을 때 장화가 푹푹 빠지는 곳이 있었다.
밭고랑을 세 줄을 만들었다. 그리고 배추 모종을 듬성듬성 놓았다. 배추는 워낙 크게 자라기 때문에 상추보다 더 간격을 두었다. 30~40cm 정도 떨어져서 모종을 떨어뜨려 놓았다. 무도 세 줄을 만들어 씨앗을 뿌렸다.
“올 가을 농사는 욕심부리지 말고 배추와 무만 심자.”
예년 같으면 봄 농사처럼 여러 가지 심을 것이다. 시금치, 청경채, 갓. 겨자채, 파, 가을상추 등 가을에 먹을 수 있는 작물을 여럿 심었을 것이다. 그러나 올해는 비가 자주 왔고 작물 심기가 너무 늦어져서 제대로 자랄 수 있을지 장담하지 못하겠다.
한 두 방울 떨어지던 비는 어느새 옷을 적실 정도가 되었다. 우산을 쓰고 일해야 했다. 이웃 농부는 비옷을 입고 있다.
“우리 농장에서 일할 때 비 온 경우는 처음인가? 아니다. 두 번째네.”
“고양에서 할 때 비 많이 와서 아들이랑 비옷 입고 일했지.”
주말농장 6년 차이니 주말농장에 얽힌 추억도 많다. 지난 일은 아름다운법. 추억을 꺼내면 절로 미소가 걸린다.
“비 더 많이 온다. 빨리하고 가자.”
비 때문에 마음이 바빠지니 손놀림도 재졌다.
부지런히 일했더니 40여 분 만에 일을 마쳤다.
인증샷도 찰칵~
“배추야! 무야! 태풍에도 끄떡없이 잘 자라다오.”
거세지는 빗줄기를 보며 일찍 마무리 한 것에 안도의 한숨을 돌린다.
농장 한편에 자리 잡은 트랙터에도 인사한다.
“트랙터야 잘 있었니?”
도시 농부들이 쉬어갈 수 있는 테크도 눈에 들어왔다.
농장 앞마당에 가을의 전령사처럼 노란빛을 띠기 시작한 은행나무도 보인다.
가랑비에 옷이 젖는다고 우산을 쓰지 않은 나는 겉옷이 축축하게 젖었다. 몸이 살짝 떨려오며 추워지기까지 한다. 여벌로 가져온 추리닝을 걸쳤다.
테크에서 쉬면서 간식으로 싸 온 고구마를 먹는다. 요 고구마는 해남 고구마다. 선물로 한번 받았는데 너무 맛있어서 또 시켰다(주디님 고마워요). ‘아이스 엿 고구마’는 고구마를 구워서 냉동해서 판매하는 고구마다. 요건 광고해주고 싶은 상품이다. 스스로 좋아서 하는 PPL ㅋㅋㅋ
테크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떨어지는 비를 보며 비 멍을 한다. 주말농장 하는 재미가 바로 이런 거지.
#딸아행복은여기에있단다_하민영
#엄마와딸 함께 보면 좋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