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 값이...

주말농장 이야기

by 하민영

“이것은 무엇일까요? 나물로도 해 먹고, 김치를 담가 기도 하고,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소인 비타민과 무기질 등 각종 양소를 제공해주는 이것은 무엇일까? 흐흐흐 너무 쉽죠. 요즘 이것의 가격이 너무 올랐다고 하네요.”

라디오 방송에서 흘러나온 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웠다.

“맞아요. 너무 쉬워서 정답이 아닌 줄 아셨겠지만, 채소 또는 야채가 맞습니다.”

이렇게 쉬운 문제를 왜 냈을까 궁금했다.

“청취자께서 보내오신 사연입니다. 저는 마트 채소 코너에서 일합니다. 추석 때는 채소를 다 버렸어요. 채소가 비싸서 사람들이 안 사가서 썩었습니다. 채소 가격이 조금 내려가니 그나마 팔립니다.”

“시금치 한 단에 만 오천 원 했다고 하죠. 호박 한 개 가격이 오천 원을 넘겼고요. 또 청취자 한 분이 보내온 사연입니다. 호박 비싸서 된장국에 호박을 안 넣었더니 아들이 호박 달라고 하네요. 호박 넣을 때는 쳐다도 안 보더니요.”

요즘 마트를 자주 안 갔더니 채소 가격이 어떤지 모르고 있었다.

“배추 무값 너무 비싸서 이번 김장은 어떻게 할지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주말농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차 안에서 들은 라디오 방송에서는 채소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하소연이다.

농사를 짓고 있는 나는 괜히 어깨가 으쓱해진다.

가을 농사 잘 지어야겠다고 다짐한다.




농장에 도착해서 보니 무와 배추가 자리를 잘 잡았다.

지난주에도 비가 충분히 내려서 채소들이 자라기에는 어려움이 없었던 것 같다. 줄지어 조랑조랑 잘 자라고 있다. 매번 보아도 식물들이 자라는 모습은 신기하다.


지난주에 뿌린 청갓과 시금치도 수북이 싹이 돋아났다. 동글 동글한 잎사귀 두 개가 마주 보고 자라는 청갓은 무처럼 하트 모양이다. 시금치는 삐죽삐죽 부추 잎사귀처럼 가늘게 자랐다. 수북이 자라고 있어서 솎음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무 옆 귀퉁이 땅과 배추를 심은 두렁가에 심었던 시금치도 장소에 굴하지 않고 잘 자라 주었다. 자연은 밭을 탓하지 않는다.


김매기를 열심히 하는 중에 불청객을 발견했다. 어디서 찾아온 고구마순인지 우리 밭에서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우고 있었다. “그래 찾아와 줘서 고맙다. 잘 자라라.” 정성스레 땅을 고르고 풀도 뽑았다.


또 다른 불청객은 지나가던 농부의 말이다.

“그거 먹기나 하겠어요?”

‘엥 뭔 소리? 그럼 먹으려고 농사짓지 뭐하라 하남?’

느닷없는 소리에 속으로만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너무 작아서 김장이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올해 늦게 심은 작물들 때문에 걱정인 것 같았다.

‘뭘 얼마나 채소를 잘 키우려고 하는 거지’라고 속으로만 생각했다.

“크는 대로 키워서 먹는 거죠. 그래도 키워봐야지요.”


귀갓길 라디오 방송에서 흘러나오는 채소값이 비싸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이해가 조금 가기는 했다.

그러나 늦은 채소를 어떻게 하겠나. 지금부터라도 잘 키워야지. 물론 이웃 농부 중에는 잘 키운 농부도 있었다.


남편이 잠깐 자리를 비운 차에 이웃 농부와 이야기를 주고받았던지라 남편이 돌아왔을 때 이웃 농부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채소를 죽기 살기로 키우나. 씨 뿌리고 자라는 재미로 키우는 거지.”

“우리야 그렇지만 이거 키워서 김장하려고 하는 사람이라면 걱정되기는 하겠네.”

“올해 농사가 늦어져서 어쩔 수 없지. 크는 대로 키워서 먹는 거지.”

자연은 제 속도대로 가는 것이고, 인간은 자연을 거스를 수 없다. 그저 순리를 따르고 지금 여기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불청객 고구마 순 VS 잘키운 이웃 농부의 배추와 무


다음은 오늘의 주인공 쪽파다. 쪽파는 농약사에서 머리 부분을 잘라 파는 씨앗이다. 서너 개가 함께 모여서 싹을 틔운 쪽파다. 무가 자라고 있는 밭두렁가에 고랑을 만들고 10cm 간격으로 쪽파를 올려놓았다. 그리고 가볍게 흙을 덮어주었다. 밭에 물이 많아서 쑥쑥 잘 자랄 것을 기대한다.


웃거름 주기는 구덩이를 파고 한 줌씩 넣었다. 예전에 채소 옆에 뿌렸더니 거름이 독해서 잎이 탄 경험이 있다. 그 후론 구덩이를 파고 거름을 넣고 흙으로 덮어주었다. 거름을 많이 하면 오히려 해가 되는 경우가 있다. 적당히가 어렵다. 주말농장은 이장님들이 거름을 많이 하여 밭갈이를 하니 웃거름을 주지 않아도 잘 자란다. 그래도 교과서에는 2주에 한 번씩 웃거름을 주는 것이 좋다고 하니 올해는 지침대로 해보려 한다.


누군가 심지 않고 버리고 간 배추를 주워다가 우리 밭 배추 중 잘 자라지 못한 곳에 때워주었다.

“왜 배추 모종을 버렸을까? 그냥 심어두었다가 나물로 해 먹어도 좋을 텐데... 아까워라. 우리 밭에 옮겨 심자.”

마지막 물을 듬뿍 주고 “잘 자라라”격려의 한마디로 마무리를 한다.


잔뜩 구름을 머금은 하늘은 오늘도 비가 올 것 같은 날씨다. 점점 변해가는 은행나무를 보며 주말농장에게도 굿바이 인사를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채소값 비싸다는 이야기와 호박 들어간 된장국 이야기를 라디오 방송에서 듣고 마트에서 애호박을 샀다. 애호박 하나에 삼천 원이 넘었다. 생각 없이 사서 먹던 호박이 삼천 원이나 하니 된장국을 평소보다 정성스럽게 끓이기로 했다. 주말농장에서 키운 애호박은 아니지만 내가 키운 애호박이려니 생각하고 된장국을 끓였다. 요리가 궁금하다는 작가님을 위하여 요 사진은 서비스입니당 ㅎㅎㅎ






#딸아행복은여기에있단다_하민영

#간호사의우아한사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