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자서전 쓰기 프로젝트
*브런치로 재발행합니다~~
"지금 일지를 기록하는 것은 너희들로 하여금 나를 본받으라는 것이 결코 아니다. 내가 진심으로 바라는 것은 너희들 또한 대한민국의 한 사람이니, 동서고금의 많은 위인 중 가장 숭배할 만한 사람을 선택하여 배우고 본받게 하려는 것이다. 나를 본받을 필요는 없지만, 너희들이 성장하여 아비의 일생 경력을 알 곳이 없기 때문에 이 일지를 쓰는 것이다."
위 글은 김구선생이 <백범일지>를 쓴 목적에 대해 밝힌 글이다. <백범일지>는 김구 선생의 자서전이다. 상권은 53세(1928년)에 아들 인과 신이 열 살, 일곱 살의 어린아이 일 때 아비의 일생을 알게 하고자 썼고, 하권은 67세(1942년)에 50년 동안 분투한 사적을 기록하여 거울을 삼고자 집필하였다. 김구 선생이 쓴 자서전은 선생의 자녀뿐 아니라 후대의 많은 사람들에게 선생의 삶과 철학, 일제 강점기 시대상황, 임시정부 수립 및 독립운동의 과정을 소상히 알게 했으며, 우리 역사의 소중한 문화적 정신적 자산이 되었다.
<보통 사람에게도 통용되는 자서전의 가치>
자서전은 작가가 직접 쓴 자신의 전기다. 작가 자신이 자신의 삶을 기록하는 것이기 때문에 오래된 사실은 잊어버린 것도 많고 가끔 왜곡되기도 한다. 가끔은 자신을 좋게 보이려고 하거나 일부러 지어낸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자신을 미화하고 과장하며 사실이 아닌데 사실인척 꾸미기도 한다. 오래된 기억이라 잊어버리거나 과장과 비약이 있을 수 있으며, 자신의 과오에 대해 변명하거나 남의 탓을 한다. 작가 자신의 생각이기 때문에 지나치게 한 사람을 찬양하거나 비난하는 등 객관성을 심하게 훼손할 수도 있다. 김구 선생도 이런 점을 경계하며 책 머리에 거짓없이 객관적으로 쓴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자서전이 가치가 있는 이유는 저자가 어떤 사상을 가지고 행동했는지 파악하는 완벽한 자료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아돌프 히틀러의 자서전은 왜곡과 미화가 심하지만 당시 히틀러의 사상을 파악하여 나치즘 연구에 중요한 연구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자서전이 꼭 자신을 미화하거나 변명하려고만 쓰는 것은 아니다. 자서전은 자신의 인생을 정리하고 회고하는 역할을 한다. 특별한 성공을 거둔 것도 아닌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이 주목해야 할 부분이 바로 회고이다. 회고란 지나간 일을 돌이켜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 혹자는 과거를 회고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느냐며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훌륭하게 살아온 것도 아니고 그저 그러하게 살아온 혹은 후회하는 삶을 살았는데 회고하는 것은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회고의 과정은 누구에게나 의미가 있으며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과거에 후회스러운 삶을 살았다면 원인을 파악하여 오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고, 보통의 삶을 살았거나 잘 살아온 사람이라면 보통의 삶을 추구하거나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도 있도록 하는 밑거름이 된다. 과거를 앎으로서 현재의 자신을 알 수 있고 미래로 향하는 전진의 길을 찾을 수 있다. 과거 속에 현재의 내가 있고, 미래의 나도 있는 것이다. 회고하기를 통해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의 나를 인식하며 미래의 자신을 그려보는 것은 누구에게나 의미 있는 일이다.
글쓰기를 잘 못해서 자서전을 쓸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과거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을 때는 그 말이 타당하다고 할 수 있으나 현대 사회는 누구나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시대다. 하루에도 몇 번씩 카톡을 주고받으며, 블로그에 글을 남기기도 한다. 업무적으로도 글을 쓰거나 주고받는 일이 다반사다. 일상에서 글을 보거나 쓰지 않고 지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러니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자서전을 쓸 수 있다. 조금만 관심을 갖고 부지런을 떤다면 얼마든지 자서전 쓰기는 가능하다.
'내 이야기를 책으로 쓰면 책이 몇십 권이야!'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꾀어야 보배지.'라는 말이 있듯이 자신의 머릿속에만 있는 몇십 권의 책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자서전 쓰기는 구슬을 꿰어 보배를 만드는 과정이다. 막연하게 '나는 이렇게 살았어', '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고 생각으로만 그치지 않는 것이다. 지나간 일을 돌이켜 생각해 보고 기록하다 보면 흐릿한 과거도 뚜렷해지고 현재 자신의 모습도 확연하게 드러난다. 지난 과거에서 현재를 발견하고 그것을 기록으로 남긴 자서전은 누군가에게는 깊은 감명을 주는 보물이 될 수 있다.
<써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자서전의 효과>
자신의 족적을 남겨 무엇에 쓰려는 것일까. 후회하는 삶 혹은 그저 그러하게 살아온 삶을 기록하는 것이 어떤 가치가 있을까 의문도 있다. 조성일의 <나의 인생 이야기 자서전 쓰기>에서 자서전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첫째, 내가 누구인지를 인식하게 된다.
둘째, 나 자신과 화해하는 치유 효과가 있다.
셋째, 후손들에게 물려줄 정신적 유산을 남긴다.
자서전은 과거를 회고하는 것을 넘어서 내가 누구이며 어떤 사람인지 인식하게 한다. 자신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떤 철학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습관과 관습 등을 가지고 있는지 탐색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신이 누구인지 알게 된다. 자기 인식은 자신과 화해의 출발점이고 치유의 시작점이다. 이전에 두 권의 책을 쓰면서 경험했듯이 쓰기는 자신 혹은 주변 인물들과 화해하거나 용서할 수도 있으며 그 과정에서 가슴속에 맺힌 응어리나 한 등을 자연스럽게 치유하게 된다. 자서전은 자기 인생을 통틀어 회고하고 기록하는 과정으로 총체적으로 자신을 탐색함으로써 치유 효과는 극대화될 것이라 기대된다. 자서전은 자신에게뿐 아니라 후손에게 물려줄 정신적 유산으로 남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물이다.
<자서전을 왜 쓰려고 하는가>
목적이 분명할수록 어떤 일을 행하는데 성공률이 높다. 하나만 회원들이 자서전을 쓰려고 하는 이유를 들어보았다. 하나만에 들어올 때부터 자서전을 쓰고 싶다고 했던 행복숲님은 처음에는 막연하게 자서전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퇴직을 앞두고 있는 지금은 과거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싶다고 했고, 퇴직하면 시간도 많으니 자서전을 쓰면서 보내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했다. 혜령 님은 하작가님이 쓰자고 하니 쓰는 것이라고 하여 웃었다. 덧붙여서 자신이 일기를 쓰고 마음 빼기 명상을 통해서 과거를 회고해 본 바에 의하면 자서전을 쓰면서 자신과 화해하고 치유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아님은 자신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고 했다. 죽을 것 같은 순간을 견뎌왔던 시간, 아이들에게는 말하지 못한 것들, 기록하면서 감사하려고 한다고 했다. 어게인채님은 올해는 아무것도 안 하려고 했는데 하나만에서 같이 하자고 하니 해야 될 것 같은데 고민해 보겠다고 했다. 회원들의 자서전 쓰기에 대한 의견을 들으면서 필자도 자서전을 쓰려는 목적을 정리했다.
"저도 하나만에서 같이 써보자고 하니까 쓰려고 합니다. 하하. 저는 첫아이를 임신했을 때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를 임신했는데 더럭 겁이 났습니다.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일기를 쓰기 시작했고, 육아일기처럼 써 내려간 일기를 자녀에게 물려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나중에 아이들이 자신이 어떻게 자랐는지 궁금하다고 하면 읽어보게 하려고 합니다.
최근에 저는 친정어머니를 자주 생각하곤 합니다. 지금 내 나이 때 엄마는 어땠더라? 생각하며 당시의 어머니를 떠올립니다. 지금 제 나이 때 어머니는 결혼하지 않은 자녀 다섯 명이 있었습니다. 막내인 제가 중학생이었고, 위로 오빠 두 명은 고등학생과 대학생이었으며,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언니는 결혼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자녀 뒷바라지를 해야 한다는 경제적 부담이 무척 컸을 것이고, 힘들고 바쁜 농사일로 한시도 쉴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때의 어머니를 떠올리면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 힘든 시간을 어떻게 견뎠을까?' 궁금해집니다.
제 자녀들이 훗날 저처럼 '엄마는 그때 어떻게 견뎠어? 어떤 생각이었어?' 라며 궁금해할 때 저의 자서전이 좋은 자료가 될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를 하다 보니 자서전을 써야 하는 이유가 분명해지고 꼭 써내야겠다는 굳은 결심도 생긴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50 평생 살아온 과정을 자녀에게 남겨야겠다고 다짐한다. 김구선생도 53세에 자서전을 썼으니 내 나이와도 비슷하다. 선생이 아이들이 성장하여 아버지의 일생을 알고 싶어 할 때 보여주라고 한 것처럼 나도 내 자녀들이 엄마의 일생이 궁금할 때 읽어보라고 전해주련다. '엄마가 나를 위해서 자서전을 남겼다'며 좋아할 우리 아이들의 환한 얼굴이 그려져서 벌써부터 흐뭇하다. 엄마의 삶에 관심이 생길 때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 책이었으면 좋겠고, 배울 점이나 아쉬운 점 등은 좋은 본보기로 삼았으면 한다.
<어울렁 더울렁 춤추며 따라가는 자서전 쓰기 길>
어떤 일은 자기 목적이 분명하여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도 있지만 또 어떤 일은 남들이 하자고 해서 별생각 없이 따라갈 수도 있다. 가끔은 남들 할 때 곁에 묻어서 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쉬운 방법일 때도 있다. 우리는 다른 사람과 어울렁 더울렁 춤추며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다른 사람들이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 자신에게는 없던 힘이 생기기도 한다. 같이 하자고 했으니 또는 과제이니 못 이기는 척하며 의무적으로라도 하게 된다. 그래도 괜찮다. 인생이란 것이 꼭 자기 의지로만 가더냐. 남을 따라 하여 훌륭한 성과를 거두는 경우도 꽤 많으니 해볼 만한 일이라면 기꺼이 다른 사람을 따라나서도 되지 않겠는가. 기나긴 인생, 시간만 허락된다면 '자서전 쓰기' 친구 따라 강남 가본들 또 어떤가.
<참고 도서>
주 교재
- 조성일 <나의 인생 이야기 자서전 쓰기> 시간여행
- 김구 <백범일지> 돌베개
부교재
- 유시민 <나의 한국현대사 1959-2020> 돌베개
- 벤저민 프랭클린 <벤저민 프랭클린 자서전> 현대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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