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을 이겨낸 주말농장

주말 농장 이야기

by 하민영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문을 일찍 여셨네요.”

“보통 6시 반에서 7시에 열어요.”

“일찍 여시네요. 씨앗 살 수 있어요?”

“그럼요.”

“쪽파를 심으려고 하는데 지금 심어도 되나요?”

“쪽파는 삼사일 있어야 나와요. 지금 심어도 늦지는 않아요.”

쪽파를 무와 배추 심은 밭두렁에 심으려고 농약사를 찾았다. 쪽파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사장님 말을 들었다. 농사지을 때 정보는 농약사 사장님으로부터 많이 듣는다.

“그럼 지금 뭘 심으면 좋아요?”

“청갓이나 동초를 심으면 좋아요. 갓은 김장할 때 먹고, 동초는 겨울을 나는 시금치니까 지금 심어서 이듬해 먹으면 돼요.”

“저희 주말농장은 서울시에서 하는 거라 11월 말이면 다 거둬야 해요.”

“그러면 아깝긴 하네요. 그래도 가을에 먹을 수 있어요.”

“그럼 청갓하고 시금치 주세요.”

청갓은 3000원, 시금치는 2000원에 씨앗을 샀다.


연휴 마지막 날 귀경차량이 몰리기 전에 주말농장을 찾았다.

아침 6시 조금 지나서 집을 나섰기 때문에 광주시에 있는 농약사에서 씨앗까지 샀는데도 교통체증 없이 무사히 농장에 도착했다.

“태풍이 심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사하겠지.”

“아마도 그럴 거야.”

“비가 많이 오면 쓸려 내려갈 텐데 이번엔 많이 안 와서 괜찮겠지?”

지난주 힌남노가 불어닥치기 전에 무와 배추를 심을 때, 태풍에도 끄떡없기를 기도했었다. 우리의 예상대로 배추는 자리를 잡았고, 무도 새싹을 틔우고 잘 자라고 있었다. 군데군데 아직 싹이 나지 않은 곳도 있었지만 괜찮다. 그만하면 훌륭한 가을 농사가 될 것 같다.

어제 비가 한차례 더 왔는지 땅이 촉촉했다. 배추와 무는 물을 많이 먹는 작물이라고 한다. 작물들이 발아하고 자라기 딱 좋은 날씨이고 강수량도 넉넉한 것 같다.


“청갓은 어디에 심을까?”

“무 씨 뿌릴 때 한쪽 끝에 씨앗을 심지 않은 곳이 있으니 거기에 심자.”

“아! 여기 가운데는 비었네.”

“무가 잘 자라지 않은 곳은 갈아엎고 한 곳에 모아서 뿌리자.”

무 씨를 뿌린 끝자락쯤에는 땅이 빈 공간이 있었다. 그곳의 땅을 고르고 빽빽하게 얕은 고랑을 팠다. 무와 배추는 3줄로 맞춰 심었는데, 청갓은 5줄을 만들어 씨앗을 뿌렸다. 동글동글한 붉은색 알갱이가 구슬아이스크림 같다.

청갓은 일부는 솎음을 해서 나물처럼 먹고 또 얼마는 잘 키워서 김장할 때도 넣을 예정이다. 청갓은 서리가 내리기 전에 수확해야 한다. 서리를 맞으면 잎채소가 얼어서 물러져 먹을 수가 없다. 지금 심어도 10월 말이나 11월 초에 먹을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자랄 것이다.


“동초는 어떻게 하지?”

“쪽파를 밭두렁가에 심으려고 했으니까 그렇게 심어보자.”

배추를 심은 밭두렁의 자투리 땅을 이용하는 거다. 약간 높이가 있는 배추 옆 두렁을 괭이로 얕게 파고 땅을 골랐다. 그리고 우리 구획이라는 것을 알리는 표지판 주위에도 자투리 땅이 남아 있어서 그곳도 땅을 골랐다. 그렇게 하니 동초를 심을 수 있는 충분한 땅이 나왔다.

별사탕 모양의 갈색 동초는 가시가 달렸다. 동초를 심을 때는 찔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여리디 여린 시금치에서 어떻게 저런 가시 달린 씨앗이 생겼을꼬. 신기하다.

얕게 판 땅에 씨앗을 뿌리고 흙을 호미로 살살 으깨서 덮어주었다.

동초는 9월에 파종하여 봄이 오기 전까지 수확할 수 있다. 이른 봄에 섬초라고 하여 마트에 나와 있는 것이 바로 지금 뿌리는 동초다. 봄에 시금치도 좋지만 가을에 뿌리는 시금치도 수확해서 먹으면 참 맛나다.


“땅도 촉촉하니 물 안 줘도 되겠다.”

“그래도 물은 줘야지.”

남편은 호수를 가져와 물을 주기 시작했다.

물을 담뿍 머금은 배추와 무가 참 예쁘다.

새로 심은 청갓과 동초에도 물이 꼼꼼하게 스며들도록 했다. 날이 좋아 잘 자라겠지만 농부의 정성스러운 손길 덕에 더 잘 자랄 것을 기대해본다.


은행잎은 초록색에서 좀 더 노란빛을 띤 연두색이다. 나무의 아래와 위의 색깔이 다르다.

은행잎이 노랗게 익어가는 모습을 시시때때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주말농장의 운치를 더해 주는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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