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엔 주말농장을 추억해요

주말농장 이야기

by 하민영

연일 장맛비가 이어지고 있는 요즘 주말농장의 채소들이 눈에 아른거린다. 지난주 농장을 방문하지 못했더니 채소들 생각이 더 간절하다. 요즘처럼 날씨가 더웠다가 비가 연일 오게 되면 채소들의 유실이 꽤 많을 것인데 조금 걱정스럽다. 6월 셋째 주 방문했을 때 보았던 주말농장 풍경을 추억하며 위안 삼아본다.


6월 섯째 주도 아침 일찍 농장을 방문했다. 흐릿한 하늘이 더위를 식혀주었다. 곧 장마가 예상되고 있었지만 뜨거운 여름 햇살을 식혀주고 있어서 좋았다.


이전에 방문했을 때 마음에 가득 담았던 열무 꽃과 겨자채 꽃을 먼저 만났다. 우리 밥상을 풍성하게 해 주었던 열무와 겨자채가 이제는 농장을 아름다운 꽃밭으로 만들어놓았다.

흐드러지게 피었던 열무 꽃은 다소 적어졌고 씨앗이 튼실하게 영글었다. 씨앗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열무 줄기는 더 이상 위로 자라지 못했다. 줄기가 넓은 치마폭을 활짝 펼쳐놓은 듯 분홍색 꽃수를 놓았다.

열무 꽃만 본다면 아름다움에 폭 빠져있겠지만 곁에 있는 작물들도 돌봐야 한다. 땅 아래로 펼쳐진 열무는 다른 식물의 성장을 방해하고 있었다. 파종 시기가 늦어서 그렇지 않아도 키가 작은 가지는 열무 때문에 더 자라지 못하고 있었다. 가지의 잎만 무성했다. 열무 주위에 있는 근대와 상추, 당귀와 셀러리(당근 모종인 줄 알고 키웠는데 뒤늦게 알고 보니 셀러리였다.) 역시 열무에 묻혀가고 있었다. 결국 다른 식물을 방해하는 열무 가지를 잘라주었다.


열무꽃


겨자채도 하늘을 향해 자라지 못하고 바닥으로 쓰러진 줄기가 많았다. 열무 꽃 마냥 노란 겨자채 꽃이 밭에 흐드러지게 피었다. 아름다운 꽃 사이사이로 벌이 열심히 꿀을 먹고 있다. 이때를 놓칠세라 벌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겨자채 곁에 자리 잡은 치커리는 붉은 줄기에 푸른 잎사귀를 달고 일부가 쓰러졌다. 무거운 열매를 매단 것도 아닌데 너무 높이 자랐나 보다. 겨자채와 마찬가지로 치커리 잎도 더 이상 따지 않기로 했다. 채소가 질기진 않았지만 약초 먹는 것 같단 느낌이다. 어쩐지 이젠 먹고 싶지 않아졌다.


겨자채꽃과 치커리


열무 줄기 사이에 살포시 고개를 내민 보라색 가지 꽃이 피어있다. 가지가 열릴 만도 한데 아직이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 가지 꽃을 카메라에 담기가 어렵다. 이웃의 가지 꽃과 가지를 카메라에 담아보았다. 어여쁜 보라색을 카메라에 담으며 흐뭇한 미소를 흘린다.

고추와 토마토는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꽃도 피우고 열매도 매달았다. 고추는 하얀 꽃, 토마토는 노란 꽃이다. 고추와 토마토는 아직 초록색이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빨간색 열매를 보여줄 거다. 꽃이 피는 식물들은 어김없이 열매를 선물한다. 꽃과 열매는 한 세트다.

가지꽃과 고추꽃
토마토꽃과 토마토


깻잎은 무성해졌다. 향이 어찌나 강한지 그냥 먹기 힘들어서 김치를 담그고 데쳐서 먹었다. 당귀의 수확량은 많지 않으나 튼튼하게 자랐다. 당귀 역시 강한 향을 가지고 있다.

올해 햇살이 좋아서인지 향을 내는 잎채소들의 향이 매우 강했다. 줄기도 튼실하고 향도 강해서 한약을 씹는 듯하다. 깻잎과 당귀뿐 아니다. 치커리와 겨자채, 셀러리 모두 다 향이 강했다. 그래서 데쳐 먹거나 양념을 가미하지 않으면 향에 취할 듯하다. 슈퍼에서 사 먹는 채소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향이라 가끔 먹기 힘들 정도다. 노지에서 자라는 채소가 '영양소가 풍부한 것이려니', ' 몸에 좋은 것이려니' 생각하고 먹어야 한다.


깻잎과 근대

근대는 지난주만큼 풍성하지 않아서 많이 수확하지는 못했다. 근대는 지난주에 워낙 많이 수확을 했기 때문에 아쉬움은 없다. 근대가 많아 데쳐서 냉동실에 넣어두고 일주일 내내 근대국만 끓였더니 남편이 싫단다. 나는 맛있기만 한데.

쑥갓은 지난번에 많이 잘라서인지 얼마 자라지 않았다. 대신 꽃을 피웠다. 안쪽은 노란색이고 바깥쪽은 하얀색으로 국화꽃 같다. 여러 개의 꽃봉오리가 올라오기도 해서 다음에는 더 많은 꽃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쑥갓 꽃


뿌리식물인 당근도 쑥쑥 자랐다. 당근을 몇 뿌리 뽑아보니 지난주보다 더 알이 굵어졌다. 4~5월까지 더디기만 하더니 6월부터는 거침없이 자라고 있다. 당근의 성장 시기는 6월이라는 말이 딱 맞나보다.


6월은 당근이 자라는 계절


상추는 중심 줄기가 아이 팔뚝처럼 굵어졌고, 줄기 밑동이 땅 위로 쑥 올라왔다. 그 모습을 보니 머지않아 상추가 끝날 것 같아 아쉽다. 4월부터 6월까지 우리 집과 이웃들의 식탁을 풍성하게 해 주었던 고마운 상추다.


상추가 자란다.

6월 셋째 주의 주말농장은 봄채소들이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모습이다. 봄채소를 대신한 여름 채소는 한창 무르익어가고 있다. 채소들은 저마다의 계절을 참 잘 안다. 우리도 저마다의 계절을 잘 알면 좋으련만...


이웃 농부들은 여름 농작물을 튼실하게 잘 키웠다. 봄채소와 다르게 여름채소는 손과 기술이 더 필요하다. 주말농장 하시는 분들 중에 금손들이 있다.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해지는 이웃들의 농작물을 카메라에 담았다.

화려한 여름 꽃잔치와 주렁주렁 매달린 열매가 참 예쁘다. 고추와 가지, 토마토뿐만 아니라 오이, 호박, 감자, 완두콩 등등 어여쁘게도 키웠다. 그 어여쁜 채소들을 빨리 만나고 싶다. 이번 주 긴 장마에 농작물들이 안전하기를 바라며 주말을 기대한다.

오이꽃과 오이
완두콩과 큰토마토
고추와 가지
호박꽃과 감자꽃






#딸아행복은여기에있단다_하민영

#간호사의우아한사생활_하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