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도 비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곧 비가 쏟아질 줄 알면서도 집을 나섰다. 농장으로 가는 도중 비가 오는 곳도 있었다. 다행히 농장에는 비가 오지 않았다.
“비가 너무 온다. 비 오고 나면 날씨가 추워진다네.”
“십오 도까지 온도가 내려가면 채소들이 거의 못 자라겠네.”
“올해 날씨가 너무 안 좋다.”
지난주에는 농장에 다녀와서 마트에 시장 조사를 나갔다. 배추 한 포기에 천 원 세일가로 8,890원이었다. 배추 한 포기에 만원이라는 말이 맞았다. 알타리무 한 단 세일 가 4,980원, 친환경 무 1개당 6,250원이다.
조합원으로 가입하여 식품을 구매하는 친환경 마트에서는 배추는 품절 상태였고 무는 개당 조합원가 4,220원이었다. 그나마 저렴한 편이었다.
두 달 후에 있을 김장철 물가가 걱정되어 시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다.
“올해 배추 값, 무 값 비싸서 김장 어떻게 해요?”
“지금은 비싼 철이고, 김장배추와 무 나올 때는 가격이 떨어지지.”하신다.
휴! 다행이다.
“주말농장에서 배추와 무 잘 키워서 보내드리려고 했지요.”
“말이라도 고맙네.” 하신다.
농장에 도착해 보니 날씨가 싸늘했다. 겉옷까지 걸쳤는데도 추웠다.
“으으으 춥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무릎담요를 둘러치고서야 추위가 가셨다.
비가 온 뒤 농장은 촉촉했다.
어! 그런데 우리 채소들이 왜 이렇냐?
배춧잎이 노랗다. 잎사귀의 끝이 노란 배추가 많았다. 게다가 시들시들 거의 말라서 죽은 배추도 생겨났다. 그렇지 않아도 잘 자라지 못한 배추인데 올해 농사가 영 시원찮다.
“지난주 거름을 너무 많이 주었나 보네.”
“주말 농장에서는 밭갈이를 할 때 거름을 많이 주니까 우리가 따로주지 말아야 하나 보네. 엑스레이로 땅속을 투시해 볼 수도 없으니 가늠이 안 되네.”
“이걸 어쩐다...”
무는 원래 씨 뿌리기 해 놓은 밭은 괜찮았다. 그런데 지난주에 배추가 죽은 자리에 옮겨 심은 무는 겨우 자리를 잡았으나 노란 잎이 많았다.
아무래도 배추밭쪽에 거름을 많이 주었나 보다.
청갓은 지난주에 비하면 조금 자라기는 했으나 아직은 시원찮다.
다른 해라면 몇 번을 솎아 먹었을 정도로 자랐을 텐데..
시금치는 잎사귀가 노랗게 되었고, 지난주보다 오히려 형편이 나쁜 것 같다.
시금치 자리는 거름을 많이 준 것도 아닌데 어찌 이리되었을꼬.
“시금치는 동초라고 했으니 잘 자랐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러게 어찌 시금치도 잘 자라지 않았을까?”
날씨를 탓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나마 효자 상품은 쪽파다.
쪽파는 초록빛이 한껏 푸르르다. 쑥쑥 자랐다.
한쪽 귀퉁이에 자리 잡은 고구마도 조용히 자리를 틀고 앉아 있다.
무 솎음을 했는데 겨우 한 줌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다른 해라면 몇 번을 솎아서 나물을 해 먹었을 텐데 올해는 지난주나 이번 주나 별반 차이가 없을 정도다. 자람의 속도가 더디기만 하다.
풀도 많이 자라지 않았다. 조금만 손을 움직여 풀을 뽑고 김매기를 해 주니 끝이 났다.
김매기를 하면서 배추가 잘 자라도록 북돋기를 해 주었다. 북돋기를 안 해도 될 것 같았으나 노랗게 변한 이파리를 떼어 낼 때 보니 뿌리가 약간 올라온 배추가 있어서 북돋기를 했다. 내 마음이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날씨가 계속 좋지 않아서 이번에는 야심 차게 식물 영양제를 준비했다. 일명 막걸리 플러스 해조액기스 영양제다. 영양제는 다음과 같이 만들었다.
막걸리 영양제는 막걸리(생막걸리) 2잔(소주잔)과 설탕 1잔(소주잔) 섞어서 하루 밤 숙성시킨 후 물 2L를 희석하여 만들었다. 해조 액기스 영양제는 병뚜껑 2/3에 물 2L를 희석해서 사용하면 된다. 우리는 효과를 높이기 위해 막걸리 영양제와 해조 영양제 섞어서 물2L에 희석해서 사용했다.
“크는 대로 키우는 대로 먹자.”라고 했지만 뭐라도 해야 했다.
유기농 병충해 방지제는 여러 번 만들어서 뿌려 보았는데, 유기농 영양제를 주기는 처음이다.
유튜버 말에 의하면 폭풍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고 하니 마음을 담아 채소에게 골고루 뿌려 주었다.
많은 이웃의 농작물들도 잘 자라지 못했다.
또 몇몇 농부들의 작물은 잘 자라고 있었다. 배추도 무도 제법 자라서 제대로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날씨가 좋지 않은 중에도 어떻게 채소들을 잘 키웠을까? 그 비법이 궁금하다.
이웃 농부 한 분을 만나서 물어보니 자기는 모른단다. 부인이 쉬는 날인데 빨리 농장에 가자고 해서 따라왔을 뿐이라고 한다. 그분의 농사도 그다지 좋지만은 않은 듯하다. 도긴개긴 도시 농부들의 수다는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농장의 한 켠에는 검정 노랑 빨강의 보호색을 띤 거미가 거미줄을 멋지게 치고 곤충들을 제집에 가둬두고 있었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거미가 제법 일을 잘한 것 같다.
벌써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는 한껏 멋을 자랑하고 있다.
#딸아행복은여기에있단다_하민영
#엄마와딸함께읽기좋은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